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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치매할머니가 음식서빙, 우편배달…무슨일 생겼을까

기자
이형종 사진 이형종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51)

오키나와에 있는 치바루 식당에서 네 명의 치매 환자가 일하고 있다. 이치카와 사장은 요리를 만들고, 치매 환자인 직원들은 접객 업무를 하고 있다. 간병시설에서 17년간 간병복지사로 일했던 사장은 치매 환자와 일반사회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왔다. 2019년 ‘주문이 달라지는 식당’이라는 단체를 알게 되면서 이 식당을 개업했다.
 
사단법인 ‘주문이 달라지는 식당’은 일본의 식당이 특정 기간에 치매 환자를 고용해 접객하는 이벤트를 벌이는 단체다. 치매 환자에게 일할 기회를 주고, 사회에 치매를 이해시키기 위한 모금 활동도 벌이고 있다. 물론 모금한 돈의 사용처는 투명하게 알려준다. 현재 다양한 지역에 있는 식당이 이 단체의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선구적인 활동으로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사단법인 '주문이 달라지는 식당'은 일본의 식당이 특정 기간에 치매 환자를 고용해 접객하는 이벤트를 벌인다. 손님들께 주문과 다른 메뉴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양해해달라고 한다. [사진 주문이 달라지는 식당 홈페이지]

사단법인 '주문이 달라지는 식당'은 일본의 식당이 특정 기간에 치매 환자를 고용해 접객하는 이벤트를 벌인다. 손님들께 주문과 다른 메뉴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양해해달라고 한다. [사진 주문이 달라지는 식당 홈페이지]

 
이벤트에 참여한 식당은 직원이 모두 치매 환자이기 때문에 때로는 주문과 다른 메뉴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양해해달라고 한다. 그 대신 다른 식당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별히 맛있는 요리를 제공한다고 홍보한다. 그리고 고객에게 치매 이해를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모금 참여를 당부한다. 이치카와씨도 하루 동안 ‘주문이 달라지는 식당’ 이벤트를 통해 60만엔 이상을 모금했다.
 
이 이벤트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지역사회와 거리를 두고 살던 치매 환자의 생활방식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대개 치매에 걸리면 이웃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사회와 거리를 두고 집에만 있다. 치바루 식당에서 접객 서비스를 하는 치매 환자도 처음에는 집에 있는 생활에 젖어 외모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일하다 실수해도 웃어주는 고객과 접촉하면서 점점 웃는 모습이 늘어났다. 번 돈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화장도 했다. 일하면서 사람과 만남을 회복하고, 접객을 통해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경험을 쌓아나갔다.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와 이해해주는 고객이 있는 식당을 편하게 느꼈다.
 

‘주문이 달라지는 식당’ 이벤트

2019년 3월 후생노동성의 직원 식당에서도 ‘주문이 달라지는 식당’ 이벤트가 개최되었다. 간병시설의 치매 환자와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식당의 직원으로 일하도록 했다. 국가의 병간호정책을 담당하는 후생노동성 직원들에게 ‘치매에 걸려도 안심하고 살아가는 사회’를 구축하는데 시사점을 주었다.
 
이러한 선구적인 노력으로 치매 환자가 사회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편견이 점점 깨지고 있다. 약한 치매 증상이 있어도 약간의 도움만 받으면 간단한 일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여러 기업과 단체가 치매 환자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일터 만들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2019년 9월 간병사업자 ‘케어빌리지 도쿄’는 장해가 있는 사람이 일하는 카페를 열었다. 치매 환자와 지적 장애가 있는 7명의 직원이 커피와 도넛을 제공했다. 2019년 6월 도쿄 에도가와구에 있는 한 간병사업소는 ‘치매에 걸려도 지역에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2일간 음식점 행사를 개최했다.
 
치매 환자가 사회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편견이 점점 깨지고 있다. 약한 치매 증상이 있어도 약간의 도움만 받으면 간단한 일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사진 주문이 달라지는 식당 홈페이지]

치매 환자가 사회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편견이 점점 깨지고 있다. 약한 치매 증상이 있어도 약간의 도움만 받으면 간단한 일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사진 주문이 달라지는 식당 홈페이지]

 
간병시설에서 거주하고 치매 증상이 있는 70~80대 여성들이 접객업무를 맡았다. 주문과 배식을 담당하는 치매 환자가 주문메뉴나 행동을 잊어버릴 때는 직원과 함께 자연스럽게 테이블로 가서 다시 한번 확인한다. 치매 환자라도 약간의 도움만 받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간병사업자는 말한다.
 
야마토 운송은 지역 간병사업소의 치매 환자에게 직접 우편배달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간병사업소의 직원과 동반해 우편물을 배달하지만, 위탁료는 전부 치매 환자에게 돌아간다. 야마토 운송은 트럭운전사의 업무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치매 환자가 우편배달을 통해 지역 주민과 낯을 익혔기 때문에 설령 길을 잃더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간병사업자 실버우드는 치바현에서 운영하는 간병시설에 과자가게를 만들었다. 시설의 치매 환자가 무보수로 가게에 오는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또 다른 간병시설에는 식당을 열어 치매 환자가 직접 만든 요리로 접객하고 있다.
 
 
치매 환자가 지역사회의 일을 맡아서 하는 ‘데이서비스’도 있다. 데이서비스를 이용하는 치매 환자가 한정된 복지 공간에서 보내지 않고, 열린 사회에 나와 자기답게 살아가려는 선구적인 시도다. 도쿄 마치다시에 있는 데이서비스 사업소 ‘DAYS BLG!’는 매일 오전에 치매환자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듣는다. 이 간병 사업소는 그림 그리기, 종이접기, 게임 같은 내부활동을 일절 하지 않는다. 그런 활동방식을 원치 않는 이용자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고 오로지 일하는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치매 환자가 일을 하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약간의 소득도 생기고, 성취감도 느낀다. 어떤 일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 일에 대한 만족도도 커진다. 간병을 받으며 의존 생활을 하는 치매환자는 활동 거리가 있고, 사회와 접점이 있으면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다. 일하며 땀 흘리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보람을 느낀다. 자신이 세상에 필요하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현재 이 데이서비스는 세차, 쇼핑, 조리 외에도 과일가게의 배달 지원, 잡초제거, 전단지 접기 등 다양한 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기업에서 일을 가져오기는 쉽지 않다. 치매 환자가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장은 지역 사회의 기업을 방문해 꾸준히 설득하고 있다. 지역 주민에게 치매 환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치매 환자의 업무 능력과 태도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라 현 사쿠라이시에 있는 데이서비스 ‘오타가이상’에서는 현역시절에 장인과 목수로 일한 치매 환자가 지역사회와 연계해 가죽 공예품과 가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여성들은 데이서비스에서 요리 솜씨를 발휘하거나 시설에 마련된 상점에서 일한다. 일을 통해 지역 주민이나 다른 회원과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표정도 밝아졌다. 일하면서 받는 급여로 자녀와 외식을 즐기며 활기찬 생활을 보내고 있다.
 
오오타 사장은 간병시설을 마음이 편하고, 가고 싶은 장소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간병 사업자는 시설에서의 간병 방식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오타 사장은“고령자 간병시설은 어느 곳이나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종이접기, 그림 그리기 등으로 욕실 앞에 나란히 위치한 휠체어에 앉아 있는 풍경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간병시설은 기존 방식에 익숙해져서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여 무슨 문제가 일어나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는 부정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 간병직원은 치매 환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한다.
 

치매 환자에 대한 고정관념

치매 환자가 일하는 선구적인 사업에는 아직 과제가 많다. 치매 환자의 취업 지원에 독특한 운영 노하우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고객이 실수해도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고부가가치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저가격 중심의 서비스만을 제공하게 된다. 취업 지원을 통해 치매 환자에게 삶의 보람을 줄 수 있어도 금전적 풍요를 제공하는 사업 서비스를 설계하기 어렵다. 치매 환자에게 부정적인 편견과 오해를 가진 지역주민이 많다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은 치매 환자가 일한다는 것 자체에 의문을 갖는다. 치매 환자가 일해 보수를 받으면 더 이상하게 생각한다. 이것은 치매에 대한 뿌리 깊은 두 가지 고정관념 때문이다.
 
첫째, 세상을 젊고 건강한 사람과 고령자, 장해를 가진 사람으로 구분한다. 젊고 건강한 사람은 일해 세금과 보험료를 내고, 고령자와 장애우를 부양하거나 보호한다는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실제 지원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다른 생활환경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기술을 갖고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생활지원을 받는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매우 당연한 현실이다. 평균수명이 짧은 시대에 만들어진 제도와 관행은 사회통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도와주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만 존재한다는 이분법적 사고는 바뀌지 않고 있다.
 
둘째, 노동시장에서 일을 통해서만 임금을 받는다는 사고방식이다. 모든 사회에 임금이나 보수가 따르지 않는 일은 많다. 대개 직장에서는 일의 대가로 임금을 받지만, 취미동호회의 간부로 일하면 어떤 보수도 받지 않는다. 임금노동의 관념에서 벗어나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일과를 보낸다고 생각하면 지역사회에 할 수 있는 일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도움 받지만 누군가 위해 일하는 사회

 
2015년 나온 ‘치매 대책추진종합전략’에 치매 환자의 취업 지원 대책은 없다. 판단력이 떨어지는 치매증상과 특징 때문에 치매 환자는 어떤 직업에서나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초기의 경도 치매 환자는 도움을 받으면 간단한 일을 해낼 수 있고, 지역사회에서 한 인간으로서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여러 단체에서 사회에 만연된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고 치매 환자와 함께 일하는 사회를 만들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단체가 사단법인 ‘DFJI(치매프랜들리저팬이니셔티브)’다. 이 단체는 치매 환자가 일하는 선진적 사례를 소개하며 치매에 걸리면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일하는 치매 환자를 보면서 ‘치매에 걸리면 모든 게 끝났다’는 사고방식을 바꾸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날 것이다. 치매 환자와 더불어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인생 100세 시대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사회의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모습이 인생 후반기의 새로운 롤모델이 될 것이다.
 
커리어넷 커리어 전직개발 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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