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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86% 부자나라 앞뒀는데···가이아나 '자원의 저주' 왜

 벼락부자를 노리던 남미 최빈국 가이아나의 꿈이 벼랑 끝에 서 있다.  
 

남미 최빈국서 5년 전 유전 발견
코로나로 유가 급락…정치도 불안정

가이아나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5년 전 에너지계의 큰손인 엑손모빌이 뭍에서 200㎞ 떨어진 심해유전을 발견하면서다.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가이아나의 성장률을 86%로 내다봤을 정도로 잠재 가치를 인정받았다. 몰려드는 에너지 투자가들로 수도 조지타운의 부동산은 2배가량 급등한 상황이다.  
 
가이아나 심해유전 위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가이아나 심해유전 위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러나 이런 환호성도 잠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유가 하락과 민족 간 갈등으로 점철된 오랜 정치 대립이 가이아나의 발목을 세게 붙잡고 있다.
 

◇인도계 vs 아프리카계 

가이아나는 남미에서 유일하게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나라다. 오랜 영국 식민지 이력 탓에 민족 구성도 주변국들과 크게 다르다.  
 
미 중앙정보국(CIA) 팩트북에 따르면 가이아나 인구는 약 75만명(올해 7월 추정치). 이중 인도계(파키스탄 포함)가 40%, 아프리카계가 30% 정도를 차지한다. 
 
지난 3월 1일 가이아나 수도 조지타운에서 아프리카계 여성들이 길을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3월 1일 가이아나 수도 조지타운에서 아프리카계 여성들이 길을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는 1834년 영국이 노예제를 폐지하면서 아프리카계를 대신할 사탕수수 농장 일손을 대거 인도에서 받아들인 결과다. 인도계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까지 가이아나로 계속 이주해 다수 민족이 돼버렸다. 
 
자연스럽게 정치 지형도 민족 구성에 따라 형성됐다. 의회가 수반인 대통령(임기 5년)을 간접 선출하는 정치시스템을 갖췄는데, 1970년 공화국 선포 이후 9명의 대통령 중 5명이 인도계 정당인 인민진보당(PPP) 소속이다.  
 
반대편의 아프리카계 정당 인민민족회의(PNC)는 90년대 이후 만년 야당 생활을 하다가 연립 형태로 2015년 정권을 창출했다. 당시 총선에선 ANC가 주도하는 연립 세력은 1석 차이의 신승을 거뒀다.  
 
지난 3월 2일 가이아나 수도 조지타운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월 2일 가이아나 수도 조지타운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월 2일 실시된 선거를 앞두고는 인도계의 우세가 예상됐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자 연립 여당이 압승했다. 곧바로 부정선거 파동이 일면서 정국이 혼돈으로 빠졌다. 결국 지난 6일 가이아나 선거관리 당국은 대법원의 명령으로 총선 재검표를 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오일머니'에 부동산버블

이번 선거가 과열 양상으로 치달은 배경에 석유 이권이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변변한 산업기반 없이 인구의 35%가 극빈층인 상황에서 갑자기 산유국으로 발돋움하자 막대한 ‘오일머니’를 둘러싸고 정쟁이 불붙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엑손모빌은 심해유전 채굴을 시작하면서 원유생산량을 2025년까지 일일 75만 배럴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1% 가까운 수치다.
 
지난 2월 4일 상업용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가이아나 심해유전 채굴 원유의 선적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4일 상업용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가이아나 심해유전 채굴 원유의 선적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또 가이아나의 전체 원유 매장량은 80억 배럴로 추정되는데, 인구 1인당 매장량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이 때문에 현재 5000달러 수준인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2024년께 4배로 뛸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부동산 붐도 일었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최근 가이아나에 두 번째 호텔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미 문을 연 조지타운 해변의 메리어트 호텔은 1박 요금이 평균 300달러(약 37만원) 정도인데, 로비엔 전 세계에서 온 비즈니스맨들로 가득하다.  
 
이런 붐엔 ‘차이나 머니’도 한몫을 한다. 일례로 중국 국유 인프라 대기업인 중국항만엔지니어링은 이 호텔 인근에 사무실과 회의시설이 딸린 고급주택을 짓고 있다. 도심 곳곳에서 이런 개발이 이뤄지면서 부동산이 폭등하는 것이다.
 

◇손 놓기 시작한 에너지 업계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변수로 등장했다. 유가가 급락하면서 가이아나의 매력도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다.  
 
가이아나 심해유전의 경우 1배럴당 25~35달러 수준은 돼야 채산성이 확보되는데, 최근 유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에너지 업체들이 손을 놓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투자했던 엑손모빌은 지난달 일부 개발계획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지난달 14일 IMF는 올해 성장 전망을 기존 86%에서 52.8%로 하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유가 추세에 따라 실제 결과는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본다.
 
한때 석유 국유화로 남미를 호령했던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제재와 유가 하락으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정치 혼란도 가중돼 베네수엘라를 떠나려는 국민도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2월 10일 콜롬비아 국경을 넘기 위해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트럭에 올라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때 석유 국유화로 남미를 호령했던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제재와 유가 하락으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정치 혼란도 가중돼 베네수엘라를 떠나려는 국민도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2월 10일 콜롬비아 국경을 넘기 위해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트럭에 올라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같은 유가 하락에 정치 혼란상이 겹치면서 ‘가이아나 드림’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풍부한 천연자원이 오히려 국가 발전을 망치는 ‘자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석유로 흥했다가 석유로 망한 이웃 나라 베네수엘라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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