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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 이론을 파티 잡담처럼 흥미롭게

신준봉 전문기자의 이번 주 이 책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뉴욕타임스 기고 과학 저자
아인슈타인·괴델 등의 이론 공략

국내 과학책 한 해 4000~5000권
양적 성장했지만 내실 아쉬워

짐 홀트 지음
노태복 옮김
소소의책
 
1990년 계간 창비 여름호에 이런 글이 실린다. ‘과학도서 출판의 현황과 과제’. 과학책 출판 활성화를 바라는 젊은 과학기술 전공자들의 모임인 ‘과학세대’가 필자다. 이 글에 따르면 88년 한 해 출간된 3만8000여 권의 단행본 가운데 ‘순수과학도서’는 657종에 불과했다. 전체의 약 1.7%. 당시 대학생 독서 실태 조사에서 감명 깊게 읽었다고 꼽은 10여 권 가운데 과학책은 한 권도 없었다. 과학출판 현실이 열악하다 보니 다른 분야에 비해 과학책 출간 종수와 판매 부수가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필자들은 걱정한다.
 
요즘 현실은 30년 전과 다르다. 한 해 출간되는 단행본 8만 권 가운데 과학책 비중이 5~7%인 것으로 추산된다. (사이언스북스 노의성 주간) 1년에 4000~5000권 출간된다는 얘기다. 최재천(1999년 『개미제국의 발견』), 정재승(2003년 『과학 콘서트』) 같은 ‘돈 되는’ 저자들이 등장한 게 컸다. 최근 몇 년 새 과학출판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2015년 스켑틱, 2017년 에피. 새로운 과학잡지들이 창간됐다. ‘과학책을 읽는 보통 사람들’, ‘과포화된 과학 드립’ 같은, 몇만 명씩 회원을 거느린 페이스북 커뮤니티도 생겨났다.
 
문제는 역시 내실. 다른 분야 책처럼 과학책 역시 충분히 팔리지 않기 때문에 괴롭다고 출판인들은 하소연한다. 인구가 우리의 세 배가량(1억2000만 명)인 이웃 일본의 한 해 단행본 출간종수가 8만 종으로 우리와 비슷하다. 우리 출판 시장은 공급이 많은 레드오션, 일본은 인구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종이 출간돼 판매는 더 잘 되는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코로나바이러스, 그밖에 원자력 발전·지구 온난화 등 미래 생존과 관련해 최소한의 과학 지식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과학 출판의 이런 맥 없는 현실은 우려스럽다고 할 수 있다. (주일우 이음출판사 대표)
 
아인슈타인(오른쪽)과 괴델.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둘도 없는 대화상대였다. [사진 소소의책]

아인슈타인(오른쪽)과 괴델.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둘도 없는 대화상대였다. [사진 소소의책]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는 당연히 올해 나오게 될 과학책 5000권 중 한 권이다. 제목 때문에 손이 간 건 아니다. 아인슈타인? 너무나 유명하다. 하지만 그의 상대성 이론의 의미는 솔직히 잘 모른다. 괴델? 이름조차 들어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결정적으로 감칠맛 나는 서문 때문에 내처 읽게 됐다. 저자는 책의 집필 의도가 칵테일 파티용 잡담 소재 제공이었다고 유혹한다. 심오한 과학 개념을 냅킨에 연필로 몇 번 휘갈기듯 핵심만 들춰 과학 문외한에게는 빛나는 통찰을, 전문가에게는 뜻밖의 반전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아인슈타인의 일반·특수 이론은 물론 양자역학, 군이론(群理論),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괴델은 이런 수학 이론을 만든 사람이었다!), 소수와 리만 제타 추측, 범주론, 위상수학, 이런 눈 돌아가는 과학·수학의 세계를 접하게 해주겠다는 거다.
 
어처구니없거나 때로 비극적이었던 과학자(수학자 포함)들의 인간적 요소도 잊게 않겠노라고 약속한다. 가령 현대 논리학자 가운데 가장 위대하다고 평가받는 쿠르트 괴델은 자신을 독살하려는 우주적 음모가 있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나머지 스스로 굶어 죽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본문만 480쪽에 달하는 책은 읽기 쉽지 않다. 문과 출신들에게 더 그럴 것 같다. 그렇다고 저자가 공수표를 내민 건 아니다. 기자가 임의로 정한 1~5 난이도 척도에서(숫자가 클수록 어렵다), 번역자 노태복씨는 3.5에서 4 정도 되는 것 같다고 평했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높다고 봐야 한다. 과학책 번역 15년 경력, 자기가 번역한 책, 이런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장애물을 숙지한 다음 마음을 가다듬고 책에 뛰어들면 수장된 보물들이 눈에 들어오는 책이다.
 
미국에서 2018년에 출간된 책은 저자가 뉴욕 타임스, 뉴요커 등에 20년간 기고한 글 가운데 간추려 묶은 것이다. 표제글 ‘아인슈타인이~’가 첫머리에 실려 있다.
 
두 사람은 “작고 비실비실한 반인반신(半人半神, 평균을 뛰어넘는 빼어난 지성을 이렇게 표현한 것 같다)”들이 모여 사는 웃기는 케케묵은 벽지,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고등과학연구소에서 실제로 만나 교류를 나눴다고 한다. 27살의 나이차가 문제 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이 물론 많았다)
 
둘의 인연을 소개한 다음 저자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물리법칙은 절대적이다. 모든 관찰자에게 동일하게 관찰된다는 뜻이다. 빛의 속력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빛이 가령 시속 100마일로 지나갈 때 60마일로 이동 중이던 관찰자가 100마일 속도의 빛을 보는 상황이 문제가 된다. 빛이 40마일 속도로 이동 중인 것으로 보인다면 앞서 언급한 절대적인 물리법칙에 위배된다. 아인슈타인의 해결책은 관찰자가 빨리 달릴수록, 이런 모든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는 또 다른 관찰자에게는, 애초 관찰자가 탄 차의 길이는 더 짧아 보이고 시간은 더 느리게 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애초 관찰자에게 앞서가는 빛의 속도가 100마일로 보인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인슈타인은 거리와 시간을 상대화한 것이다.
 
괴델의 정리는 이런 것이다. 그는 수학공식의 증명 가능성에 관심이 많았다. ‘나는 증명될 수 없다’. 이런 선언이 있다 치자. 이 선언이 거짓일 수 있을까. 거짓이라면 선언은 ‘나는 증명될 수 있다’는 게 된다. 이건 선언 내용을 변경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될 수 없다’는 선언은 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판단은 공식의 체계 바깥에서 이뤄진 것이다. 체계 내부에서는 증명될 수도, 반박될 수도 없기 때문에, 이런 속성을 갖춘 수학의 논리 체계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이게 괴델의 통찰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논의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수학은 완전한 지식이라는 여태까지의 이상을 산산조각 내버렸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런 요약을 읽는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 반짝했다. 물론 두 거인의 이론에 대한 온전히 이해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저자는 너무 깊게 가지는 않는다. 서문에서 약속한 대로다. 그렇다고 핵심을 어설프게 파악하거나 빠뜨린 것 같지도 않다. 난해한 과학 이론을 최대한 뼈를 발라 요리한 글쓰기다. 그런 방식으로 서문에서 언급한 과학과 수학의 괴물 같은 이론들을 건드린다.
 
이 책의 효용으로 세 가지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말했듯이 어렵지만 재미있다. 또 겸허해진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자명한 물리적 현실이 경합하는 과학·수학 이론들의 유동하는 흐름 가운데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그렇다는 얘기다. 마지막, 책을 읽는 순간 스스로의 두뇌 효율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맑아야 잘 읽힌다. 숙취 상태에서는 어려울 것 같다.
 
더 읽으면 좋은 과학책을 추천받았다. 사이언스북스 노의성 주간은 『코스모스』(칼 세이건),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전2권), 『원더풀 라이프』(스티븐 제이 굴드), 『우주의 구조』(브라이언 그린), 『우연과 필연』(자크 모노)을, 노태복 번역가는 『야밤의 공대생 만화』(맹기완), 『김상욱의 과학 공부』(김상욱),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정모), 『과학 콘서트』(정재승), 『통섭』(에드워드 윌슨)을 각각 추천했다.
 
신준봉 전문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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