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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한의 퍼스펙티브] 코로나19 시대, 사회적 합의 이끌 초협력적 리더십 절실

함께 건강한 살 만한 세상

퍼스펙티브 5/22

퍼스펙티브 5/22

미래가 급습했다. 우리는 매 순간 미래에 직면하며 살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앞당긴 이 미래는 너무도 빠르고 강력하며 전방위적으로 체감된다. 코로나19가 소나기처럼 지나가기를 바라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확진자 수가 줄어들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 보일 때도 있겠지만 무증상 감염의 특징과 지역사회 확산의 가능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언제든 예상치 않은 지점에서 폭발할지 모른다. 게다가 전 세계가 연결된 지금 한 국가만 안전한 것은 불가능하다.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로 바이러스 공격 빈번해지며
비대면 관계 일반화하고 여행·교역·산업구조 변화 예상
코로나로 인한 거대 변화와 인류에 닥칠 난제 대처하려면
다양한 관점, 전문성 통합·조율하고 판단하는 리더십 필요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새로운 바이러스의 공격 주기는 더욱 짧아지며, 백신으로 대응하는 기존 방식은 점점 더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사회 시스템의 변화는 더욱 광범위하리라 예측된다. 대인 관계는 온라인 대면으로 상당 부분 대체된다. 교육도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전할 것이다. 사람과 물자의 국가 간 이동이 제한받으며 여행부터 교역과 산업구조·외교에까지 변화가 생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일들을 초월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현재의 예측은 파편적일 뿐이다. 모두가 자신의 입장에서 부분적으로 예측할 뿐 누구도 확언하기 힘들다. 미래 문제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열악한 노동 환경이나 종교적 취약성, 사회안전망의 부재 같은 잠재해 있던 현재의 시급한 문제들까지 우리 앞에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복잡하고 전방위적인 난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누구도 완전한 답 못 가져
 
코로나19 이후 수많은 전문가가 등장했다. 전문가가 많다는 것은 문제가 매우 심각하거나 그 누구도 완전한 답을 못 가졌기 때문이다. 신종 바이러스로 촉발된 전염병이라는 의료적 문제로 시작했으나 경제·사회·심리·교육·복지·문화적 문제가 함께 얽혀있는 사회적 질병이며 인류사적 국면이기도 하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특성 때문에 전체를 파악하고 포괄적인 해결을 해야 하지만, 현재는 마치 눈 가리고 만져 부분적으로 해석한 코끼리가 모두 다른 형국인지 모른다. 하나의 원통이 보는 각도에 따라 사각형이기도, 원이기도 하듯 각자로서는 참인 정답을 서로 주장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러한 각기 다른 정답을 조율하고 전체를 조망해 판단하는 리더십, 다른 의견들이 경쟁이나 갈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너지 효과를 만들도록 이끄는 초 협력적 지도력이 필요한 시대다.
 
그러나 지난 세기 동안 각 분야의 전문성이 깊어지며 부작용으로 골이 깊어 왔기에 협력이 익숙지 않은 게 현실이다. 새로운 난제 해결을 위해 화학적으로 결합한 초협력을 위해 몇 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첫째, 문제 해결 중심. 코로나19라는 범사회적 문제 해결을 공동 목표 달성을 최우선시해야 하며 기회를 통해 이익을 취하려는 집단이기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둘째, 존중과 유연성. 다른 분야의 경험과 지혜에 대해 존중하고 협력을 위해 자신의 경험과 관점과 지식을 수정하고 양보할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로 함께 새로운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개방과 소통. 자신의 아집에 갇혀있지 않고 다른 의견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지속해야 한다.
 
이 시대에 필요한 초협력 리더십은 다양한 관점과 전문성을 아우르고 통합해 조율하고 판단하는 리더십이다. 분명한 목표와 큰 그림·비전을 제시해야 하며, 내부 경쟁심을 최소화하고 공감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서로 다른 관점 간 존중·협력·소통의 팀워크를 증진하여 최대 시너지를 끌어내야 한다. 의료부터 사회·교육·경제·국제관계까지 포괄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파와 이념, 관점과 이해관계, 세대와 경계를 초월하는 초 협력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전염 확산 방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적 관점과 사회 시스템 기능을 복구하려는 사회경제적 관점, 안전과 현실, 통제와 자유의 균형을 선택하는 판단은, 과학적 근거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초 협력적으로 끌어내는 고도의 정치 행위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협력의 원칙을 상기해야 한다. 공동의 목표를 끌어내고 상호 존중, 개방과 소통을 증진하는 기본 원칙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멀리, 그리고 빨리 가야 하는 순간
 
코로나19는 우리가 해결해 보지 못한 복잡한 난제다. 어느 시대의 전염병이 쉬웠던 건 없지만 과거의 어느 때보다 훨씬 더 복잡한 국제·사회·경제적 난제들이 얽혀있다. 정답도 없고 모범답안도 모호하다. 선례도 없고 롤모델도 없다. 전 세계는 그런 막막한 상황에 놓여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아프리카 격언이다. 그러나 지금은 빨리, 혹은 멀리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때가 아니다. 빨리, 그리고 동시에 멀리 가야 하는 시급한 순간이다. 그렇다면 ‘초협력으로 하나 된 함께’가 답이 아닐까.
 
싸우고 부딪히면서도 함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방안을 순발력 있게 찾는데 능숙한 다이내믹 코리아 아니던가.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난제를 우리만의 스타일로 도전해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양한 목소리가 뜨겁게 녹아 새로움을 만드는 초협력으로. 
 
학문간 장벽 없애 자유로운 지적 협력 이뤄야
“가지고 있는 연장이 망치뿐이라면 세상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말이다. 하나의 관점만을 가진다면 세상의 모든 문제는 자신의 틀 안에서만 보인다.
 
21세기에 접어들며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강조되는 것이 융합적 접근이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 방대하게 쌓인 지식이 19~20세기 동안 전공 단위로 체계화되며 전문가가 양성됐다.  
 
그러나 각 분야의 전문성이 깊어지는 만큼 경계가 깊어지고 단절되는 부작용이 따랐다. 또 기존의 한 영역에서 해결할 수 없는 환경·기후·도시·질병·빈곤 등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융합적 접근이 필요해졌다.
 
학문 간 협력 수준은 다음과 같이 나뉜다. 다른 영역 간의 통합 없이 독자적으로 접근하는 단학제성, 본래의 모습을 유지한 채 별도로 협력하는 다학제성, 학제간 통합을 이루는 간학제성, 통합의 수준이 높아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는 초학제성으로 구분된다. 다른 관점 사이의 벽을 넘어 학문 간 자유로운 지적 협력을 이뤄내는 것이 융합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초학제적 융합의 역할이다.
 
예를 들면 향후 방역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하자는 일부 의료계의 주장은 융합 추세에 역행한다. 이보다는 적극적 융합으로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지방자치단체 등 연관 행정조직에 의료전문가가 상시로 개입하고 협력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론과 현실의 간극을 없애는 협력도 큰 과제다. 미국 버클리대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새로운 4계급을 분류했다.  
 
원격근무 가능 계급, 필수노동 계급, 무임금 계급, 잊혀진 계급. 현재 상황을 진단하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원격근무 계급’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기에, 접속이 끊어진 ‘잊혀진 계급’의 삶은 디지털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국민의 생활 현장과 디지털 사각지대에 학계는 물론 국가의 관심이 더욱 커져야 한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 교수·하버드대 보건정책학 객원과학자·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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