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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용의 시시각각] 7급 공무원 vs 삼성전자

손해용 경제에디터

손해용 경제에디터

공무원 시험이나 취업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논쟁적인 질문이 있다. 7급 공무원과 삼성전자 중 어느 곳을 택하겠느냐. 대강 반응을 보면 7급 공무원의 선호도가 더 높다. ‘가늘고 길게’ 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예전과 다르다지만 삼성과 비교하면 여전히 업무 강도나 실적 압박감, 경쟁 분위기는 덜하다. 근무의 ‘질’이 더 좋다는 얘기다. 연봉은 삼성보다 적다. 그러나 별문제 없으면 정년이 보장된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100세까지 사는 것을 가정하면 삼성보다 긴 평균 근속연수와 공무원연금 덕분에 7급·9급 공무원의 평생 총소득이 삼성전자보다 각각 8억1000만원·3억6000만원 많다는 심층분석을 곁들인 주장도 나온다. 올해 초 한 커뮤니티에서 실시한 투표에선 7급 공무원이 더 좋다는 답변이 68.7%로 삼성그룹(31.3%)의 배를 웃돌았다. 시중은행과의 비교에선 격차가 더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청년들의 이런 공직 사회에 대한 열망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 수많은 비판에도 공무원 수를 급격히 늘리고 있어서다. 전체 공무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0만4508명. 박근혜 정부 말보다 7만2177명 증가했다. 연 단위로 환산해 계산하면 매년 평균 2만7271명 늘어난 셈이다. 이명박(연 2423명)·박근혜(9875명) 정부는 물론 공무원 수를 크게 늘린 노무현(1만4889명) 정부의 배 정도다.
 
이는 퇴직 등 자연감소분을 뺀 수이기에 신규 채용 규모는 더 크다. 특히 올해 신규 채용은 6만 명이 넘는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정부는 국가공무원 정원 상한을 3년 연속 늘렸는데, 이 역시 전례 없는 일이다. 여기에 매년 사상 최대 임직원 수를 경신하고 있는 공기업·공공기관까지 합치면 공공부문의 비대화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현 정부 들어 급증하는 공무원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현 정부 들어 급증하는 공무원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정부는 청년 고용 증대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생 분야에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증원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공공조직은 한번 늘리면 나중에 할 일이 없어져도 쉽게 없앨 수 없다. 문 대통령은 2022년까지 총 17만4000명의 공무원을 증원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국회예산정책처는 30년간 약 328조원(연금 추가분 제외), 시민단체인 한국납세자연맹은 약 419조원의 비용을 예상했다. 우리 자식·손자 세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복지지출에, 공무원 증원 부담까지 떠안는 셈이다. 늘릴 자리가 10년 뒤, 20년 뒤에도 꼭 필요한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이유다.
 
마중물 역할도 잠시다. 민간의 고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공부문이 역대 최대 규모로 운영되면 민간의 활력이 떨어져 전체 일자리가 줄어든다. 공무원이 한 명 늘면 민간 일자리 1.5개가 사라진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도 있다. 외려 생산성이 왕성한 청년층이 경제활동 대신 시험에 매달리는 이른바 ‘공시’ 낭인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키운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끄는 주체는 도전정신과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창조형 인재들이다. 청년 인재들이 민간이 아닌 공공부문으로 몰린다면 다른 분야에서 혁신과 창조가 일어날 수 있을까.
 
경제관료 출신으로 한국개발연구원장과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지낸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의 조언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90년대에는 생산가능인구가 매년 수십만 명씩 늘어 그중 일부를 공공부문에서 써도 괜찮았다. 그러나 2017년 이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찍고 줄고 있기 때문에 한정된 인력을 공공부문에 쓰는 것은 민간의 동력을 죽이는 길이다. 그리스·아르헨티나 등이 방만한 정부와 해이한 공무원으로 인해 위기를 맞았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손해용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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