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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독거노인에 우유배달 목사님, 골드만삭스도 반했다

호용한 ‘어르신의안부를묻는우유배달’ 이사장(오른쪽)과 우유 배달 협약식에 참가한 김봉진 배달의민족 창업자. 왼쪽 위는 골드만삭스가 지난 20일 호 이사장에게 보내온 e메일. 문희철 기자

호용한 ‘어르신의안부를묻는우유배달’ 이사장(오른쪽)과 우유 배달 협약식에 참가한 김봉진 배달의민족 창업자. 왼쪽 위는 골드만삭스가 지난 20일 호 이사장에게 보내온 e메일. 문희철 기자

“10만 달러(약 1억2300만원)를 보조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호용한 목사에 10만 달러 또 기부
“일곱번 망했던 김봉진 배민 회장
성공해서 비용 다 책임질 것 장담”
골드만삭스, 배민의 기부 의심해
감사 벌이다 감동 15만 달러 쾌척

20일 새벽 호용한(61) 서울 성동구 옥수중앙교회 목사가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로 부터 받은 e메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구호를 위해 자선펀드 골드만삭스 기브즈(Goldman Sachs Gives)가 10만 달러를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에선 호용한 목사와 삼성서울병원 단 2곳만 지원대상이다.
 
미국 월가의 금융기관이 왜 금호동 산 중턱 작은 교회의 호 목사를 지원하기로 했을까. 호 목사가 사단법인 ‘어르신의안부를묻는우유배달’의 이사장이라서다. 이 단체는 독거노인에게 매일 아침 우유를 배달한다. 우유 배달원이 전날 배달한 우유를 독거노인이 수령하지 않은 경우, 즉시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자에게 알린다. 혼자 사는 노인이 아프거나 쓸쓸하게 숨을 거뒀다면 24시간 이내엔 인지할 수 있다. 호 목사는 “우유를 통해 독거노인의 안부를 묻고 희망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호 목사는 이 교회에 부임한 건 2001년. 이 일대가 일용직 근로자가 주로 사는 달동네였을 때다. 가파른 산 중턱을 힘들게 오르는 이들을 볼 때마다 칼슘이 풍부한 우유를 챙겨주고 싶었다.
 
2003년, 처남 임현순 마카스시스템 대표가 3년간 후원을 약속했다. 180ml 우유 한 팩을 한 달 동안 배달하려면 한 명당 2만1000원이 들었다(2003년 기준). 100명이면 210만원이었다. 매달 딱 210만원을 받아 정확히 100명에게 매일 우유를 배달했다.
 
3년이 지나자, 이번엔 옥수중앙교회 교인들이 바턴을 받았다. 25명이 매달 각각 10만원씩 6년 동안 갹출했다. 2011년엔 25명의 후원금을 다 짊어지겠다는 집사가 나타났다. 국내 최대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창업한 김봉진(44) 우아딜리버리히어로아시아 회장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 교회에 다닌 김 회장은 25인의 후원자를 보면서 “언젠가 사업에 성공해서 우유 배달 비용을 다 책임지겠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그사이 “사업만 일곱 번 말아먹은 거로” 호 목사는 기억한다. 호 목사는 “김 회장이 신규 사업을 할 때마다 개업 예배를 드렸다”며 “갈 때마다 ‘또 망했냐?’고 물었더니 ‘할 수 없죠’라며 민망하게 웃더라”고 말했다.
 
김 회장의 8번째 사업이 배달의민족이다. 호 목사는 “김 회장이 우유 배달을 좋아해서 사명도 배달의민족으로 결정한 걸로 들었다”고 했다. 창업 6개월 차 적자 벤처기업 창업자가 월 500만원을 후원하겠다고 큰소리치자, 호 목사는 “7번 망한 사람이 8번째는 성공할까 싶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김봉진 회장은 7년째 약속을 지키고 있고, 후원금도 2배로 늘렸다(월 1000만원). 우유를 매일 마시는 독거노인도 250명으로 늘었다.
 
한 번도 흑자를 못 낸 벤처기업의 기부를, 3600만 달러(440억원)나 투자한 골드만삭스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2012년 골드만삭스 홍콩 본사에서 2명을 파견해 감사를 벌였다.
 
호 목사는 “영어를 막 쓰는 까만 머리 외국인 2명이 교회에 왔는데, 독거노인에게 우유를 배달하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 며칠 후 골드만삭스는 15만 달러(1억8500만원)를 기탁했다.
 
이 돈으로 호 목사는 사단법인 ‘어르신의안부를묻는우유배달’을 설립했다. 배달 시스템도 갖췄다. 연간 1억원을 내는 최대 후원자 매일유업을 비롯, 20개 기업과 500여명의 개인 기부자가 후원한다. 덕분에 서울시 16개구 2000여명의 독거노인은 오늘도 매일 아침 신선한 우유를 받는다. 이번에 골드만삭스의 추가 기부금을 받으면, 현재 혜택을 못 받는 서울시 4개구 600명에게도 우유를 배달할 계획이다.
 
호 목사는 사단법인에선 월급을 한 푼도 안 받는다. 지난해 공인법인 결산서류에 따르면, 이 단체가 공시한 지난해 지출 항목은 간사 인건비(한 달 80만원)와 업무용 노트북 구매비(2개), 우유 구매비가 전부다. 우유 배달 대상자 선정은 구청에 맡긴다.
 
호용한 목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정부가 관리할 수 있지만, 차상위 계층까지 관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 우리가 우유를 배달한다”며 “풀뿌리처럼 산재한 대한민국 교회가 함께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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