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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재 曰] 리얼돌,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정영재 스포츠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정영재 스포츠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한국 프로축구 K리그가 지구촌에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코로나19에 강력하게 대응한 덕분에 한국은 가장 먼저 프로축구 리그를 개막했다. 37개국에서 K리그 경기를 중계한다.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K리그가 하루아침에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리얼돌 해프닝’ 때문이다. 지난 17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광주 FC의 경기에 성인용품인 리얼돌이 등장했다. 리얼돌은 피부 감촉이나 머리카락 등을 사람과 흡사하게 만든 성인용 인형이다. 서울 구단은 (주)달콤이라는 업체의 제안을 받고 마네킹 30개를 관중석에 배치했다. JTBC 중계를 보던 시청자들이 “리얼돌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했고,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총재 권오갑)은 FC 서울에 제재금 1억원의 징계를 내렸다. 연맹은 ‘K리그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했다. K리그에 많은 성원을 보내줬던 여성 팬들과 가족 단위의 팬들에게 큰 모욕감과 상처를 줬다’고 적시했다.
 
FC 서울은 뭇매를 맞고 있다. 벌금은 벌금대로 맞고, 축구팬의 항의에 시달리고, 모기업(GS)의 명예에 흠집을 냈다는 호통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실무자 두 명은 각각 대기발령, 업무정지 상태다. 서울 구단은 “프로축구연맹이 그 업체를 소개해줬다. 우리를 속인 그 업체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누가 봐도 일반 마네킹과는 다르고, 심지어 리얼돌이 든 피켓에 용품 브랜드와 성인용품을 소개하는 BJ 이름이 노출돼 있었다.
 
이 업체를 FC 서울에 소개한 프로연맹 간부 A씨도 감봉 3개월의 자체 징계를 받았다. 그는 “피규어 만드는 곳의 대표라는 이가 찾아와 무관중 경기 때 피규어를 활용하면 좋겠다고 했다. 연맹에는 각종 사업을 제안하러 오는 업체들이 많다. 서울 구단에 상황을 설명한 뒤 소개해 준 건 사실이다”고 했다. 결국 K리그의 인기에 편승해 성인용품을 홍보하려 한 업체의 농간에 이용당한 꼴이 됐다. 리얼돌은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7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선 ‘호날두 노쇼 사태’가 일어났다. 프로축구 올스타인 ‘팀K리그’와 이탈리아 명문 클럽 유벤투스의 친선경기가 열렸다. 세계적인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45분 이상 뛰기로 한 계약을 어기고 경기 내내 벤치를 지켰다. 호날두의 플레이를 보러 최고 40만원짜리 티켓을 사서 온 6만 명의 축구팬은 분노했다. 그 와중에 경기장 내 전광판식 A보드에 불법 스포츠 베팅업체 광고가 버젓이 노출되기도 했다.
 
여기에도 프로연맹과 ‘어떤 업체’가 등장한다. 축구 쪽 경험이 없는 에이전트의 제안을 연맹이 덥석 받아들이는 바람에 사달이 났다. K리그와 국내 축구팬이 철저히 우롱당한 사태를 초래하고도 연맹은 사과도 재발 방지책도 내놓지 않았다. 결국 ‘호날두 노쇼’ 로 홍역을 치른 지 1년도 안 돼 ‘리얼돌 쇼’라는 오물을 뒤집어썼다.
 
축구장엔 수많은 주의·주장·선동·상술이 출몰한다. 그만큼 축구가 폭발성과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적·종교적 메시지를 쓴 알몸의 남성·여성이 경기장을 질주하는 건 애교에 속한다. 일본 제국주의 상징 욱일기가 나부끼는 곳도, 인종주의자와 훌리건의 폭력성이 드러나는 곳도 축구장이다. 심지어 극단주의자들이 ‘가장 효과적인 테러의 포인트’로 삼는 곳도 이 곳이다. 이윤의 극대화가 목표인 상업 자본도 축구장을 비켜갈 리 없다.
 
이 모든 잠재적 위협군으로부터 축구장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 1억원 벌금을 맞은 FC 서울도, 1억원 벌금을 때린 프로연맹도 똑같은 무게로 국민에게 야단 맞아야 한다.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더 꼼꼼한 경기장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정영재 스포츠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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