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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 기자 사진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파주에 산림협력센터…막힌 남북관계 돌파구 될까

대북 산림지원 전초기지 될 남북산림협력센터 준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함경북도 경성군의 중평남새온실농장과 양묘장 조업식에 참석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군사시설을 철거한 자리에 건설한 이 양묘장에서 소나무·잣나무 등 묘목을 연간 2000만 그루 생산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함경북도 경성군의 중평남새온실농장과 양묘장 조업식에 참석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군사시설을 철거한 자리에 건설한 이 양묘장에서 소나무·잣나무 등 묘목을 연간 2000만 그루 생산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시스]

육로를 이용해 방북길에 나서거나 배를 타고 북한 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남북 간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는 경계선을 마주하게 된다. 울창한 숲과 민둥산으로 대비되는 남북한의 산림 생태계다. 굳이 비무장지대(DMZ) 철책선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북한 땅에 접어들었음을 실감케 한다. 한국이 6·25 전쟁 이후 황폐해진 산림 복구에 성공해 세계적으로 모범적 사례로 평가받는 반면 북한은 여전히 산림 빈곤국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통일 한반도를 지향해 가는 과정에서 이 문제는 반드시 극복돼야 할 사안 중 하나로 꼽힌다.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산림 분야 협력에 공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첫 가동에 들어간 파주 남북산림협력센터를 찾아 대북 산림녹화 지원 사업의 실태를 짚어보고 가능성을 타진해봤다.
  

평양·개성 인접한 지역에 세워
신속한 지원과 ‘보안성’ 유지
“산림 협력은 대북제재 예외”
냉랭한 북, 대남 입장이 문제

3일 오전 북한 접경 지역인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남북산림협력센터가 문을 열었다. ‘숲으로 남북을 잇다’라는 주제로 열린 준공식 현장은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설렘이 오랜만에 흘러나왔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불똥이 남북관계에까지 튀는 바람에 서울과 평양의 소통창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3차례 남북 정상회담 후속 조치 차원의 첫 사업으로 산림 분야 협력을 제시했지만 제대로 된 진전을 보지 못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속에서 열린 이번 센터 개소가 모처럼의 기지개인 셈이다.
 
주최 측인 박종호 산림청장 외에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김거성 대통령 비서실 시민사회수석 등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센터 가동에 거는 정부의 기대가 크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 부지사와 최종환 파주시장, 파주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윤후덕·박정 의원,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부사장)이 함께 자리했다. 박종환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와 정성헌 새마을운동중앙회장 등 단체 대표와 대북 산림지원에 관심을 보여온 권병헌 미래 숲 대표, 정광선 아시아녹화기구 상임대표, 지영선 생명의 숲 공동대표, 정은조 남북산림협력포럼 이사장, 베른하르트 젤리거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장 등도 참석했다.
 
박 산림청장은 준공식 환영사에서 “남북산림협력센터는 산림청의 그간 치산·녹화 경험과 남북 교류 노하우를 집대성해 조성한 시설”이라며 “이곳에서 마련된 묘목과 산림 과학기술 체계는 향후 남북이 함께 한반도 산림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활용할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남북한이 기후 변화에 함께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산림협력은 그 열쇠가 될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남북 간 협력의 폭을 넓혀야 하는데, 산림 협력이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센터 개설의 의미를 강조했다. 행사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은 기념 식수로 8년생 모감주나무를 심었고, 한라산부터 백두산까지 남북한 명산 10곳의 이름이 붙여진 조형물에 단풍나무 묘목을 심는 이벤트를 펼쳤다. 모감주나무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숙소인 백화원초대소에 심은 것과 같은 수종이며, 단풍나무는 2015년 남북 종자 교류 당시 북한에서 가져온 것에서 양묘해냈다고 산림청 측은 설명했다.
 
북한 땅인 개성과 평양에 가까운 파주는 대북 교류와 지원·협력의 거점으로 안성맞춤이다. 남북산림협력센터를 북한 지역 녹화사업과 한반도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의 전초기지라 부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17.4(1=1만㎡) 부지에 예산 50억 원이 투입된 산림협력센터는 스마트 양묘장(연면적 4020㎡)과 3층 구조의 관리동으로 구성됐다. 스마트 양묘장은 ICT(정보통신) 기술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최첨단 양묘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조병철 산림청 남북산림협력단장은 “산림 분야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유일하게 물자 협력의 성과를 내는 분야”라면서 “산림협력센터를 거점 삼아 수준 높은 산림 협력을 차질없이 이행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을 찾은 기자가 복합자동제어 온실에 들어서자 3cm 정도 자란 소나무가 밤톨 정도 크기의 포트 수십만 개에 담겨 빼곡히 줄지어 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바로 위에는 고압식 에어포그 시스템이 분주히 오가며 안개 모양의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센터 관계자는 “물의 증발 효과를 통한 가장 경제적인 냉방 시스템으로, 균일한 온도를 유지해 준다”고 설명했다. 묘목의 생육에 가장 적합한 기온과 습도 범위 값을 설정해주면 환경 자동화 시스템이 이를 알아서 조정해주고, 성장에 필요한 영양액도 자동으로 농도와 공급량을 계산해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온대 중·북부 기후에 적합한 묘목 10종 200만 본이 생산·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지역과 가장 가까운 곳에 남북산림협력센터를 마련한 건 북한 지역의 풍토에 최대한 적합한 양묘가 가능하고, 서울과 자유로를 통해 비교적 신속하게 접근 및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북한과 산림협력 문제가 합의되고 이행할 경우 묘목과 자재 준비가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묘목을 자체로 생산해 공급하고 짧은 동선을 통해 북한에 제공할 수 있어 보안 유지에도 유리하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귀띔했다.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인해 유엔과 국제사회가 촘촘하게 쳐놓은 대북제재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특히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독자적인 남북 협력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제재 틀을 준수해야 한다”는 신호를 잇달아 보내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비정부기구(NGO)인 ‘국제푸른나무’가 유엔으로부터 대북 산림지원 사업을 제재 예외로 인정받은 건 희소식이다. 물론 스마트 양묘장 등 첨단 설비를 북한에 들여보내는 문제는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북한 당국이 산림협력을 비롯한 남북 간 협력·지원 사업에 여전히 거부감을 보이는 것도 우리 정부와 민간단체를 애타게 하는 대목이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1월 산림청과 ‘숲으로 이어진 남북 평화 공동체’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북한에 대한 묘목·기자재 지원과 병충해 방지 등 산림 분야의 협력과 지원에 국민 공감대를 이루고, 뜻을 같이하는 NGO와 힘을 합친다는 입장이다. 이하경 주필은 산림협력센터 준공식 축사에서 “중앙일보는 남북 언론교류의 물꼬를 트고 북한 지역 문화유산 답사와 경제참관단 파견을 성사시켰으며, ‘예산 1% 대북지원에 쓰자’는 캠페인과 평화 오디세이 프로그램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남북산림협력센터 기념 식수목으로 선택받은 모감주나무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제3차 평양 남북 정상회담 숙소로 사용한 백화원초대소 영빈관 앞 정원에 남측에서 가져온 10년생 모감주나무를 심은 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당시 노동당 부위원장) 등 북측 인사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제3차 평양 남북 정상회담 숙소로 사용한 백화원초대소 영빈관 앞 정원에 남측에서 가져온 10년생 모감주나무를 심은 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당시 노동당 부위원장) 등 북측 인사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대북 산림지원용 묘목이 자라게 될 경기도 파주 남북산림협력센터 앞마당에는 3일 모감주나무 세 그루가 심어졌다. 센터 준공식 기념식수목으로 최종 낙점된 3.5m 높이의 모감주나무는 이천시 장호원읍 한 묘목원에서 8년간 길러졌다.
 
모감주나무는 무환자나뭇과에 속하며 꽃과 열매가 아름다운 활엽수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충남 안면도를 중심으로 서해안에 많이 분포하고, 내륙으로는 대구 근교와 월악산 지대에서 군락지가 발견된다. 꽃은 황금색을 띠고 열매는 복주머니 모양인데, 종교계에서 사용되는 염주의 재료로 쓰인다. 이 나무를 통해 남북의 교류·협력이 지속 가능한 번영을 이루고, 축복이 깃들길 바라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남북이 하나가 되는 통일을 염원하는 의미도 있다.
 
모감주나무는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숙소인 백화원초대소 마당에 공동으로 기념식수(사진)한 적이 있다.  
 
산림청 측은 “모감주나무는 ‘번영’과 ‘축복’을 상징하는데, 특히 양 정상이 남북관계의 발전을 기원하며 심은 나무와의 연결성을 강조하려고 기념 식수목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남북 정상은 같은 해 4월 판문점 정상회담 때는 소나무를 심었다.  
 
김지수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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