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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신청에 누구는 1분, 누구는 한나절

코로나19로 떠오른 디지털 정보 격차 

정부가 일반 가구를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신청을 접수한 22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의 한 주민센터 5층은 방문객 수십 명으로 북적였다. 공적 마스크 5부제 판매처럼 요일제가 적용돼 출생연도 끝자리 0·5인 세대주만 이날 신청 대상이지만 60~70대 고령층이 현장을 많이 찾아서다. 대기석에 앉은 1945년생 신정선(75·가명)씨는 “스마트폰을 쓸 줄 몰라 지난주에 온라인 신청을 못했다”며 “번호표를 뽑고 30분가량 기다렸다”고 말했다. 신씨는 “나 같은 노인은 스마트폰에 편한 서비스가 많다 해도 (이용하기) 어렵다”면서 “시골에 사는 고향 친구들도 오늘 면사무소에 간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5분 더 기다린 후 창구로 향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세대는 손바닥서 척척
고령층은 주민센터 창구 찾아가
식당·마트도 키오스크 주문 늘어
ICT 수준별 맞춤교육 기회 늘려야

강원도에 사는 이영현(67)씨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 지침을 전환한 6일 마스크를 쓰고 부인과 모처럼 집 근처 영화관을 찾았다가 당황했다. 매표소에 직원이 아무도 없어서다. 주위에 있던 대학생들에게 묻고서야 “얼마 전 설치된 저쪽의 무인발권기(키오스크)를 이용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씨는 “실수해서 (화면을) 잘못 눌렀더니 시간 초과로 화면이 사라져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영화관들은 음료·간식을 파는 매점에서도 매표소 업무를 일부 병행하고 있지만 직원이 적고 본업 위주라 한참 기다려야 하거나, 이씨처럼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디지털 정보 격차(digital divide)’가 부각되고 있다. PC는 물론 스마트폰·키오스크 같은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 사회·경제적 격차가 심해지는 현상이다. 스마트폰을 쓰는 대다수 20~50대 세대주는 집안에서 1~2분 만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했다. 하지만 공인인증서 발급에 애를 먹기 일쑤인 고령층은 수십 분 걸리더라도 은행 지점이나 주민센터 등을 직접 찾거나 자녀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전국 영화관·대형마트·패스트푸드점 등 곳곳에 설치된 키오스크도 진입장벽이 높다. 지난 14일 서울시내 한 패스트푸드점 직원에게 “말로 주문해도 되느냐”고 묻자 “옆의 기계(키오스크)를 이용해 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근 금융사나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인건비 절감 등의 목적으로 비대면 서비스를 늘리는 추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9~11월 국민 1만5000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일반 국민 7000명의 평균치를 100으로 봤을 때 55세 이상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4.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민(70.6)과 장애인(75.2), 저소득층(87.8)도 디지털 정보 취약계층이었다.  
 
지진선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위기 대응 능력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디지털 정보 취약계층은 더욱 고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마스크 품절 대란이 일어났던 지난 3월 마스크 구매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을 스마트폰에 깔아서 쓸 줄 아는 사람은 그나마 불편을 덜었지만, 노부부나 1인 가구 장애인 등은 발을 동동 굴렀다. 지 연구원은 “취약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 향상은 ICT가 핵심이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될 수 있어 다각도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가결돼 복잡하고 불편했던 공인인증서가 21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그럼에도 과제는 아직 많다. 전문가들은 민관 합동의 세대 간 학습 프로그램 활성화, 취약계층별 특성 차이를 고려한 맞춤형 교육 강화 등을 구체적 해법으로 제시한다. 고정현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선진국처럼 ICT에 해박한 젊은 학생들의 고령층 대상 교육 봉사활동 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고령층의 특성에 대한 소양 교육을 학생들에게 미리 실시하고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들이 공동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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