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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북 핵·미사일과 재래식 무기 개발은 구별해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차제에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전략미사일을 실험·생산하는 문제와 재래식 무기를 개발하면서 훈련·시험하는 문제는 확실히 구별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서교동 창비서교빌딩에서 진행한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와 대담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북이 스스로 필요한 안보 상황에 조치하는 것까지 우리가 문제 삼자고 들면 오히려 문제를 풀 수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대담 내용은 22일 출간되는 계간지 『창작과 비평』 2020년 여름호에 담겼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연합뉴스]

◇“우리도 연중 훈련하고 새 무기 개발”=임 전 실장의 주장은 ‘(지난 3월) 북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에 대한 청와대의 유감 표명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힐난조로 비난한 것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답하면서 나왔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쏜 초대형 방사포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판단했다.

 
임 전 실장은 “김여정 부부장이 이야기했다는 건 북이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로 낸 것”이라며 “북은 우리보다 작은 규모의 훈련을 한달지 또는 어떤 재래식 무기를 개량하고 생산하면서 그걸 시험한달지 하는 것을 자위권에 해당하는 문제로 본다. (…) 그런데 우리는 북이 재래식 무기를 시험발사 할 때마다 어떤 관성으로 습관처럼 반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연중으로 훈련하고 새 무기를 개발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임 전 실장은 북한의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이면 사거리와 무관하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사실은 거론하지 않았다.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한·미 연합훈련은 축소되거나 취소된 반면,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멈추지 않고 있는 점도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3월 29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이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같은 달 2일, 10일에도 같은 발사체를 시험 발사했다. 사진은 30일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3월 29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이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같은 달 2일, 10일에도 같은 발사체를 시험 발사했다. 사진은 30일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 [연합뉴스]

◇“북·미 진전 없으면 문 대통령 밀고 가려 할 것”=임 전 실장은 또 북·미 대화의 진척 여부와 별개로 남북 간 교류·협력을 심화할 수 있도록 “유엔 제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일을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협력 사업의 걸림돌로 대북 제재 문제를 꼽으면서다.
 
그는 “지금처럼 제재를 너무 방어적으로 해석해서는 남쪽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만약 올해도 북·미간 진전이 없다면 미국과 충분히 소통하되 일부 부정적인 견해가 있어도 일을 만들고 밀고 가려 하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은 월경(越境)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 물자가 넘어가면 무조건 규제하려 하는데, 말이 안 된다. 이를 해결하면 산림협력과 철도·도로 연결도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얽힌 일화도 전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이 그 무렵(2018년) 여름에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됐는데 꽤 압박을 가합니다. 말하자면 자기가 다시 파악해서 ‘오케이’ 하기 전까지 ‘올 스톱’하라는 거예요. (…) 최고위급에서 소통이 이뤄지고 여기에 한·미연합사와 거의 매일 이야기하면서 만들어 온 걸 특별대표 한명 임명됐다고 상황을 스톱시킬 수는 없잖아요. (…) 그래서 제가 대통령께 보고드렸고, 대통령께서 연락사무소 설치와 군사합의에 관한 남북 간 합의사항을 승인하시고 밀고 가신 거거든요, 비건이 들어오기 전에.”

 
임 전 실장은 “미국에서 우리로 치면 국장·실장급이 안 된다고 하면 우리는 부서 전체가 아무런 결정도 못 하는 지금 같은 태도로는 우리가 더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며 “남북 간에 뭔가를 밀고 가려면 우리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태도”라고 주장했다. 이를 “정상화”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도 이걸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캐릭터 굉장히 솔직하고 당당”=임 전 실장은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 할 일로 남북정상회담을 꼽았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의 상시화를 위해 판문점회담을 기획했던 일을 떠올리며 “정상회담이 필요하면 언제든 만나겠다고 했던 것을 지금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훈 국정원장, 문 대통령,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김 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훈 국정원장, 문 대통령,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김 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중앙포토]

4·27 판문점회담 때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인상에 대해서는 “캐릭터가 굉장히 솔직했다. 솔직하면서도 당당한…(캐릭터였다)”이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임 전 실장이 전한 4·27 회담 후일담은 이렇다. “(회담 전) 진짜 궁금했던 것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였어요. 일부 보수언론이 말하는 그런 걱정스런 모습이라면 정말 큰 일 아닙니까. 그래서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많이 하고 갔는데요. 회담 내내 배석해서 계속 두 정상의 대화를 지켜봤는데, 끝나고 나서 제 느낌은 안심과 기대였습니다. 대통령과 이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상당히 확고한 의지를 읽을 수 있어서 무척 안심했습니다.”
 
임 전 실장은 이어 “남북문제에서의 어떤 변화와 함께 정치적 역할이 있으면 하겠다”며 “그게 꼭 제도정치여야 한다면 솔직하게 설명 드리고 그걸 할 것”이라고도 했다. 당장은 자신이 과거 몸담았던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으로 복귀하지만, 상황에 따라 입각이나 대북 특사 등의 정치적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앞서 그는 지난해 11월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며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었다. 그는 재단 활동과 관련해선 “아태(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및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을 자주 만날 수 있도록 만들어서 1.5 트랙(반관 반민)에서 남북 간의 협력을 지원하는 역할까지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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