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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물은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세요"···윤석화가 사는 법

 
연기 인생 45년 ‘연극 여제(女帝)’ 윤석화(64)에겐 확신이 있습니다. 연극을 통해 세상이 더 풍요롭고 현명해지리란 믿음입니다. 연극 ‘마스터 클래스’에서 마리아 칼라스가 “세상은 예술이 없어도 돌아갈 수 있고 또 돌아갈 겁니다. 하지만…”이라며 풀어놓은 말을 ‘내 인생의 명대사’로 꼽은 이유지요.

[내 인생의 명대사]

 
그가 평생을 바친 공연 무대는 ‘찰나의 예술’입니다. 지나가버리면 그만인 그 ‘찰나’에 그가 연극쟁이로서 거는 기대와 희망이 있습니다. “찰나에 감동을 느끼게 되면 다른 어떤 장르의 예술에서 느끼는 것보다 훨씬 강렬한 ‘터칭’이 되는 것”이라며 “찰나에 불과한 감동ㆍ기쁨이 하루를 버텨낼 수 있게 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한 그는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대중화를 이끈 일등공신입니다. 1983년 연극 ‘신의 아그네스’ 이후 TV 스타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며 독보적인 흥행 배우 자리에 올랐지요. 그가 타이틀 롤을 맡았던 뮤지컬 ‘명성황후’(1995)가 초연 첫날부터 매진 행렬이 이어져 결국 연장공연까지 했던 일은 지금까지 전설처럼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삶이 늘 희망과 열정으로만 채워진 건 아닙니다. 힘이 빠져 주저앉고 싶었을 때마다 그는 연극 ‘덕혜옹주’(1995)에서 유모의 혼령이 덕혜옹주를 연기하는 그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습니다.
 
“본 것은 본 곳에 두고, 들은 것은 들은 곳에 두고 (…) 더러움은 그저 더러움일 뿐입니다. 그 더러움에 몸ㆍ마음 담그지 마시고 (…) 그 구정물은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두십시오.”
 
그는 “살다보면 원통한 일도 있고, 억울한 일도 있고, 분한 일도 있지 않냐”며 “이 대사를 내 삶에서 마치 교훈처럼 받은 것 같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올 가을 그는 뮤지컬 연출자로 무대에 돌아옵니다. 청산리 대첩 100주년을 기념해 백야 김좌진 장군을 주제로 한 작품이지요. 한창 대본 작업 중이라는 그는 “공연예술 안에서 무엇이 됐든 자유롭게 쓰이고 싶다”면서도 “연기자로 설 수 있는 작품을 끊임없이 기다린다”고 털어놓습니다.
 
“근데 별로 할 만한 게 없어요. 솔직히 참 슬픈 얘기입니다. 저는 그냥 꿈만 있어요. 연극쟁이로 죽을 때까지 살고 싶고…. 무대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배우로 기억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건 없을 것 같습니다.” 
 
내 인생의 명대사
배우들이 직접 꼽은 자신의 명대사입니다. 작품의 울타리를 넘어 배우와 관객에게 울림이 컸던 인생의 명대사를 배우의 목소리로 전해드립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영상=김지선·정수경, 그래픽=황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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