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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감염 막으려 자발적 검진한 죄? 신상 털려 학원 닫았다

12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호흡기안심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호흡기안심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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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감염을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갑자기 학원 이름이 공개돼 당황했어요. 이후 테러에 가까울 정도의 전화, 문자메시지 세례를 받으면서 생긴 공포감은 지금도 지울 수가 없네요.”

손가락질 받던 기억 지금도 공포로 남아
증세 나타나 자발적으로 검사, 양성판정
다음날 지자체 브리핑서 학원 상호 공개

 
영남 지역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A씨(40대 여성)는 지금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직후의 ‘신상 공개’ 상황을 잊지 못한다. 아무런 예고 없이 직장 이름과 주소는 물론 자신의 신상까지 파헤쳐지자 학원은 곧장 위기에 내몰렸다. A씨가 여전히 외출을 꺼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자신의 신분이 최대한 노출되지 않기를 원했다.
 
A씨는 2월 16일부터 39도에 가까운 고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온몸에 근육통을 느꼈다. 열이 내리는가 싶더니 며칠 뒤 다시 열이 올라 관할 보건소에 연락해 검사를 받았다. 검사 다음 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대학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후 증세가 약해져 생활치료센터로 옮겨 머물렀다. 4월 초 퇴소했다.
 
코로나19 감염 후 증세가 빠르게 완화돼 몸은 비교적 편했다. 열도 금세 내리고 가벼운 감기 증상 정도만 나타났다. 하지만 A씨는 지독한 마음고생에 시달려야 했다. A씨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두 번 받아야 최종 확진인 줄로만 알고 그냥 집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다음날 지자체 브리핑에서 내 직장이 공개됐다. 인터넷에 내 개인정보가 떠돌기 시작했다”며 경악스러웠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자신의 신상이 인터넷 공간에 떠돌아다니는 모습을 뻔히 지켜보면서도 A씨는 생활치료센터에서 꼼짝없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A씨가 운영하던 학원이 망한 줄 알고 “가게를 둘러볼 수 있느냐”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연락도 왔다. A씨는 “지역 감염을 막기 위해 좋은 뜻으로 자발적 검사를 받은 건데 고스란히 피해를 다 떠안게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퇴원한 A씨는 결국 학원 문을 닫았다. 지난 주말 모든 짐을 뺐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도 정하지 못했다. 불과 두 달여 만에 자신이 운영하던 학원을 폐업하고 미래가 막막한 지경에 처한 셈이다. 이런 억울한 상황에서도 어느 한 곳에 하소연할 데가 없었다.
대중교통 이용시 생활 속 거리두기 방안이 실시된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중교통 이용시 생활 속 거리두기 방안이 실시된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완치 후 일상으로 돌아온 A씨를 보는 주변의 시선 역시 곱지 않았다. A씨는 “내가 코로나19에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것도 아닌데 감염이 됐다가 돌아왔다는 이유만으로 주변의 시선이 너무 좋지 않았다. 대놓고 욕을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곱지 않은 시선이 그대로 느껴졌다”고 했다.
 
재확진이 될 수 있다는 공포도 A씨를 짓누르고 있다. A씨는 상점이나 카페처럼 사람이 모인 곳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 코로나19 증세가 더는 없지만, 아직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다. A씨는 “아직 백신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사람들이 조금씩 보인다. 서로를 위해 생활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현재 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격려의 말을 전했다. 그는 “생활치료센터에 머무르고 있을 때도 내가 면역력이 높아지지 않아 낫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침대와 책상, 화장실만 있는 방 안에만 갇혀 햇빛을 잘 받지 못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스스로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불편하더라도 지속적인 운동을 하면서 기다리면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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