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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간송 보물 경매에 뒤숭숭 “안타깝지만, 올 것이 왔다”

2008년 서울 간송미술관 본관(보화각)에서 열린 ‘보화각 설립 70주년 서화대전’. 석봉·추사 등의 서화를 보려는 인파가 전국에서 몰렸다. [연합뉴스]

2008년 서울 간송미술관 본관(보화각)에서 열린 ‘보화각 설립 70주년 서화대전’. 석봉·추사 등의 서화를 보려는 인파가 전국에서 몰렸다. [연합뉴스]

한국 고미술·문화재의 보고(寶庫) 간송미술관이 82년 역사 이래 처음으로 소장품을 경매에 내놓는다는 중앙일보 보도가 나온 21일 문화재 및 박물관 관계자들은 “올 것이 왔다”면서도 “안타깝고 착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간송 국보·보물 상속세 안 내지만
비지정 문화재 수천 점 관리 부담
일반 전시 늘린 것도 재정난 한몫
“문화재 구입 등 정부 차원 대책을”

 
간송(澗松) 전형필(1906~62)의 유지를 지켜온 후손들이 3대째에 이르러 상속세 부담 등 재원 문제로 고심해 온 것은 문화계에선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미술관 측은 5000여 소장품 가운데 핵심 부문인 회화 및 도자기를 제외하고 고심 끝에 금동불상 2점을 내놓았다고 한다. 오는 27일 케이옥션에 출품되는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입상’은 각각 통일신라시대·삼국시대 유산으로 간송 타계 직후인 1963년 보물 284호·285호로 지정됐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사장 전영우)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소장품 매각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할 수밖에 없게 돼 송구하다. 간송의 미래를 위해 어렵게 내린 결정이니 혜량해 달라”고 밝혔다. 재단 측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가장 큰 이유로 미술관 재정난을 들면서 전성우 전 이사장(간송 전형필의 장남)이 타계하면서 “추가로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비용 부담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전화 통화에서 “간송 뜻을 생각하면 많은 이가 향유할 수 있는 박물관·미술관에 소장돼야 하는데, 시장 경매 땐 결과를 알 수 없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개인에게 낙찰되면 일반인과 연구자가 접근할 경로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매입 의사와 관련해선 “살펴봐야겠지만 추정가가 각각 15억원이라 한정된 예산의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간송이 어떻게 모은 보물들이냐. 본래 자리에 있는 게 최선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진작 상속세 문제가 회자됐는데, 정부 주무부처가 특별법 마련 등에 소극적이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등록문화재가 된 서울 ‘보화각’. 2층짜리 건물로 1938년 건립됐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등록문화재가 된 서울 ‘보화각’. 2층짜리 건물로 1938년 건립됐다. [연합뉴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 및 시·도지정문화재와 이를 소장하고 있는 토지는 상속세가 비과세된다(제12조).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지정문화재는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 ‘혜원 신윤복 풍속도화첩’(국보 135호) 등 총 48건이다(국보 12점, 보물 32점, 시·도지정 4점 등 동산 42점과 건조물 6건). 이들 외 수천 점에 이르는 비지정문화재와 미술관 건물이자 등록문화재인 ‘보화각’도 있다. 같은 법 제74조(문화재자료 등의 징수유예)에 따르면 등록문화재와 공익법인 성격의 박물관‧미술관에 전시‧보존 중인 자료는 상속세액 징수가 유예된다. 이렇게 유예된 상속세액은 해당 문화재를 유상으로 양도하거나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박물관 폐관 등)로 이를 인출하는 경우에만 징수된다. 간송미술관은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박물관 등록을 지난해 9월 마쳤다.

 
간송미술관은 간송의 타계 이후 장남 전성우(1934~2018), 차남 영우(80), 장손 인건(49)씨 등이 지켜왔다. 전성우 관장이 상속했을 당시에도 엄청난 상속세가 문제됐지만, 당시 문화계 인사들의 목소리에 세무당국이 배려한 것으로 알려진다.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는 “상속세법에 문화재보호법이 반영되는 등 절차가 투명해진 후론 편법은 있을 수 없는 분위기”라며 “자칫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속세와 별개로 재정난 해소를 위해서라도 일부 문화재 처분이 불가피한 상황이기도 하다. 간송미술관 관계자는 “2013년 간송미술문화재단 출범 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전시 등 대민 서비스를 넓혔지만 그게 오히려 재정적 압박으로 돌아왔다”면서 “자립적 운영 자금 확보 차원에서라도 이번 경매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간송 전기를 쓴 이충렬 작가는 “간송 수집품은 세계 박물관·미술관 중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상징성과 민족적 자부심 그리고 미술사적 가치를 갖고 있다”면서 “문화재청과 국립박물관 등의 문화재 구입 예산 확대 등 정부 차원의 전향적 태도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케이옥션은 21일 오후부터 서울 강남구 본사 전시장에서 사전 예약자에 한해 두 불상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27일 경매도 본사에서 이뤄지며 시작가는 당일 현장에서 결정된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지정문화재의 해외 반출·판매는 금지되지만 국내 매매는 가능하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 수정: 2020년 5월23일 
 
앞서 본 기사는 문화재법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국가지정문화재 및 시·도지정문화재와 이를 소장하고 있는 토지는 상속세가 비과세되지만 비지정문화재 및 등록문화재는 세 부담이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지만 정확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4조(문화재자료 등의 징수유예)에 따르면 등록문화재와 공익법인 성격의 박물관‧미술관에 전시‧보존 중인 자료는 상속세액 징수가 유예됩니다. 이렇게 유예된 상속세액은 해당 문화재를 유상으로 양도하거나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박물관 폐관 등)로 이를 인출하는 경우에 징수됩니다. 간송미술관은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박물관 등록을 지난해 9월 마쳤습니다. 이에 따라 본문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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