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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보다 심한 경기침체 온다” 영국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 국채

19일(현지 시간) 영국의 수도 런던의 워털루역. 오전 러시아워임에도 불구하고 통행객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경찰관 몇 명만 눈에 띈다. [연합뉴스]

19일(현지 시간) 영국의 수도 런던의 워털루역. 오전 러시아워임에도 불구하고 통행객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경찰관 몇 명만 눈에 띈다. [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 중장기 국채를 발행했다. 동시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설립 324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기준금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마이너스 경제’ 뉴노멀 되나
3년물 채권 돈 몰려 -0.003%에 발행
영란은행 “올 성장률 -14%” 전망
324년 역사 첫 마이너스 금리 임박

‘금융 선진국’ 영국에서 유로존·일본·스위스·덴마크에 이어 채권과 기준금리가 모두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마이너스 뉴노멀’ 시대에 진입하겠다는 신호탄이 솟아오른 것이다.
 
영국 재무부 산하 부채관리청은 20일(현지 시간) 2023년 만기인 3년물 국채 38억 파운드(약 5조7109억원)를 입찰에 부친 결과, 총 80억 파운드가 몰리면서 사상 최저 수익률인 연 -0.003%에 매각됐다. 영국 정부가 2016년 1개월물 단기 채권을 마이너스 수익률로 일시 판매한 적은 있지만, 중단기 국채를 마이너스 수익률에 매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기준금리 사상 첫 마이너스 전망. 그래픽=신재민 기자

영국 기준금리 사상 첫 마이너스 전망. 그래픽=신재민 기자

마이너스 채권은 투자자가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사실상 수수료(보관료)를 낸다는 의미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투자자는 받을 돈이 줄어들어 손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입찰에서 응찰률은 발행량의 2.15배를 기록했다. 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으로 추가 하락(채권값 추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추후 경기침체가 심각해져 금리가 더 떨어지면 채권을 팔아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앤드루 베일리

앤드루 베일리

실제로 BOE가 조만간 마이너스 기준금리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앤드루 베일리(사진) BOE 총재는 이달 초만 해도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유지해 오다가 이날 하원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돌연 “입장이 조금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수단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마이너스 금리가 영국 금융 시스템에 적합할지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일리 총재 입에서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BOE 기준금리는 0.1%로 1694년 설립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3월 두 차례 걸쳐 기준금리를 0.75%에서 0.1%로 내렸다.
 
영국 통화 당국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이유는 영국이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했다는 평가와 함께 300년 만에 최악의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21일 기준 영국에서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환자는 3만5704명으로, 미국에 이어 ‘코로나19 사망 세계 2위’에 올랐다.
 
앞서 8일 BOE는‘통화정책 보고서’에서 올해 영국 성장률이 -14%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업률도 현재 4%에서 다음 달 9%까지 2배 넘게 치솟을 전망이다. 경제분석가들은 1709년 ‘대혹한(Great Frost)’ 이후 300여년 만에 최악의 경기침체가 덮치고 있다고 본다.  영국은 1·2차 세계 대전이 끝난 1919년과 1945년 각각 -8%, -4%의 성장률을 유지했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 시기를 능가하는 경기침체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영국마저‘마이너스 금리 국가클럽’ 가입 초읽기에 들어서자 투자자의 관심은 ‘코로나19 사망 세계 1위’인 미국에 쏠리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여전히 ‘제로 금리’가 마지노선이라며 못을 박고 있지만,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은 공격적으로 Fed의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파월이 19일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우리가 가진 모든 도구를 총동원할 것”이라고 서면 발언한 것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도 가능하다는 뉘앙스를 남겼다.
 
월가 “미 Fed 기준금리 마이너스로 떨어뜨릴 가능성 23%”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Fed 정책 방향에 대한 투자자 전망을 반영하는 금리 옵션은 미 기준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을 23%로 보고 있다. 이달 초보다 두 배 넘게 뛴 수치다.
 
세계 주요국의 마이너스 기준금리 도입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21일 “싱가포르의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오버나이트(하루짜리) 대출 금리가 지난 1월 최고점인 1.68%에서 이날 0.02%까지 내렸다”며 “싱가포르는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하기 일보 직전”이라고 전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13일 “마이너스 금리를 준비하기 위해 금융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너스 뉴노멀’ 시대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회사채 매입보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게 경제 위기를 벗어나는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JP모건은 “만약 -0.01%포인트 수준에서 1~2년 정도만 유지한다면, 효용은 비용을 넘어설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일본 스미토모 미츠이 트러스트 뱅크의 아야코 세라 전략가는 “Fed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시장에 심각한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미국 기업 상당수가 회사채에 의존하고 있어 기준금리가 0% 아래로 떨어지면 시장 교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사태로 부실을 떠안아야 할 은행의 수익성은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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