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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버거 주문, 금융 거래 쩔쩔…“청년 매칭 ICT 교육을”

언택트 시대 디지털 격차

긴급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접수 첫날인 18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노인들이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긴급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접수 첫날인 18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노인들이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김현모(63·가명)씨는 최근 본인 명의의 오피스텔 임대 소득세 감면을 신청하려다 골머리를 앓았다. 우편 배달된 국세청 안내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가 있어 세무서에서 신고서 작성을 지원하지 않으니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 있어서였다. 세무서 접수는 지난 13~15일에만 가능했는데 급한 일로 기한을 놓쳐 홈택스(hometax.go.kr) 접수만 가능했다. 김씨는 “PC도 스마트폰도 제대로 못 다루는데 공인인증서 등록부터 전자신고까지 어려운 부분이 많아 온종일 씨름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홈페이지에 전자신고 요령을 동영상 파일로 올렸지만 김씨 같은 60대 ‘컴맹’들은 이런 영상 내용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디지털 정보 취약계층 고립될 우려
60대 “비대면 금융상품 구매” 1.8%
장애인·농어민 등도 ICT 활용 못해

정부·지자체 교육 과정 늘리지만
주입식 중·장년 강사 효과 떨어져
세대·계층 등 맞춤형 교육 나서야

#코로나19 확산으로 민간 기업은 물론 관공서까지 사람 간 접촉을 가능한 줄이려고 비대면 서비스를 늘리면서 고령층·취약계층 등의 ‘디지털 정보 격차(digital divide)’ 우려도 커지고 있다. 디지털 정보 격차는 PC와 스마트폰, 무인발권기(키오스크) 같은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과 관련 기기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사회·경제적 격차를 뜻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서비스가 뉴노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서 사회적 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령대와 소득 수준 등에 따라 국내 디지털 정보화 수준 차이는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국민 평균치를 100으로 봤을 때 2018년 기준 50대는 92.8%, 60대는 69.6%, 70대 이상은 42.4%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디지털 정보 획득이 어려웠다. 70대 이상이면 일상생활에서 일반 국민의 40% 정도 선에서만 각종 ICT의 이기(利器)를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40대가 108.7~126.5%로 평균치를 웃돈 것과 딴판이다. 지난해 조사에선 저소득층 87.8%, 장애인 75.2%, 농·어민 70.6% 등으로 고령층(64.3%)뿐 아니라 저소득층과 장애인, 비도시 거주민도 ICT 활용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비대면 서비스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ICT의 발전과 젊은 세대 선호도, 코로나19 사태, 인건비 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은행·증권사는 비대면으로 자산관리 상담이나 계좌 개설을 진행하고 있다. 번거롭게 지점을 찾지 않아도 되지만 PC·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지점 창구가 더 편하다는 반응이다. CGV와 롯데시네마 등 주요 영화관은 유인 매표소를 닫고 키오스크 활용을 늘리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등의 주요 소매점도 속속 키오스크를 도입하고 있다. 직원에게 직접 물어보면서 선택하고, 때로는 어려움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줄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디지털 정보 취약계층은 사회·경제 활동에서 점점 소외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비대면 금융상품 구매를 경험한 50대는 6.3%, 60대 이상은 1.8%뿐이었다. 각 금융사가 비대면인 경우에만 제공하는 상품·서비스 혜택이 많은데 놓치기도 쉽다는 얘기다. 파격 할인을 제공하는 일반적인 인터넷 쇼핑의 이용률도 50대는 40.0%, 60대는 17.5%로 10~40대에 훨씬 못 미쳤다(한국인터넷진흥원, 2018년 기준).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관공서 행정 서비스 역시 비대면 방식 위주로 바뀔까 우려하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디지털 정보화 교육 과정을 늘리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배움나라(estudy.or.kr)’나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늘배움 국가평생학습포털(lifelongedu.go.kr)’ 등에 접속하면 공공 애플리케이션(앱)과 키오스크 사용법 등을 소개한 영상이나, 동네 관련 강좌를 검색할 수 있다. 서울시도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통해 50대 이상의 일자리 마련을 지원하면서 일부 ICT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정보화 교육 과정만 지난해 2000가지에 달했다. 다만 콘텐트 대부분이 주입식 교육이어서 흥미를 잃기 쉽거나 다양하지 못한 데다 장애인과 비도시 거주민, 저소득층을 위한 맞춤형 과정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황치성 언론학 박사는 “고령층에게 중·장년층 강사가 ICT 활용법을 외우라고 가르치면 효과가 떨어진다”며 “선진국처럼 교육 과정에 세대 간 교류 개념을 적극 포함시켜 손자뻘인 10~20대가 알려주도록 하면 같은 내용도 더 쉽고 친근하게 배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가 예로 든 싱가포르는 정부의 ILP(Intergenerational Learning Programme)라는 세대 간 학습 프로그램에 지역사회 청소년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 1~2시간씩 총 4회 고령층 대상 디지털 교육을 한다. 불특정 다수를 가르치는 기존의 단체 집합 교육이나 온라인 교육과 달리 대면의 일대일 방식이라 고령층이 선호한다. 또 ICT에 누구보다 해박한 세대에게 배워 이해가 잘 된다는 평가다. 청소년들도 사회 진출 전에 다른 세대를 이해하고 리더십을 기를 기회로 받아들인다. 연평균 1200명이 ILP에 교사·학생으로 참여 중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같은 고령층이라도 60대와 70대 이상의 특성 차이가 뚜렷해 세대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진선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선호하는 영상 교육은 능동적인 디지털 이용이 가능한 50대에게나 효과적”이라며 “70대 이상은 인터넷 활용도가 낮고 시력도 떨어져 일대일 대면으로 적응을 도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은퇴 직후라 사회 참여 욕구가 강한 60대에게는 창의성을 강조한 다양한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본인이 필요한 분야만 골라 선별·집중 학습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 연구원은 덧붙였다. 저소득층과 장애인, 비도시 거주민에게도 이런 식으로 각각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 과정을 개발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공포의 ‘.exe’ 공인인증서 폐지, 어르신도 손쉽게 민간 전자서명 길 열려
그간 ‘천송이 코트’ 등 숱한 논란 
카카오페이·패스·뱅크사인 등
모바일·생체·블록체인 인증 OK
디지털 정보 격차 줄일지 관심
 
말 많던 ‘공인인증서’가 21년 만에 사실상 사라진다. 공인인증서 이용이 어려워 디지털 정보 격차를 겪고 소외되던 고령층 등에 희소식이다. 지난 20일 국회는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마지막 관문인 본회의에서 전자서명법 전부개정법률안을 가결했다. 국가(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한 기관(현재 5곳)에서 발급해 이제까지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공인전자서명 제도를 폐지하고, 민간 기업이 발급한 다양한 전자서명에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관공서도 공인인증서 대신 민간 전자서명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새 법안은 11월 시행된다.
 
지난 1999년 전자서명법 시행으로 도입된 공인인증서 제도는 법적 효력이 강해 대부분의 관공서가 준수했다. 문제는 이용자가 PC에서 확장자명 ‘.exe’ 등의 파일을 많게는 5개 이상 필수로 설치해야 하는 등 발급 절차가 복잡한 데 있었다. 파일 설치가 제대로 안 되거나, 설치해서 공인인증서를 써도 PC가 느려지는 등 불편이 잇따랐다. 보안을 위해서라지만 “국민 불편을 담보로 보안성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만든 나쁜 제도”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정작 해킹 위협에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은 커졌다.
 
특히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이른바 ‘천송이 코트’ 논란으로 폐지론에 불이 붙었다. 중국에 수출돼 인기를 모은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속 주인공 천송이(전지현 분)가 입은 코트를 온라인으로 구입하려던 중국인들이 한국 공인인증서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해서다. 이에 금융당국은 2015년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을 폐지했다. 그럼에도 공인인증서를 쓰는 곳이 많아 불편은 여전했다. 그 사이 스마트폰이 대중화했지만, 고령층 등 디지털 정보화 취약계층일수록 PC의 공인인증서를 모바일로 옮기기도 어려워 시대에 더욱 뒤떨어진 제도가 됐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공인인증서 독점 폐지를 공약하고 당선되면서 정부가 관련 절차를 진행한 바 있다.
 
법 개정으로 11월부터 공인전자서명이라는 표현은 전자서명으로 바뀐다. 공인인증서 사용 범위와 권한은 크게 줄어들고 금융결제원 인증서로 신규 발급된다.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는 민간 전자서명 서비스는 벌써부터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카카오의 ‘카카오페이 인증’,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와 핀테크 기업인 아톤이 함께 만든 인증 애플리케이션(앱) ‘패스’, 전국은행연합회와 회원사들이 내놓은 ‘뱅크사인’ 등이다. 카카오페이 인증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만 깔려 있으면 다른 프로그램 설치 없이 지문인식 등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미 100곳 이상의 기관에서 1000만 명 넘게 사용 중이다. 최근 들어 카카오페이가 증권업에 진출한 데 따라 증권 거래에서도 빠른 서명으로 매매 단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누적 발급 1000만건을 넘어선 패스는 6자리 핀(PIN) 번호나 생체인식으로 1분 내 전자서명이 가능하다. 또 3년 유효 기간을 제공해 공인인증서(1년)보다 길다. 한 번 앱을 깔아 등록해두면 당분간 갱신 고민을 덜 수 있다. 뱅크사인은 은행권 거래에 특화한 서비스라 한 번 발급으로 여러 은행에서 사용할 수 있다. 역시 유효 기간이 3년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보안성을 확보했다.  
 
이들 외에도 비슷한 서비스 개발·출시에 나선 정보통신기술 분야 스타트업에 시장 진입 기회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 개정으로 인증 서비스 분야 기술력을 갖추고도 기존 제도 장벽에 가로막혔던 스타트업 수 곳이 급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고령층 등을 옥죄는 디지털 정보 격차 해소라는 부수 효과도 기대된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사회 취약계층에 도움이 될 만한 제도 개선”이라면서도 “이용자가 다양한 (민간) 인증서 중에서 옥석을 잘 골라낼 수 있도록 기업들이 차세대 보안 기술 강화, 사고 발생 때 보상 책임에 대한 세부 규정 수립 등 노력을 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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