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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자수공장 이어받은 딸, 한국형 리빙 브랜드로 성공하다

서울 마포구 합정역 근처, 2층 양옥집이 즐비한 운치 있는 거리를 걷다 보면 알록달록한 멋진 패턴 원단이 창밖으로 시선을 끄는 작은 가게가 보인다. 길게 돌돌 말린 원단을 원하는 만큼 잘라 살 수 있는 이곳은 마치 동대문 원단 도매 상가의 소규모 버전처럼 보인다. 그런데 동대문의 흔한 원단 가게들과 완전히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판매하는 50여 종의 원단이 모두 이곳에서 디자인된 ‘오리지널’이라는 점이다. 
지난 4월 문을 연 원단가게 '키티버니포니 패브릭스'. 키티버니포니가 개발한 국내 오리지널 디자인 원단을 판매한다. 사진 KBP

지난 4월 문을 연 원단가게 '키티버니포니 패브릭스'. 키티버니포니가 개발한 국내 오리지널 디자인 원단을 판매한다. 사진 KBP

 

서울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 ⑫키티버니포니 김진진 대표

리빙 브랜드 ‘키티버니포니’가 지난 4월 원단가게 ‘키티버니포니 패브릭스’를 열었다. 기존 합정동 쇼룸 바깥쪽에 키티버니포니가 운영하던 작은 서점이 있던 자리다. 오리지널 원단들과 함께 작은 규모지만 단추 등의 부자재와 자투리 천으로 만든 수예 소품, 가위 등의 도구들도 갖추고 있다. 김진진 대표는 “키티버니포니만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원단가게를 냈다”며 “부담 없이 들어와 단추만 하나 골라도 괜찮은 흥미로운 공간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원단가게 전경. 작은 규모지만 원단 뿐 아니라 각종 원단 부자재, 자투리 원단, 소품 등도 함께 판매한다. 변선구 기자

원단가게 전경. 작은 규모지만 원단 뿐 아니라 각종 원단 부자재, 자투리 원단, 소품 등도 함께 판매한다. 변선구 기자

 
키티버니포니는 직접 디자인한 원단을 바탕으로 다양한 생활용품을 선보이고 있는 리빙 브랜드다. 지난 2008년 시작돼 작지만 강한 한국형 리빙 브랜드로 성장해왔다. 원단가게는 키티버니포니가 그동안 디자인했던 원단을 기록한 아카이브이자 상점이다. 키티버니포니가 펼쳐온 패브릭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원단가게 오픈을 계기 삼아 그동안 키티버니포니라는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해온 기획자, 김진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15일 합정동 '메종 키티버니포니'에서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해 온 김진진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변선구 기자

지난 15일 합정동 '메종 키티버니포니'에서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해 온 김진진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변선구 기자

 

아버지의 자수 공장 이어받은 디자이너 딸

키티버니포니의 전신으로 1994년 대구에서 설립된 자수 공장 '장미산업사.' 사진 KBP

키티버니포니의 전신으로 1994년 대구에서 설립된 자수 공장 '장미산업사.' 사진 KBP

김진진 대표는 키티버니포니의 전신을 1994년 대구에서 설립된 아버지의 자수 공장 ‘장미산업사’로 꼽는다. 브랜드를 만든 계기가 IMF 이후 OEM 생산에 한계를 느낀 아버지가 디자인 공부를 한 딸에게 “우리 브랜드를 해보자” 권유했기 때문이다. 디자인 대학원에서 색채 공부를 하던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김진진 대표는 그렇게 2008년 동물무늬가 프린트된 쿠션 5가지와 아버지 공장에서 만들어진 오리지널 자수 패턴 쿠션 5가지, 총 10품목으로 브랜드 ‘키티버니포니’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의류나 전자제품 외에 리빙 제품을 온라인으로 산다는 게 흔치 않았어요. 다행히 디자이너가 원단을 생산하고 그걸로 제품을 만드는 국내 리빙 브랜드가 거의 없어서 작은 온라인 브랜드였지만 오픈 초기에 예상치 못하게 큰 주목을 받았죠.”
오리지널 디자인 원단을 바탕으로 만든 가방과 파우치, 주방용품, 쿠션, 커튼, 침구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든다. 변선구 기자

오리지널 디자인 원단을 바탕으로 만든 가방과 파우치, 주방용품, 쿠션, 커튼, 침구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든다. 변선구 기자

 
아버지와 딸, 단둘이 시작한 작은 리빙 브랜드는 ‘젊은 디자이너’ 열풍을 타고 오리지널 디자인 원단이라는 원동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해갔다. 여전히 키티버니포니의 디자인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생동감 있는 컬러’‘대담하고 과감한 패턴’‘실용적인 물건’의 원칙은 당시 흥행했던 북유럽 디자인과도 통하는 면이 있다. 무엇보다 좋은 디자인을 패브릭에 적용해 합리적 가격에 소개한 것이 주효했다. 직접 생산하고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와도 직접 만나 유통마진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곧 자사 온라인몰에서 전체 매출의 70%가 나올 정도로 온라인 판매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다. 
지금도 유통사를 거치기보단 백화점 직영점과 합정동 쇼룸, 온라인몰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만난다. 현재는 대구의 생산 인력 15명과 서울 디자인 인력 15명, 총 30여 명의 실속있는 규모로 움직이는 회사가 됐다. 무리해서 규모를 키우기보다 탄탄하게 오랫동안 브랜드와 사업을 유지하고 싶다는 게 김 대표의 운영 방침이다. 김 대표는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처럼 원단부터 디자인해서 리빙 제품을 만드는 참고할만한 브랜드가 국내엔 없어서 모든 게 도전과 배움의 연속이었다”며 “다행히 지난 12년 동안 찾는 사람들도 서서히 늘어나서 그 속도를 따라가며 천천히 회사를 키울 수 있었다”고 했다.  
생동감 있는 컬러, 대담한 패턴, 실용적인 물건. 키티버니포니의 디자인 정체성이다. 사진은 합정동 쇼룸 2층에 있는 커튼과 침구 코너다. 변선구 기자

생동감 있는 컬러, 대담한 패턴, 실용적인 물건. 키티버니포니의 디자인 정체성이다. 사진은 합정동 쇼룸 2층에 있는 커튼과 침구 코너다. 변선구 기자

 

오리지널 패턴으로 우리만의 브랜드 만들어

어느새 키티버니포니는 한국의 ‘마리메코’로 불리며 패브릭 기반 리빙 브랜드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했다. 마리메코는 핀란드의 유명 패브릭 브랜드이자, 다양한 리빙 제품을 내는 디자인 브랜드다. 키티버니포니는 지난 12년간 150여 종의 원단 패턴을 개발해 현재 그 원단을 바탕으로 약 50여종의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가장 인기를 끌었던 패턴은 키티버니포니의 로고를 바탕으로 디자인했던 원단이다. 2013년 디자인으로 이 원단으로 만들어진 가방과 파우치는 누적판매량이 5만개에 달한다.
로고를 활용해 구성한 '키티버니포니'의 시그너처 패턴. 가장 많이 판매된 패턴 디자인이다. 사진 KBP

로고를 활용해 구성한 '키티버니포니'의 시그너처 패턴. 가장 많이 판매된 패턴 디자인이다. 사진 KBP

 
무엇보다 의미 있는 점은 키티버니포니가 한국에서 디자인한 오리지널 패턴 원단으로 만든 리빙 브랜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한국의 패브릭 제조 기반은 외국에 비해 뒤지지 않을 만큼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쉬웠다”며 “다행히 최근에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많이 나와서 한국의 리빙 디자인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고 했다. 키티버니포니도 일본‧중국에 수출하고 해외 페어에도 참여하면서 조금씩 이름을 알려가고 있다. 요즘엔 유명 외국 작가들이 함께 작업하자며 포트폴리오를 보내기도 한다.  
2008년 초기에 디자인된 '델피노' 패턴. 김진진 대표가 가장 아끼는 패턴 디자인으로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사진 KBP

2008년 초기에 디자인된 '델피노' 패턴. 김진진 대표가 가장 아끼는 패턴 디자인으로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사진 KBP

 

스튜디오 KPB, 좋은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

브랜드 키티버니포니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 외에도 ‘스튜디오 KBP’라는 이름으로 실험적인 작업을 하거나 다른 회사 혹은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한다. 그동안 아모레퍼시픽·맥심·파리바게뜨 등 여러 회사와 키티버니포니의 브랜드 정체성을 녹인 협업 작업을 해왔다. 김 대표는 특히 2016년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과의 협업을 인상적인 작업으로 꼽았다. 대기업과는 처음 한 작업으로 키티버니포니의 고유한 디자인이 가장 많이 반영된 작업 중 하나다. 이 작업 이후 많은 기업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 아리따움과 협업한 프로젝트. 방향제품 패키지 디자인이다. 사진 KBP

아모레퍼시픽 아리따움과 협업한 프로젝트. 방향제품 패키지 디자인이다. 사진 KBP

스튜디오 KPB는 자체 전시를 기획하고 작가들과 협업해 패브릭 제품이 아닌 디자인 제품을 낸다. 다른 디자이너와 협업해 색종이를 만들어 종이접기 클래스를 열기도 하고, 음악회도 연다. 이 모든 시도들이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자양분이 된다고 생각한다. 김 대표는 “단순히 판매를 잘해 돈을 많이 벌기보다 지속할 수 있는 브랜드, 다양한 매력을 가진 브랜드로 잘 키워보고 싶다”며 “때마다 새로운 것을 기획하고 협업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이유”라고 했다.  

스튜디오 '그레이트 마이너'와 스튜디오 KBP가 함께 작업한 문진. 사진 KBP

스튜디오 '그레이트 마이너'와 스튜디오 KBP가 함께 작업한 문진. 사진 KBP

“내년 키티버니포니 13주년을 맞아 저희가 개발한 150여 종의 패턴과 개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패턴북’ 출간을 계획하고 있어요. 지난 10주년에 만든 브랜드 슬로건 ‘라이프 인패턴즈(Life in patterns)’처럼 앞으로도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패턴과 디자인을 제안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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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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