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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방아쇠 당기면 찰칵…총 모양 카메라의 놀라운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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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중 사진 주기중

[더,오래] 주기중의 오빠네 사진관(21)

카메라를 총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동 원리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총도 카메라도 호흡을 가다듬고 집중합니다. 초점을 맞추고, 결정적인 순간을 노립니다. 공격적인 속성도 같습니다.
 
선명한 사진을 위해서는 초점을 잘 맞추어야 합니다. 총도 가늠자와 가늠쇠로 초점을 맞추고 표적을 겨눕니다. 셔터와 방아쇠 원리도 닮았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총알이 나가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 피사체의 순간을 낚아챕니다. 정말 좋은 사진을 찍을 때는 총알이 표적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듯한 희열을 느낍니다.
 
총도, 카메라도 호흡을 가다듬고 집중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흔들림에도 유의해야 합니다. 카메라를 두 손과 팔을 삼각형으로 모아 잡습니다. 총은 어깨에 단단히 밀착시켜야 움직임이 없습니다. 총은 군인의 무기고, 카메라는 사진가의 무기입니다. 총도 카메라도 몸과 하나가 될 때까지 부단히 훈련해야 합니다.
 
총과 카메라의 작동원리는 언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사진은 ‘찍는다’고 하지만 ‘쏜다’는 표현도 씁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찍는다(take a picture)’ 보다 ‘쏜다(shoot)’는 표현이 더 일반화됐습니다.
 
사진1. 1882년 프랑스 에티엔-쥘 마레가 개발한 세계최초의 연속사진카메라 '크로노포토그래픽 건(  (Chronophotographicgun). [사진 wikipidia]

사진1. 1882년 프랑스 에티엔-쥘 마레가 개발한 세계최초의 연속사진카메라 '크로노포토그래픽 건( (Chronophotographicgun). [사진 wikipidia]

사진2. 에티엔-쥘 마레 (Étienne-Jules Marey, 1830-1904). [사진 wikipidia]

사진2. 에티엔-쥘 마레 (Étienne-Jules Marey, 1830-1904). [사진 wikipidia]

 
실제로 카메라를 총처럼 만든 적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의사이자 생물학자, 사진가인 에티엔-쥘 마레(Étienne-Jules Marey, 1830-1904)가 1882년 개발한 세계최초의 연속사진카메라인 ‘크로노포토그래픽 건(Chronophotographic gun, 사진1)’이 그렇습니다.
 
생물학자인 쥘 마레(사진2)는 동물의 움직임을 연구하기 위해 빠르게 연속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 카메라를 개발했습니다. 모양과 원리가 기관총과 비슷합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둥글게 생긴 건판 필름(사진3)이 돌아가며 사진을 찍습니다. 셔터스피드 1/700초로 1초에 12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사진3. '크로노포토그래픽 건'에 사용한 건판필름. [사진 cinemathequefroncaise]

사진3. '크로노포토그래픽 건'에 사용한 건판필름. [사진 cinemathequefroncaise]

사진4. '크로노포토그래픽 건'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 [사진 wikipidia]

사진4. '크로노포토그래픽 건'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 [사진 wikipidia]

사진5. 떨어지는 고양이(folling cat). '크로노포토그래픽 건'으로 촬영한 고양이가 떨어지는 모습. [사진 wikipidia]

사진5. 떨어지는 고양이(folling cat). '크로노포토그래픽 건'으로 촬영한 고양이가 떨어지는 모습. [사진 wikipidia]

 
사진 공학의 역사는 속도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진은 순간의 미학이라고 합니다. 움직이는 현실을 재빨리 낚아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카메라 산업의 경쟁은 ‘누가 더 빠르게 찍느냐’로 발전해 왔습니다. 프랑스 다게르가 1839년 발명한 세계최초의 카메라인 다게레오 타입 사진술은 약 20~30분의 노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비하면 놀라운 기술의 발전입니다.
 
사진4는 크로노포토그래픽 건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입니다. 요즘 저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면 경찰이 출동하겠지요. 만약 미국 뉴욕 시가지에서 당시 모습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날 법합니다.
 
쥘 마레는 이 카메라를 이용해 새가 날고 있는 모습과 고양이가 거꾸로 떨어질 때 몸을 바로잡는 장면(사진5)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카메라가 예술은 물론, 학문적으로도 큰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또 연속 사진 카메라는 영화의 탄생을 앞당기는데도 결정적인 기여를 합니다.
 
그런데 영국 공군에서도 ‘크로노포토그래픽 건’에 주목했습니다. 1차 세계대전(1914~1918) 당시 영국 공군은 전투기 조종사가 부족했습니다. 공중전(dog fight) 훈련에 큰 비용이 들었습니다. 고심 끝에 영국 공군은 카메라 제조업체인 Thornton-Pickard 사와 함께 전투기 조종사 훈련용 카메라인 Mark III Hythe 기관총 카메라(사진6)를 개발합니다.
 
사진6. 영국 공군이 전투기 조종사 훈련용으로 사용한 Mark III Hythe 기관총 카메라. [사진 cameraclassics]

사진6. 영국 공군이 전투기 조종사 훈련용으로 사용한 Mark III Hythe 기관총 카메라. [사진 cameraclassics]

 
이 카메라는 당시 영국 공군의 주력기인 JN-4쌍엽기에서 사용하던 루이스 기관총 모양을 본 떠 만들었습니다. 무게와 크기도 비슷하게 맞췄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필름이 돌아가며 마치 기관총처럼 사진을 찍는 방식입니다.
 
공중전(dog fight) 훈련을 할 때 가상 적기 사진을 찍으면 격추에 성공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일종의 시뮬레이션용 카메라입니다. 이 카메라 덕분에 영국 공군은 우수한 전투기 조종사와 기관총 사수의 공중전 훈련을 한층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됩니다.
 
사진7.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공군 전투기 조종사 훈련 때 Mark III Hythe 기관총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훈련 장면. [사진 미공군 1차 세계대전 기록집]

사진7.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공군 전투기 조종사 훈련 때 Mark III Hythe 기관총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훈련 장면. [사진 미공군 1차 세계대전 기록집]

 
아이디어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모방은 창조로 이르는 지름길입니다. 구소련의 카메라 제조업체인 제니트(Zenit)사는 1937년 총 모양의 카메라 ‘포토스나이퍼(Photosniper, 사진8)’를 개발하게 됩니다. 렌즈 교환식 카메라에 300mm 망원렌즈를 장착해 군사용으로 개발했습니다. 주로 정찰병이 사용했습니다. ‘스나이퍼(sniper)’라는 이름이 의미심장합니다. 이 카메라는 성능개선을 거쳐 민간용으로 출시돼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사진8. 구소련 제니트사가 개발한 포토스나이퍼(Photosnipher). [사진 camerawiki]

사진8. 구소련 제니트사가 개발한 포토스나이퍼(Photosnipher). [사진 camerawiki]

 
망원렌즈는 손으로 들고 찍으면 흔들림이 심합니다. 그래서 주로 삼각대를 이용합니다. 포토스나이퍼는 휴대 편의성을 위해 총처럼 견착식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훗날 라이카, 니콘에서도 비슷한 모델이 출시됩니다.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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