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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스릴러 뺨치는 충격 반전,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기자
한형철 사진 한형철

[더,오래] 한형철의 운동화 신고 오페라 산책(25)

201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대중가수 최초로 밥 딜런(Bob Dylan)이 선정되었습니다. 그가 지은 노래 가사의 문학성을 인정받은 것이지요. 그를 우리는 시대의 ‘음유시인’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음유시인(吟遊詩人)은 중세 유럽에서 떠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던 이들을 일컫는 말이지요.
 
가요계에서는 주로 밥 딜런 그리고 그의 연인이기도 했던 존 바에즈(Joan Baez)와 같이 읊조리듯 노래하거나 미성으로 담담하게 노래하는 가수들에게 이 명칭을 붙이곤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김현식과 김광석 그리고 정태춘∙ 박은옥 등이고, 우리는 그 음유시인들의 ‘시처럼 음악 같은’ 노래에 위안을 받곤 하지요.
 
음유시인(트로바토레), 밥 딜런. [사진 Flickr]

음유시인(트로바토레), 밥 딜런. [사진 Flickr]

 
1853년 베르디가 발표한 〈일 트로바토레〉는 제목처럼 음유시인이 등장하는 오페라입니다. 시기적으로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와 함께 베르디의 오페라 중 가장 인기 있는 ‘빅3’지요. 스릴러 추리 소설을 방불케 하는 반전의 스토리에 베르디만의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고, ‘대장간의 합창’ 등 유명한 아리아도 많은 작품이랍니다.
 
북소리가 요동치다 막이 오르면 백작의 근위대장이 선대 백작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지요. 그런데 내용이 심상치 않습니다. 백작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어느 날 집시 노파가 작은 아이를 무서운 눈으로 쳐다보기에 쫓아 버렸답니다. 그 후 그 아이가 고열에 시달리며 병이 나자, 백작은 집시 때문이라며 그녀를 불태워 죽였다는 거예요. 그 후 작은아들이 사라졌고 백작은 큰아들에게 없어진 동생을 꼭 찾으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하네요.
 
성안에서 레오노라가 사랑하는 음유시인 만리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레오노라에게 구애 중인 루나 백작이 그녀를 만나러 가는 중인데, 멀리서 레오노라를 그리워하는 음유시인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레오노라는 어둠 속에서 백작을 만리코라고 착각하여 뛰어가 그를 포옹합니다. 뒤늦게 진짜 만리코가 나타나자 그녀는 백작을 밀어내고 그에게 안기지요. 질투심이 불타오른 백작은 만리코가 정적의 측근인 것을 알고는 레오노라에게 “당신의 사랑이 그놈의 사형선고”라며 그와 결투합니다. 장면이 바뀌면, 집시들이 유명한 ‘대장간의 합창’을 힘차게 부르며 역동적인 삶을 노래합니다.
 
 
아주체나가 아들 만리코에게 옛날 자신의 어머니가 무고하게 화형당했던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불길에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 그녀의 무섭고 슬픈 사연이 새벽의 산속에 깊이 울려 퍼집니다. 그녀가 어미의 복수를 위해 황급히 백작의 아들을 납치해 불 속으로 집어 던졌는데, 나중에 보니 끔찍하게 타 죽은 아이가 백작의 아들이 아니라 자신의 아들이었다는 것이지요.
 
충격적인 과거의 사실로 인해 트라우마를 갖게 된 아주체나. [사진 Flickr]

충격적인 과거의 사실로 인해 트라우마를 갖게 된 아주체나. [사진 Flickr]

 
이때, 만리코가 결투에서 죽었다고 믿은 레오노라가 상심하여 수녀원으로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뒤도 안 보고 달려가는 만리코. 수녀원에서 입회 전례를 준비 중인 레오노라는 만리코가 없는 이 세상에서 모든 희망과 기쁨을 잃었다며 슬퍼하지요.
 
수녀원에 그녀를 납치하려고 백작이 들이닥치고, 때맞춰 부하를 거느린 만리코가 그들을 습격하지요. 레오노라는 만리코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며 기뻐합니다. 결국 눈앞에서 레오노라를 만리코에게 빼앗긴 백작은 그 치욕을 갚으리라 다짐하지요.
 
백작과의 전투를 앞두고, 만리코와 레오노라는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허나, 비극은 가장 기쁜 순간에 예고되는 법. 아주체나가 백작에게 체포되었는데, 그녀가 예전에 화형당한 집시의 딸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녀가 화형에 처해질 것이란 소식에, 만리코는 흥분하여 아리아 ‘타오르는 저 불꽃을 보라’를 부릅니다. 그는 레오노라에게 자신은 그녀의 연인이기 전에 어머니의 아들이라며, 어미를 구하려고 혼자 적진으로 향합니다. 이 아리아는 마무리에 테너의 하이 C가 짜릿하게 열창되는 짧지만 감동적인 곡이랍니다. 이 오페라에서 제일 유명한 곡이지요.
 
 
어머니를 구하러 왔던 만리코는 도리어 백작에게 포로로 잡히는 신세가 되었답니다. 그를 구하려는 레오노라는 백작에게 만리코에 대한 자비를 간청합니다. 허나, 질투에 불탄 마음이 연적을 풀어줄 리는 없는 일이지요. 백작은 그녀가 만리코를 사랑할수록 더욱 그를 죽이고 싶어진다며 단호히 거부합니다. 결국 그녀는 만리코를 살려준다면 백작을 받아들이겠다고 제안합니다. 남자로서 사랑하는 여인에게 그런 제의를 받는다는 것은 굴욕이건만, 백작은 만리코의 석방을 명령하고 레오노라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독약을 마십니다.
 
감옥에서 만리코는 죽음을 앞두고 불꽃 트라우마로 인해 흥분한 아주체나를 진정시키고 자장가를 불러줍니다. 그때 레오노라가 나타나서 백작이 석방하기로 했으니 빨리 도망치라며 쓰러집니다. 만리코가 놀라서 달려가 그녀를 안았으나, 이미 그녀는 전신에 독약이 퍼졌답니다. 그때 백작이 등장하고, 그녀에게 속았음을 알게 된 백작이 만리코를 처형하자, 아주체나는 백작에게 “당신은 당신의 동생을 죽였다!”라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고 막이 내립니다.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많은 희생을 겪어야만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될까요? 언제나 서로를 사랑하며 보듬을 수 있을까요? 밥 딜런의 노래처럼, 바람이나 알 수 있는 일인가 봅니다. 그의 담담한 시가(詩歌)인 ‘Blowing in the wind’의 가사가 안타까운 우리의 마음을 다시 한번 적십니다.
 
 
오페라 해설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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