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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1주일전 간담회 펑크 죄송, 전날 막걸리 마시느라···"

 
소설가 황석영씨는 "이번 소설은 내 고향의 이야기이며 동시대 노동자의 이야기다. 나는 이 소설을 한국 노동자들에게 헌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창작과비평]

소설가 황석영씨는 "이번 소설은 내 고향의 이야기이며 동시대 노동자의 이야기다. 나는 이 소설을 한국 노동자들에게 헌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창작과비평]

"제가 본의아니게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간담회
"산업노동자 반영 소설 너무 없었다"
일제 강점기, 분단, 노동운동 역사 다뤄
"어른과 어린이 함께 읽는 철학 동화 쓸 것"

2일 오전 11시 서울 서교동 창비 서교빌딩에서 열린 황석영(78)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 출간 기자간담회는 황 작가의 사과로 시작됐다. 자신의 불찰로 당초 1주일 전에 같은 장소에서 열렸어야 할 간담회가 제대로 열리지 못한 데에 대해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황 작가는 “(간담회 전날) 광주에서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관련 행사를 한 후 후배들과 막걸리를 한 잔 한 후 익산 집으로 돌아왔다”며 “자정 무렵 탁상 시계 알람을 맞추긴 했는데 (설정)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못했다. 누가 문을 두드리며 깨워 일어났더니 오전11시였다”고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그러면서 황 작가는 “이번 소설 『철도원 삼대』는 5년 전 『해질 무렵』이라는 경장편을 쓰고 5년 만에 쓴 원고지 2400매 분량의 장편소설"이라며 "제가 예전에『장길산』을 쓸 때 열아홉 번을 옮겨 다니며 집필했다. 이번 소설도 보따리 싸 가지고 나와서 젊을 때처럼 하루에 8~10시간씩 앉아 썼다"고 덧붙였다.
 
600여 쪽에 달하는 이번 소설은 한반도 100년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이백만-이일철-이지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노동자 삼대 가족을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 그리고 21세기까지 이어지는 노동자의 삶을 그리며, 오늘날 고공농성을 하는 이백만의 증손이자 공장 노동자인 이진오의 이야기가 함께 얽히는 구성이다.   
 
황 작가는 "1989년 방북 당시 평양에서 만났던 어르신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에서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고향이 서울 영등포였던 그와 장장 6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언젠가는 내가 들은 내용을 소설로 쓰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가 뎡등포 철도공착창에 다녔고, 그가 철도학교에 들어가 기관수로 일하며 대륙을 넘나들던 얘기 등을 자신의 소설로 끌어왔다는 것이다. 
 
이번 소설에서 노동자의 삶을 다룬 이유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우리나라 근현대문학을 돌아보면 근대 산업노동자의 삶을 반영한 소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근대의 노동운동 자료를 살펴보면 식민지 시대 이후 조선의 항일노동운동은 사회주의가 기본 이념의 출발점이었다"며 "이후 한국전쟁, 개발독재 시대를 거치며 노동자들이 생존권 투쟁에 나서면 '빨갱이'로 불온하게 여겨졌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1000만 넘는 노동자가 있는데도 산업노동자가 전면에 등장하는 장편소설이 없었다. 우리 문학사에 비어 있는 그 부분을 채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 속 주인공 이진오가 고공농성을 벌이는 설정에 대해서는 "아파트 16층 높이의 발전소 공장 굴뚝은 하늘도, 지상도 아닌 중간지점이다. 그의 일상은 거기 멈춰 있어 상상력으로 시간 여행이 가능한 조건이었다"며 "과거 삼대의 이야기를 4대 후손이 들락날락하며 회상하는 형태로 풀어나갔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세계경제순위 10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노동자의 노동환경 등 조건은 열악하다. 아직도 많은 노동자들이 사회 외곽에서 방치된 채로 사고를 당한다"면서 "(노동자들의 죽음이) 기본적인 휴머니티에 어긋나는 일이다. 사회가 좋은 일터, 좋은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일 창작가비평 서교빌딩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황석영 작가. [창작과비평]

2일 창작가비평 서교빌딩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황석영 작가. [창작과비평]

차기작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다음 작품으로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철학 동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소태산 박중빈(원불교 창시자) 어린 성자가 사물에 대해 깨달아가기 시작하는 과정을 쓸까 한다"고 말했다. 
 
이런 구상에는 현재 세계가 코로나19 확산에 처한 상황에 대한 성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 코로나19를 겪으며 세계가 여러 면에서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다. 지금의 이 상황이 자본주의와 현대의 문명 등에 대해 우리가 과연 잘해온 것인지 큰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같다 "덕분에 말년에 중요한 화두를 얻은 것 같다. 이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나이 듦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서울은 너무 복잡하고 친구들도 늙어버려서 만날 사람도 별로 없고 심심하다. 그래서 지방에 지내며 공부하려 한다"면서 "젊을 때 『장길산』을 쓰며  미륵사상을 깊이 공부했는데 그걸 다시 시작할까 생각한다. 앞으로 지구의 생물과 무생물, 우주를 모두 하나로 보는 포괄적인 생각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가는 죽을 때까지 써야 한다. 기운이 남은 한 써야 한다. 그게 세상에 대한 작가의 책무"라며 "죽을 때까지 새로운 정신을 갖고 써야 한다"고 말했다. 
 
『철도원 삼대』를 펴낸 창비 관계자는 "소설이 출간된 지2주 만에 1만부가 판매됐으며 이미 증쇄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출판계에서는 저자의 늦잠 해프닝이 오히려 홍보 효과를 톡톡히 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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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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