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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안 팔리던 쉼터, 이용수 할머니 회견 다음날 매각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정의기억연대의 전신)는 2013년 7억5000만원이나 주고 안성 주택을 피해자 쉼터로 조성해 놓고 불과 3년 만에 팔기로 결정했다. 매각 이유와 과정이 석연치 않다.
 

4.2억원 매각에 의혹 증폭
등기 안돼 매수인 신원 안 밝혀져
할머니 거주 힘든 안성 조성도 의문
정의연 “마포 비싸, 교통 편해 선택”
쉼터 실제론 대중교통 접근 어려워

정의연은 16일 입장문에서 “수요시위 참가 등 할머니들의 활동이 지속돼 사실상 안성에 상시 거주가 어려웠다”며 매각을 결정한 배경을 밝혔다.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쉼터 조성에 쓸 10억원을 지정 기탁받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도 “정대협이 쉼터 이용률이 저조하다며 팔자고 요청해 2016년 11월 그러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대협 쉼터 주변 주택 시세 비교

정대협 쉼터 주변 주택 시세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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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애초에 할머니들이 쓰기 어려운 환경에 쉼터를 조성해 놓은 것이 문제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쉼터를 가끔 찾은 것은 서울에서 정대협 활동을 함께한 할머니들인데, 이를 고려했다면 처음부터 가까운 곳에 쉼터를 만들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이 기탁 의사를 밝힐 때는 쉼터가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인근에 건립될 예정이라고 언론에 보도됐는데, 난데없이 안성으로 장소가 바뀌었다. 정의연은 “박물관 인근 건물은 10억원으로 살 수 없었고, 건물주의 매도 의사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 “자연친화적 환경이었고, 버스정류장과 도보로 5분 거리라 접근성이 용이했다”고 설명했다.
  
담당 공인중개사 “나도 모르는 새 팔려”
 
하지만 실제 방문한 쉼터 주택은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힘들었다. 약 500m 거리에 버스정류장 한 곳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안성시내를 오가는 버스 노선 하나가 운행될 뿐이었다. 포털 맵 서비스 등을 이용해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쉼터까지 대중교통 경로를 검색해 보니 가장 빠른 길도 도보-지선버스-경의중앙선-KTX-택시를 이용해 2시간 남짓 걸렸다.
 
게다가 큰 도로에서 주택까지 가는 길은 오르막이 많았다. 주변엔 의료시설 등도 마땅치 않았다. 인근 주민도 “할머니들이 올 장소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왔다갔다하는 것도 힘든데 여기서 어떻게 사느냐”고 말했다.
 
정대협이 2013년 매입한 쉼터 주택 계약서. 매입가는 7억 5000만원이다. [자료 정의기억연대]

정대협이 2013년 매입한 쉼터 주택 계약서. 매입가는 7억 5000만원이다. [자료 정의기억연대]

정의연은 이곳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로 “실제 거주하지 않고 있어 내부 공간 활용이 용이했다”고 밝혔다. 이는 해당 주택이 시세보다 비싸게 거래됐다는 지적에 대해 집을 지은 김모 OO스틸하우스 대표가 “내가 살려고 지은 집이라 고급 자재를 썼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된다. 등기부 등본상 김 대표의 부인 명의로 소유권 보존 등기를 한 것이 2012년 11월, 정대협이 주택을 산 게 2013년 9월이다.
 
정의연은 또 주택의 실건축 연면적이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것보다 68.27㎡(약 21평) 넓은 264.25㎡(약 80평)이라고 밝혔다. 건축비가 많이 들어간 근거 중 하나로 제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계약서와 등기부등본에 없는 건물은 무단 증축됐거나 불법 건축물일 가능성이 있다. 정의연은 추가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매각하는 과정도 통상적이지 않았다. 정대협은 4월 23일 주택을 4억2000만원에 팔았는데, 매물로 내놓은 공인중개사도 모르게 급하게 팔았다는 것이다. 윤미향(전 정대협 대표)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으로부터 직접 집을 팔아달라고 의뢰받았다는 안성시의 공인중개사 A씨는 “지난해 6월 연락이 왔다. 이후 수없이 통화해 온 나도 모르게 집을 팔아버렸다”고 말했다. 정의연은 “오랫동안 주변 부동산에 건물을 내놨지만 매매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몇 년 동안 안 나가던 주택이 공교롭게도 총선 이후, 또 이용수 할머니가 윤 당선인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한 이튿날 팔린 것이다.
 
매수인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매매가 이뤄진 지 한 달이 다 돼가는 17일까지도 소유권 보존 등기가 안 돼 있다. 주택 매매를 중개한 B 부동산 측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다른 부동산에서 거기에 매물이 있다고 해서 중개했다. 매수인의 개인정보는 알려줄 수 없고, 다만 우리와 전에도 거래한 적이 있는 분이고, 이 일(정대협)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안성 쉼터 관련 정의연의 해명과 남는 의혹

안성 쉼터 관련 정의연의 해명과 남는 의혹

장부에 ‘쉼터 부채 7.5억’… 회계 석연찮아
 
정대협은 또 2019년 쉼터 매입가인 7억5000만원을 주택을 매각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돌려줘야 하는 부채로 처리했다. 그런데 정대협이 실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반환할 돈은 매입가인 7억5000만원이 아니라 매각가인 4억2000만원이다. 부동산 시세는 때때로 변하기 때문에 기부금으로 산 부동산을 팔아 돈을 반환할 때는 매입가가 아니라 매각가로 돌려받는 게 원칙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이 언론의 관심을 받지 않았더라면 정대협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4억2000만원을 돌려주고 회계 처리에선 부채 7억5000만원을 0원으로 돌리는 것도 가능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게 하면 정대협 자산에서 3억3000만원은 회계 기록에 남지 않는 ‘눈먼 돈’이 될 수도 있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 서울=위문희·안성=채혜선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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