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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재난지원금, 그 찝찝함에 대하여

서경호 경제에디터

서경호 경제에디터

‘“현금 살포 의존 말라” IMF서 날라온 경고’라는 제목으로 지난주 게재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인터뷰(중앙일보 5월 15일자 1, 4, 5면)를 온라인으로 많이들 본 모양이다. 조회 수 150만에 댓글도 5000건 넘게 달렸다. 딱딱한 경제기사치곤 화끈한 반응이었다.
 

이창용 IMF 아태 국장의 경고
보수·진보 아닌 상식의 문제다
재난지원금은 쓰는 게 효율적

지난주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데다 사용처를 둘러싼 혼란 때문에 관심이 커진 영향도 있었겠다. 여기에 진보와 보수로, 혹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찬반으로 극명하게 갈라진 우리 사회의 분위기도 한몫했다. 인터뷰의 특정 부분만 가져다가 자신의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듯한 댓글이 꽤 됐다.
 
인터뷰에도 썼지만 이 국장은 문 정부의 방역과 거시 대책 처방은 잘했다고 평가했다. 복지지출도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가 나간 뒤 이 국장은 “단기적으로는 재정 지출을 더 늘리지 않을 수 없다”며 “그렇기에 우선순위 없이 마구 재정을 쓰다 보면 환율 급등 위험 등이 있어 걱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마디로 재정을 쓰되, 우선순위를 정해서 잘 쓰자는 상식적인 주장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최근호에서 코로나 이후의 정부 재정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다. 코로나19 대책으로 전 세계가 재정을 쏟아붓고는 있지만 뒷감당하기는 다들 쉽지 않은 거다. 잡지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5%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IMF는 선진국들의 국가채무 규모가 올 연말까지 6조 달러 늘어 66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봤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05%에서 122%로 뛰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다고 한다. 이런 엄청난 부채를 관리하는 건 앞으로 10년간 서구 사회의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서소문 포럼 5/19

서소문 포럼 5/19

‘럭셔리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미국은 재정 위기를 막는 강력한 방파제가 있지만 이탈리아 등 다른 선진국은 그렇지 못하다고 분석했다. 한국 얘기는 없지만 기축통화가 없는 건 마찬가지다. 재정적자를 줄이는 정치는 독을 먹는 것처럼 힘들다고 했다. 고령화로 연금과 건강보험 지출이 늘면 공공서비스를 늘리기는커녕 기존 수준을 유지하는 비용도 더 늘어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각국 정부는 향후 10년간 균형재정이라는 냉혹한 비즈니스를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게 코로나 이후의 본질적인 도전인데, 어느 정치인도 이에 맞서려는 시도조차 안 한다는 걱정으로 기사는 마무리된다.
 
앞으로 감내해야 할 ‘허리띠 졸라매기’의 고통을 생각하면 지금 알뜰하게,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 상태가 좋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주 여당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채 발행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금리가 낮을 때 국채를 발행해 그 돈으로 경제를 살리면 GDP가 늘어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경제학자가 이 수석처럼 낙관론자는 아니다. 지금처럼 저금리·저물가가 계속되면 나랏빚 부담이 크지 않겠지만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진 상황에서 바이러스가 진정돼 갑자기 수요가 늘어나기라도 하면 물가 기조가 달라질 가능성은 없을까. 당장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아니라고 장담하기도 힘들다.
 
어제까지 1426만 가구에 8조9100억원의 재난지원금이 풀렸다. 가구 기준으로는 65.7%, 예산 기준으로 62.6%가 받았다. 국민 전체에 지급하는 대신 여유 있는 고소득층은 기부하자는 캠페인이 ‘자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와 실세 정치인이 나섰다니, 관가도 대기업도 눈치가 보이는 모양이다.
 
기부하자니 좀 억울하고, 안 하자니 뒷목이 왠지 뻐근하신가. 재난지원금의 취지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기부하지 말고 직접 사용하기를 권한다. 기부하면 고용보험기금 수지에 도움이야 되겠지만 ‘소비자가 좋아하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가려낼 기회가 날아간다. 정부도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지원한다지만 정부의 무딘 잣대로는 꼭 살려야 할 대상과 코로나19가 없었어도 시장 경쟁에서 밀려날 업체를 가려내기 힘들다. 우리가 잘 아는, 우리 동네 좋은 식당과 점포를 뽑고, 품질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가려내는 투표라고 생각하자.
 
그래도 찝찝함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돈은 더 효율적으로 써야 했다. 이 찝찝함은 오래 기억해야 한다. 표심을 얻기 위해 현금을 뿌리고 싶어 하는 정치인을 1초라도 긴장하게 하려면 말이다.
 
서경호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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