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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토끼조차 지키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

LG전자가 경북 구미시의 TV 생산라인 2개를 인도네시아로 옮기기로 했다. OLED-TV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도 포함됐다. 옮기는 이유는 자명하다. 막대한 이전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옮기는 게 더 이익이어서다. 안타까운 소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국에 투자 유치 기회를 가져다줄 수도 있는 판국이기에 더욱 그렇다.
 

LG전자 등 기업들, 해외로 투자 엑소더스
‘탈중국 생산’의 기회 자칫 물거품될 수도
투자·일자리 늘리려면 노동·규제 혁신해야

지금 세계는 생산시설 재배치에 들어갔다. 코로나19로 인해 불어닥친 바람이다. 핵심은 탈(脫)중국이다. 미국은 중국 등지를 떠나 자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 기업에 막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250억 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리쇼어링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미 2조7000억원 탈중국 리쇼어링 펀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 각국도 ‘산업 주권’과 ‘자국 내 생산’을 외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 또한 현실화하고 있다. 본국으로 돌아가는 리쇼어링뿐이 아니다. 거대한 중국 시장을 노리면서도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인접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기 시작했다. 애플은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다시피 했던 아이폰·에어팟 생산시설을 인도·베트남 등지로 분산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중국에 인접한 우리나라에는 투자를 끌어들여 일자리를 늘릴 기회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연설에서 “우리에겐 절호의 기회”라며 “한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한 배경이다. 그러나 지금 같아서는 언감생심이다. 집토끼조차 붙들어 놓지 못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LG전자만 해외로 나가는 게 아니다. 지난해 국내 설비투자는 7.6% 감소한 반면, 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619억 달러(약 76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투자 엑소더스’ ‘투자 망명’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반대로 지난해 외국인들의 한국 내 투자는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 OECD 각국은 투자유치가 평균 6% 늘었으나 한국은 대폭 뒷걸음질쳤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융통성 없는 주 52시간 근로제, 험악한 노사 관계, 꼼짝달싹 못 하는 규제의 정글, 반기업·친노조 일변도의 정부 정책 등이 빚은 결과다.
 
정부는 이른바 ‘K-방역’에 기대를 거는 것 같다. 감염병 재앙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나라라는 인식이 퍼졌으니 그만큼 투자 유치에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는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해석이다. 인구가 한국의 두 배인 베트남은 코로나19 감염자가 고작 324명이다. 한국의 30분의 1도 안 된다. 사망자는 한 명도 없다. 인건비는 한국에 비해 20~30분의 1에 불과하다. 글로벌 기업이 어디를 택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한국의 강점인 정보·바이오 분야는 규제에 꽁꽁 묶였다. 멀쩡히 하던 ‘타다’ 사업마저 법을 고쳐 문닫게 했다. 이대로면 문 대통령이 말한 ‘절호의 기회’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해결책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하루빨리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길뿐이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규제를 혁신하는 게 시급하다. 이미 글로벌 생산시설 재배치는 시동을 걸었다. 우물쭈물하면 국내외 기업들은 발길을 돌린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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