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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승자 속단 일러…방역 결정, 총리보다 질본 우선권을

포스트 코로나 한국의 대응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질병관리본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등 보건·의료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사진은 21일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구급대원들이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 [뉴시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질병관리본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등 보건·의료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사진은 21일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구급대원들이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 [뉴시스]

“방역 부통령을 만들어서라도 제대로 된 특별기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정기석)
 

서울대·SNU국가전략위 포럼
중국발 입국 관리, 생활방역 전환
질본 중심 정책 펼쳐지지 않아

인사·예산 독립 등 강력 권한 줘야
질본·의협 확진자 자료 공유 필요
상설 국가의료안보위 설치 제안도

“보건부를 복지부에서 분리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상응하는 상설 의료안보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홍준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지 넉 달째 되던 지난 20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우리 정부와 시민사회, 세계보건기구(WHO)의 대응을 돌아보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대와 SNU 국가전략위원회의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팬데믹, 한국의 대응과 과제’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역 조직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는 청으로 승격이 예정된 질병관리본부(질본)의 독립성 강화다.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질본을 청으로 승격하는 일은 “빠를수록 좋다”며 “21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여야 간 공감대도 마련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형식적인 승격보다 중요한 건 독립적인 인사·예산권과 실질적인 정책 결정권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전임자였던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중국발 입국자 관리와 ‘심각’ 단계로의 위기경보 격상이 늦어진 점, 아무런 조치 없이 생활 방역으로 전환한 점, 초·중·고 등교 개학을 결정한 것 등을 보면 질본을 중심으로 방역 정책이 취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면서 “질본이 독립적인 결정권을 갖고 총지휘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적 관점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총리나 장관보다 우선되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홍준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역시 “의료와 방역의 전문가로서 독립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질본이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의료 현장과의 긴밀한 소통도 수월해질 것”이라며 공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중앙 정부 조직뿐 아니라 말초 조직인 지역 보건소로까지 보건 지침이 이어질 수 있도록 전국의 보건 방역 조직을 재정비해 일원화해야 한다”는 점도 제시했다. 박 부회장은 방역당국이 일선 의료진과 쌍방향 소통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덕분에 챌린지’ 같은 관 주도의 네이밍에 치우치는 동안 객관적 자료와 정보 공유 등에는 소극적이었다. 치료를 위한 임상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아 현장에서 깜깜이 식 진료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꼬집었다.
 
20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코로나 팬데믹, 한국의 대응과 과제’ 포럼. 전민규 기자

20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코로나 팬데믹, 한국의 대응과 과제’ 포럼. 전민규 기자

홍준형 SNU 국가전략위원장(서울대 행정대학원)은 질본의 청 승격과 함께 보건부를 복지부와 분리하고 상시적인 국가의료안보위원회를 설치해 ‘보건국가’의 체계를 갖출 것을 제안했다. 홍 위원장은 “국가 안보 개념에 ‘보건’이 추가되어 상설 컨트롤타워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질병관리청이 집행 기능을, 보건부가 정책 기능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정부의 방역 성과 자축을 경계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앞으로 몇 년을 갈 텐데 지금 잘했다는 게 과연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는 것인지는 속단하기 이르다”며 “전 세계 사망률을 (연령 분포 등을 보정해) 표준화시켜보면 우리나라 사망률(mortality)이 일본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결코 잘한 게 아니다. 신천지와 같은 특수 상황 때문에 착시효과가 났을 뿐이다”고 지적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국민과 지역사회의 참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좋은 결과를 이끌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정부가 미처 감당하지 못한 영역에서 이주민·장애인·성소수자 단체와 같은 시민사회단체(CSO·Civil Society Organization)들이 크게 기여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질본이 배포한 방역 지침을 이주민 단체가 여러 언어로 자체 번역해 이주민 사회에 배포했고, 장애인 단체도 자가격리된 장애인 환자를 돌보는 한편 장애인 재난 대책을 제안하고 매뉴얼 마련에 함께 했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앞으로 정부가 CSO와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시민사회와 함께 일하는 방법을 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소극적인 대응 등으로 비판을 받았던 WHO의 역할론도 거론됐다. 지영미 WHO 코로나19 긴급위원회 위원은 “(WHO를 대신할)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오는데, 현재 194개국이 참여하고 있고 유엔의 많은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는 WHO를 두고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신 국제보건규약(IHR)을 강화해 회원국들이 의무적으로 이행하도록 압박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18일 화상으로 열린 세계보건총회(WHA)에서도 IHR 강화가 언급됐다.
 
지 위원은 중국이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보를 WHO에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긴급위원회가 꾸려진 뒤 중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상당히 많은 내용을 꽤 잘 정리해서 공개했다. 다만 그 이전에 이미 바이러스가 많이 유행한 상태에서 보고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은 있다. 해당 국가가 질병 발생을 WHO에 보고해야 할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확진자 정보 공개 방역 도움 vs 사생활 침해, 법적 기준 정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공개와 관련해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 명확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방역 당국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코로나19 확진자의 이동 경로와 방문 장소를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대별로 인터넷에 공개해 왔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제34조 2항에서는 감염병 확산으로 ‘주의’ 이상의 위기경보가 발령되면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동선 공개가 개인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노출한다는 불만이 제기되자 방역당국은 지난 3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확진자의 거주지 세부 주소나 직장명 등은 공개하지 않도록 했다. 또 최근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자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익명검사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동선 공개를 축소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기수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 교수(전 질병관리본부 대변인)는 “정보 공개가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후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20일 ‘코로나팬데믹, 한국의 대응과 과제’ 포럼에서 “정보 공개는 단순히 국민의 알 권리 차원이 아니라 방역적 관점에서 추가 감염을 막는 데 굉장히 효과가 있다는 게 입증됐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되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까지 걱정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홍역 발생 시 감염자의 구체적인 방문 장소와 분 단위의 이동 시간을 정확하게 알려준다. 반면 우리나라 일부 지자체는 ‘○○동 소재 음식점’ 식으로 공개해 주민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나머지 음식점들이 피해를 보기도 한다”면서 “다만 정답은 없다.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민의 알 권리, 자율적 의사결정에 따른 방어권도 있지만 다른 한쪽에는 개인의 사생활, 영업 등 경제활동의 자유가 있어 기본권이 상충한다”면서 “국회가 법률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했다.
 
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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