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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회계 투명성 가로막는 세력이 진짜 적폐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

이용수 할머니의 지적으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 투명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일을 시민사회 성장과 발전의 계기로 삼을 것인지, 의미 없는 진영 싸움으로 소비할 것인지 선택할 시간이다.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는 지난해 발간한 『공공선의 증진(Advancing the common good)』에서 자본주의 문제 해결의 핵심으로 비영리 공익법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에는 이익을 초월한 사회적 소명을 추구할 것을, 비영리법인에는 지속적 가치 추구를 위한 효율적이고 투명한 기업가적 경영을 주문했다.
 

정의연 회계는 횡령·배임 의혹
투명성 없는 시민단체 설 자리 없어

기업은 주주와 이익이라는 분명한 이해관계자와 성과지표가 있다. 그러나 비영리법인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정의·평등·인권 같은 추상적 목표·가치를 추구하기에 계량적 지표를 개발해 성과를 평가하기 어렵다. 또 로버트 첸홀은 비영리법인 운영진이 가치추구적 성향으로 인해 회계 절차 준수를 기업화 시도로 오해해 반감을 가지며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연 운영과 회계부정 문제에 대응하는 윤미향·이나영 씨, 여당 일부와 진보 언론의 대응은 비영리법인 운영자들의 이러한 사고방식의 전형이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투쟁과 희생을 치르며 핵심가치를 지켜왔는데, 고작 회계 오류 따위로 우리를 평가하느냐는 식이다.
 
정의연의 회계 문제는 단순한 분류 오류나 국세청 보고 서식 문제가 아니다. 국고 수입금을 포함한 각종 수입의 누락, 비용 처리의 불투명은 기업의 매출 누락과 횡령·배임에 해당할 수 있는 심각한 행위다. 윤미향 씨는 공개경쟁을 거쳤다지만 자신이 대표인 기관의 소식지 인쇄를 남편 회사에 맡기는가 하면, 기업이 지정 기부해 마련한 할머니들의 쉼터에 자신의 부친을 취업시키고 급여를 지급했다. 기업이라면 이해 상충과 공사 구분 문제로 징계·퇴출의 대상이다. “기생충 가족에 기부해왔구나”라는 일부 조롱에 많은 헌신적 활동가들이 상처받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비영리법인의 사회적 중요성에 비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안정적 재원 확보는 중요한 문제다. 이를 위해 기부자와 국가에 투명성·책임성을 바탕으로 회계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필수다. 투명한 내부 통제와 회계를 무시하고 성장에만 골몰하다 부정행위를 계기로 기부자를 잃고 쇠락하는 영국계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회계와 운영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들을 친일세력으로 깎아내리는 것은 후원자와 세금을 낸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정의연은 제기된 회계 문제가 개별 단체의 문제가 아니며 한국 시민사회의 비영리조직 활동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인지해 책임감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 주무 관청이 지정하는 대형 회계법인의 외부감사를 받는 동시에 포렌식(forensic)으로 통칭하는 부정적발 감사를 자발적으로 받아 회계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많은 국민이 의로운 뜻에 동참하고자 시민사회단체에 후원금을 쾌척한다. 국민은 투명한 회계를 요구하고 불응하면 후원을 중단할 권리가 있다. 정부는 국민 세금을 지원하면서도 시민단체와의 조화로운 공생에만 골몰해 사후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필자는 감리위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학자로서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요구해 좌파의 환호와 우파의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에 요구되는 투명성이 다를 수 없기에 한 사람의 시민으로 정의연과 사회단체에 회계 투명성을 요구한다. 책임성·투명성을 통한 신뢰가 성장의 근간이라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회계 투명성 문제를 진영 문제로 치환해 토착 왜구 타령으로 사회의 진보와 성공을 가로막는 세력이 진짜 적폐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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