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200조 건축시장 왜 싸구려만 넘치나" 국건위 위원장의 일갈

5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주요 정책 목표는 양질의 동네건축 만들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서울 은평구 구산동 도서관마을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민생활 SOC 현장방문, 동네건축 현장을 가다' 행사에서 도서관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5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주요 정책 목표는 양질의 동네건축 만들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서울 은평구 구산동 도서관마을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민생활 SOC 현장방문, 동네건축 현장을 가다' 행사에서 도서관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건축은 문화라지만 산업이기도 하다. 한 해 국내 건축 기성액(건설업체가 공사한 금액)만 200조에 달한다. 건설산업 통틀어 1위다. 토목 분야보다 훨씬 크다. 그런데도 국내 건축 산업 생태계는 튼튼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제일 싸게, 공급 물량만 따진 결과다. 양질의 일자리를 생산하는 선순환의 시장이 될 수 있었음에도 부실투성이다.  
 

박인석 국가건축정책위원장 단독 인터뷰
대통령 직속 위원회, 19일부터 6기 체제로
국내 건축 정책 총괄하는 대표 기구
"토목 아닌 건축의 시대. 맞춤 정책 필요"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에 이어 6기 위원장으로 지명된 박인석 명지대 건축대학 학장은 “건축은 골목 경제와 직결된 작은 생산 주체들이 얽혀 있는 분야지만 싸구려 주체들이 장악했던 게 문제”라며 “싸구려 업체가 이기는 시장 구조를 바꿔서 견실한 업체들이 좋은 건축을 만들 수 있게 하는 게 이번 국건위의 목표”라고 말했다.  
 
2008년 출범한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다. 정부 각 부처의 건축정책을 총괄하는 기구로, 위원장의 임기는 2년이다. 민간위원 17명과 기재부, 교육부, 행안부, 국토부, 문체부, 산자부 등 11개 부처 장관이 위원으로 속해 있다. 19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박 위원장을 최근 단독으로 만났다.   
박인석 국가건축정책위원장. [사진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박인석 국가건축정책위원장. [사진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국내 건축 산업 생태계의 문제점이 뭔가.
“산업 규모가 큰 데도 정책도, 관련 법 정비도 미비했다. 공공건축만 해도 90% 이상이 최저가 입찰로 지어졌다. ‘싸게 많이’가 목표였다. 건축은 기간산업이고, 토목보다 규모가 훨씬 큰 데도 묻혀 있었다. 아직도 건축공사는 토목 관련 법(건설기술진흥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건설 생산량 중 건축이 70%를 차지하고, 토목은 15%밖에 안 되는 데도 그렇다.”
 
왜 그런가.
“1987년 건설기술진흥법(당시 건설기술관리법)이 제정됐을 때 행주대교 붕괴 사고 같은 사고도 잦았다. 경제 성장기에 대형 건설공사도 늘어나자 이를 특별히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가 제기됐다. 당시 만든 토목 법에 이 대형 건축 공사 관리항목을 두기 시작했고, 건축보다 토목이 관료 사회에서도 주류가 됐다. 그런데 이제 허허벌판에서 도로 깔고 댐 만들어야 했던 토목의 시대는 어느 정도 끝났고, 건축의 시대가 왔다. 한 해 기성액부터 엄청난 차이가 난다. 건축산업을 토목에서 떼서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현장의 예를 들자면.
“해양수산부가 선착장을 포함해 어촌 마을을 재생시키는 뉴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해수부에서 도시계획 마스터플랜을 발주하면 이를 맡은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어촌 일대의 마을 회관 등 작은 건축물도 일괄 설계 발주를 해버린다. 아는 건축사무소에 일감을 준다. 가격입찰보다 더 심한 구조다. 

세종시 중앙공원 안에 야외음악당의 설계를 공원 설계를 맡은 조경엔지니어링 업체가 일괄로 맡아서 알아서 발주하는 시스템이다. 잘 지은 야외 음악당을 사람들이 보기 위해 공원을 방문할 수도 있는 건데 그런 시스템으로 돈 들여 대충 짓고 있는 거다. 우리 일상을 둘러싼 소규모 공공건축물 90% 이상이 경쟁 없는 하도급으로 또는 최저가 경쟁을 통해 지어지고 있다.”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좋은 건축이 시장에 뿌리내려야 한다. 디자인적 측면도 있지만, 건강한 산업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건설업은 골목 경제와 직결되어 있다. 작은 업체들이 동네 건축을 만든다. 건강한 업체들이 잘 자리잡아야 하는데 제도적 지원이 없다. 행정편의주의 탓에 싸구려 설계자와 시공업체가 이긴다. 건축 시장에 부실·불법이 만연한 이유다.  

거대한 건축 산업이 결국 싸구려 업체만 먹여 살리고 있다는 게 말이 되나. 실력 있는 설계자가, 잘 짓는 견실한 시공회사가 시장을 주도하는 풍토로 바뀌어야 한다. 공공건축의 경우 국건위가 설계비 1억원 이상일 경우 공모전을 하도록 바꿨다. 궁극적인 목표는 가격입찰을 금지하고 아무리 작은 디자인이라도 좋은 설계로 경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거다. 또 설계자의 의도대로 건축물이 지어지는 것도 중요하다. 토목 공사와 건축 공사는 분명 다르다.” 
박 위원장이 쓴 저서『건축이 바꾼다』에 수록된 건설업 공사종류별 수주액-기성액 추이. 자료: 마티출판사, 국가통계포털

박 위원장이 쓴 저서『건축이 바꾼다』에 수록된 건설업 공사종류별 수주액-기성액 추이. 자료: 마티출판사, 국가통계포털

 
좋은 건축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산업적으로 어떤 효과가 얼마나 생기는지 연구 용력을 발주하려고 한다. 그런데 연구에 밑거름이 되는 기본적인 건축 통계가 없다. 규모별 인허가, 착공 통계뿐이다. 주요 경제 정책으로 착공량만 중요했던 거다. 일본의 경우 설계 금액, 공사 금액, 공사 기간, 대지 조건 등 별의별 조건의 건축 통계를 조사한다. 건축 정책의 밑거름이 되는 통계가 그만큼 다양하다는 거다. 그만큼 우리는 건축을 방치했다. 건축 정책의 밑거름이 될 통계부터 갖춰야 한다.”  
 
‘좋은 건축’에 이어 ‘열린 도시’도 6기 국건위의 주요 목표다.
“담장을 열자는 거다. 아파트 단지와 학교의 담장 열기가 필요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의 삶터는 개별 건축물이 공공 공간과 직접 만나게 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의 아파트 단지와 학교만 유독 닫혀 있다. 시민의 일상이 공공과 관계가 없다. 시민 사회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겠나. 심각하다.”
 
학교의 경우 담장 없애기 관련 우려가 크다.
“운동장 뺏기처럼 알려져서 그렇다. 가뜩이나 학교시설은 형편없다. 수영장을 갖고 있는 학교가 전국에서 1%도 안 된다. 일본의 경우 수영장이 있는 초등학교가 80%가 넘는다. 담장을 없애서 운동장을 같이 나눠 쓰자는 식의 접근은 안 된다. 학교 건물을 현재보다 더 크게, 운동장은 공원 면적으로 추가하고, 도서관 등 각종 공공 인프라를 주변에 배치해 아이들이 밖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 뺄셈이 아니라 덧셈으로 설득해야 한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