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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영양 많은 콩밥 '큰집'에서 먹지 말고 집에서 먹자

기자
이태호 사진 이태호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76)

“콩밥을 먹다”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 얼핏 건강식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말하는 타이밍에 따라서는 징역살이를 떠올리게도 한다. 상대에게 “니 콩밥 좀 먹을래! 콩밥 좀 먹여줄까?”하면 협박이나 악담으로 들린다. 이유는 식량이 귀했던 시절 죄수들에게 콩(메주콩) 섞인 보리밥을 먹였기 때문이다.
 
죄지은 사람에게 서민도 못 먹는 그냥 밥을 먹인다는 게 정서에 맞지 않았거나, 곡식이 귀해 그랬을 게다(는 짐작). 그것도 아니면 콩(대두)의 원산지가 한반도라 가장 값싸고 영양가 높은 농산물이라서 그랬을까. 자칫 잘못 먹여 영양실조가 되기 쉬운 죄수들에게 가성비 좋은 일종의 구황식이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죄수에게 콩밥 먹인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지 싶다. 지혜롭다.
 
어쨌거나 지금과는 달리 과거 대두(大豆)는 재배가 쉽고 천대(?)받던 곡물이었다. 이런 감방(형무소)의 콩밥도 1986년부터 없어졌다. 이후 보리밥을 먹이다가 2014년부터는 전재소자에게 100% 쌀밥이 제공되도록 법이 바뀌었다. 1식 3찬에 자율배식이다. 이젠 먹고 싶은 만큼 덜어 먹고 배곯는 것도 없어졌다. 그래서 가난을 견디다 못해 경범죄를 저질러 스스로 찾아가는 경우도 생겼다(는 웃픈 일도 있단다). 요즘은 콩밥을 먹이지 않는데도 콩밥이라 하면 아직도 교도소를 떠올리게 한다.
 
콩에는 단백질뿐 아니라 영양소가 골고루 있어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 불린다. 콩은 간장이나 된장을 만들어 먹고 두부에다 청국장, 콩나물, 콩자반, 콩가루(고물), 콩고기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사진 pixabay]

콩에는 단백질뿐 아니라 영양소가 골고루 있어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 불린다. 콩은 간장이나 된장을 만들어 먹고 두부에다 청국장, 콩나물, 콩자반, 콩가루(고물), 콩고기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사진 pixabay]

 
콩은 곡류 중 단백질 함량이 가장 높다. 단백질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영양소가 다 들어있다.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 칭송할 정도다. 그러나 별로 맛이 없다. 게다가 소화율도 낮다. 식물 독인 렉틴(lectin)까지 들어있다. 생것을 먹지 않고 가공 조리하는 이유가 맛이 없는 탓도 있지만, 독성을 변성시켜 무독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또 콩의 원산지답게 가공기술도 발달했다. 간장 된장을 만들어 먹고 두부에다 청국장, 콩나물, 콩자반, 콩가루(고물), 콩고기 등 그 이용성은 타민족을 압도한다.
 
그런데 이런 나라가 이젠 콩의 태반을 수입한다. 아이러니다. 수입 콩은 과거 우리 것을 외국이 가져가 개량한 종이라 했다. 요즘 그런 콩이 GMO(유전자변경농산물)의 대명사가 됐다. 유전자조작식품이 나쁘다는 근거 없는 소문에 비싼 국산콩이 이젠 제대로 대접받는 시대가 됐다. 가격이 두 배가 넘고 국산이라면 모두 주저 없이 지갑을 연다. 영양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데도 그렇다.
 
과거에는 왜 콩 농사를 많이 지었을까. 척박한 땅에도 잘 자라서다. 모든 식물은 탄소동화작용을 하면서 물과 미네랄뿐만 아니라 질소성분(비료)을 요구한다. 그러나 콩 재배 시는 질소비료가 필요 없다. 뿌리혹박테리아와 공생관계에 있어서다. 공기 속의 질소를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주는 생물은 질소고정미생물밖에 없다. 이를 식물이 섭취하여 단백질과 핵산 등의 유기태질소로 만들어 동물에 준다. 당연히 동식물은 공기 속 질소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식물에 필요한 질소는 미생물이 만들고 식물은 이를 동물에 내준다. 동물 속 질소는 다시 미생물에 의해 대기로 나간다. 이게 질소의 순환이다.
 
콩 재배는 손이 많이 가고 성가시다. 그러나 아직도 국산콩이 값이 좋아 일부 꾸준히 농사짓기를 고집한다. 콩밭 매고, 조수(鳥獸) 쫓고, 타작하고, 콩깍지 고르고 농촌의 노인네가 하기에는 벅찬 작업임에도 말이다. 그래서인지 꼼수도 동원된다(는 소문이다). 집 지키는 애에게 엄마 어디 갔느냐고 물으니 “콩 이고 콩 털로(타작) 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수입콩이 국산콩으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콩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모든 식물은 탄소동화작용을 하면서 물과 미네랄뿐만 아니라 질소성분(비료)을 요구하는데, 콩 재배에는 질소비료가 필요 없다. [사진 pixabay]

콩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모든 식물은 탄소동화작용을 하면서 물과 미네랄뿐만 아니라 질소성분(비료)을 요구하는데, 콩 재배에는 질소비료가 필요 없다. [사진 pixabay]

 
오래전에 뿌리혹박테리아의 질소고정능력을 일반식물에 도입하자는 연구가 유행했었다. 이른바 유전공학 기법을 동원하여 질소고정에 관여하는 미생물유전자를 벼 등에 도입하여 질소비료 없이도 재배하려는 시도였다. 실험에 성공하여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학술지에도 논문이 실리고, 획기적인 연구로 대접받아 출세의 길도 열어줬다. 그런데 지금 이런 GMO 벼가 재배된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흔히 발생하는 도입유전자의 탈락 혹은 질소비료가 싸진 탓인지 모르겠다.
 
지금 시중에 유통되는 콩 종류는 무수히 많다. 팥, 완두, 렌틸콩, 병아리콩, 강낭콩, 서리태, 녹두, 돈비, 쥐눈이콩 등 외래종을 합해 십수 가지에 이른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다들 특색은 있다. 그런데 요즘은 이들 콩이 죄다 건강식품으로 둔갑했다. 일부에서 눈이 밝아진다, 흰머리가 검게 된다는 등 근거 없는 주장을 하면서 말이다. 심지어 이들 콩에 항산화, 항노화, 항암까지 되지도 않는 기능성을 강조하며 소비자를 기만한다. 고약한 짓이다.
 
콩은 약이 아니라 식품이다. 약으로 오인하게 광고하는 것은 위법이다. 콩도 여느 식품처럼 5대 영양성분의 공급원에 불과하다. 탄수화물 위주인 우리의 전통식단에 콩밥은 영양 밸런스를 좋게 하고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는 훌륭한 식품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신통방통한 약효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해서 콩밥은 먹되 기호나 건강식 혹은 다이어트식으로 먹는 건 찬성이다. 그러나 콩밥은 집에서 먹되 지금도 은어로 쓰이는 격리된 공간에서는 절대 먹지 말자(가 결론이다).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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