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톡톡에듀]공부핑계로 집안 일 외면하는 우리 아이, 정답일까?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의 여파로 개학이 다시 미뤄졌다. 학사 일정상 마냥 미룰 수만은 없는 상황인데, 이 시점에서의 개학에 대해 찬반 여론이 뜨겁다. 학교 내 감염을 걱정하는 의견이 대다수이지만, 외출 자제를 요청하면서 “제발 애들 학교 좀 보내자!!”는 댓글도 쉽게 발견되곤 하는 것이다. 그렇게 집에서 장기간 함께 있다 보면 이런저런 에피소드도 발생하게 마련이다. 어떤 분은 아들에게 ‘이놈 새끼!!’라고 장난 섞어 부른다는데, 하루 삼시‘세끼’ 해먹이다 보니 생긴 별명이란다. 그런가 하면 집안일을 시켰을 때, 정확히 시킨 ‘그 일만’ 하고 마는 자녀를 두고 ‘도스(DOS)’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 그릇들 좀 갖다 놔라”고 하면 옆에 너저분한 건 놔둔 채로 그릇만 쏙 갖다 놓는 식이다. 말하자면 하나하나 명령어를 써넣어야만 작동하는 원시적 운영 체제에 빗댄 유머인데, 4차 산업시대의 아이콘인 인공지능의 대척점에 서 있는 표현이다.  
 

지하나샘의 교육을 부탁해

옛 어른들은 이런 경우를 두고 "주변머리가 없다"고 표현했다. 주변머리란 ‘일을 주선하거나 잘해내는 재주, 또는 다른 사람과 관계에서 빚어지는 사교의 기술’ 정도로 정의된다. (물론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면 주변 눈치만 살피는 경우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긍정적인 의미 위주로 사용하도록 한다) 즉 순간적으로 상황에 적절한 행동을 가늠하고 실행하는 능력인데,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 에서는 공감 지능, 인간 친화 지능 정도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주변머리가 없다는 것은 행동이 엉성한 거 외에도 남의 입장을 인지하지 못하는 자기 중심성, 그리고 더 확장한다면 사회적, 국제적 이슈에 대한 무관심도 포함할 수 있다. 한마디로 주변을 살피지 못한다는 뜻인데, 군대나 기업체 일선의 관리직이 요즘 세대의 소위 ‘개념 없는 행동’ 즉 주변을 살피지 않는 방식 때문에 갈수록 괴로워진다고 한다. 우리 자녀들이 얼마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부모의 손길을 떠나게 되는지를, 정작 부모가 아닌 타인들이 민감하게 느끼는 것이다.  
 
교육열이 뛰어난 나라에서 자라나는 인재들이 왜 ‘주변 지능’은 부족한 상태로 자라나게 되는 것일까? 몇 가지 이유를 들어보자면 첫째, 구시대적인 IQ의 잔재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머리가 좋다”, “똑똑하다” 는 표현이 많이 쓰이는 게 그 증거다. 둘째, 부모가 “공부나 해”식의 태도를 여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빠 보이는 부모를 도우려던 고사리손이 “넌 됐어. 가서 숙제나 해”라는 핀잔을 듣는 그 순간, 자녀의 주변 지능은 심각한 훼손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인 로버트 기요사키의 또 다른 저서 “A 학생 C 학생 B 학생”에는 학교에서 측정하는 몇 가지 과목으로 인간의 능력을 다 측정하지 못할뿐더러, 성적이 성공에 직결되지 않는다는 논리가 잘 제시되어 있다.
 
예전 시대에는 직선 주로에서 최고의 성능을 낼 수 있는 스포츠카와 같은 인재가 환영받았다면, 다가올 4차 산업시대는 변화무쌍한 코너링 주행과 함께 심지어 험로의 충격에도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는 SUV 같은 인재가 요구된다. 물론 성실성이라는 덕목을 위해 눈앞의 성적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혜로운 부모라면 여기에만 매몰되지 않고, 미래에 자녀가 처하게 될 다양한 환경을 염두에 두면서 교육하려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성적이 최우선순위’라는 암묵적인 룰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치 공부가 벼슬인 것처럼 부모가 집안일을 할 때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딴짓하면서 공부를 핑계로 대고 있는 경우도 많다. 다시 말해 일손이 필요할 때 공부 운운하면서 열외 의식을 가진 아이라면, 정작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도 낮은 편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높은 도덕적 책임감이 학업 성취도와 관계가 높다는 사실은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 단계 이론’ 등의 예에서 여러모로 입증된 바 있다. 부모가 노동하고 난 다음에도 집안일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부는 개인의 일일 뿐이며 각자의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게 한다. 한두 번의 잔소리에 그치지 말고, 지속적인 적용을 통해 몸이 자동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재활용이나 화장실 청소와 같은 특정 집안일을 자녀에게 맡기고 용돈을 주는 방식도 좋을 것이다. 
 
설령 이런 방침 때문에 대학 입시 결과가 한 단계 떨어졌다(?)고 해도, 전체적인 시야로 보면 자녀에게 더 중요한 부분을 길러주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 부모의 뚝심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 시험과는 관련이 없지만 살아가면서 필요한 부분, 예를 들어 재정 관리나 인간 관계론에 대해 함께 알아보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은 대체로 ‘좋은 수익을 보장하고 좋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일’에 대한 욕구와 직결되어 있는데, 정작 어떻게 건전한 방식으로 자본을 형성할지, 사람과의 관계는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서는 배울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유아기에는 부모와 자녀가 온종일 붙어있는 게 당연했다. 이제 자녀들은 어느 정도 성장했고, 생각해보면 코로나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집에 갇혀 있는 지금이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인지도 모른다. 아침부터 저녁, 삼시 세끼 준비와 청소 등 모든 일은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다. 눈앞의 입시 공부에만 매몰되지 말고, 인생에 필요한 진짜 공부를 함께 해나갈 기회로 바꿔 보도록 하자.  
 
지하나 덕소교 교사
   남양주 덕소고 교사. 23년 차 베테랑. 한문 교사이자 1급 학습 코치 및 전문상담교사. 취미이자 직업이 학생 상담. 1000여 명의 학생의 학습 심리 테스트를 진행했다. 자기 주도 학습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고 학교에서 ‘자기 주도 학습 클리닉’과 ‘학종내비게이션’(학종 지도 프로그램)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관련기사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