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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50일째 알품는 독수리 부부, 월동지 한국서 '2세' 본다

독수리 부부가 월동지 한국에서 2세를 볼 날이 머지않았다.

50여 일째 알 품는 독수리 부부

전 세계에 1만여 마리만 남은 희귀조류인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1호)의 고향은 몽골이다. 번식지·서식지도 마찬가지다. 독수리는 매년 11월이면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이듬해 3월 중순께 고향 몽골로 돌아간다. 이 중에서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월동지가 조성되고 먹이 주기가 이뤄지는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 장단반도에 매년 가장 많은 700여 마리가 찾아와 겨울을 난다.
 
지난 19일 오후 장단반도 독수리 월동지와 인접한 민통선 바깥지역인 파주시 적성면 한국조류보호협회 조류방사장. 280㎡ 규모 철망으로 둘러친 조류방사장 내에는 날개를 다친 독수리 50여 마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조류방사장 한쪽 철망으로 분리된 별도의 80㎡ 규모 공간엔 독수리 부부 단둘만이 있다. 암컷은 50㎝ 높이로 고라니 털을 푹신하게 쌓아둔 부화장에서 앉아 있다. 잠시 후 조심스럽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옆으로 옮겨 앉아 휴식을 취했다. 암컷이 일어난 자리엔 직경 6㎝가량 크기의 독수리 알 한 개가 보였다. 수컷은 암컷이 알을 품는 동안 옆에 선 채로 주위를 경계했다. 암컷이 지치면 수컷이 번갈아 가며 알을 품는 모습도 목격됐다.  
 
20일 한국조류보호협회에 따르면 독수리 부부가 알을 품기 시작한 건 지난 3월 말. 현재 50여 일째 알을 품고 있다. 독수리는 55∼60일간 알을 품는다. 독수리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올 날이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독수리 부부의 알 품기 대장정 돌입에 조류보호협회 측은 성공적인 부화를 위해 만반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우선 방사장에 대한 일반 관람을 전면 중단시킨 가운데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이곳을 관리·운영하는 한갑수(67)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시지회장은 “알을 품고 있을 때 독수리가 예민한 상태여서 주변 소음이나 동료 독수리, 사람의 접근 등에 놀라 허둥대다 알을 깨뜨릴 수 있어 부화장 주변 출입을 완전히 봉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한국조류보호협회 조류방사장 내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다 잠시 휴식 중인 독수리. 한국조류보호협회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한국조류보호협회 조류방사장 내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다 잠시 휴식 중인 독수리. 한국조류보호협회

협회 측은 또 주변 공사장 측에 소음을 줄여달라고 요청하고, 폐쇄회로 TV(CCTV)를 통해 24시간 알 품기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독수리 부부가 놀라지 않도록 닭고기 등 먹이도 한갑수 지회장 부부만 들어가 주고 있다.
 
앞서 이곳에서는 한 독수리 부부의 눈물겨운 5전 6기의 알 품기 사투가 벌어졌다. 이 부부는 2살 때이던 지난 2000년 11월께 고향 몽골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파주 장단반도로 날아왔다. 이들은 파주로 온 직후 전깃줄에 걸려 날개에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구조됐다. 이후 문화재청·파주시·한국조류보호협회 등이 조성한 조류방사장에서 생활해 왔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짝짓기하며 ‘부부의 연’을 맺고 새끼를 갖기 위해 노력한 시점은 11년 지난 2011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들은 다정한 모습으로 어울려 지내며 수차례 짝짓기를 했다. 이어 나뭇가지를 모아 둥지를 튼 뒤 암컷이 알을 품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중하게 품었던 것은 알이 아니라 돌멩이였다. 새끼를 간절히 원했던 암컷이 일종의 ‘상상임신’을 했다.
 
이후에도 부부는 번식기인 3∼4월이면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서로의 얼굴과 몸을 비비며 깊은 사랑을 나눴다. 이들은 이듬해인 2012년부터 2017년 봄까지 6년간 매년 실제 알 하나씩을 낳았다. 알을 낳은 뒤 암컷은 정성껏 품었고, 수컷은 방사장에 있던 다른 독수리들의 접근을 막았다. 암컷이 먹이를 먹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시 둥지를 비우면 수컷이 알을 대신 품었다. 그만큼 부부의 애정은 각별했다.
 
하지만 부부 독수리는 여섯 차례 모두 부화에 실패했다. 알을 이리저리 굴리다 깨뜨린 적도 있다. 공사장 소음이 들리거나 외부인이 가까이 접근하는 바람에 놀라 허둥대다 품고 있던 알을 깨뜨리기도 했다. 독수리의 평균 수명(30∼40년)을 고려하면 올해 22살인 이들 독수리 부부는 사람으로 치면 ‘중년’에 접어들었다.
한갑수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시지회장이 조류방사장에서 다친 독수리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한갑수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시지회장이 조류방사장에서 다친 독수리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서 번식 성공하면 멸종위기 벗어날 수도”

한갑수 지회장은 “이 부부가 다시 알을 품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방사장 내 다른 독수리 부부가 알을 품은 것일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어찌 됐던 독수리 부부의 타향에서의 2세 번식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백운기(58) 전 한국조류학회장은 “세계적인 멸종위기 조류인 독수리가 월동지 한국에서 처음으로 자연상태에서 번식에 성공하게 되면 독수리가 멸종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파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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