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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이용료 이중 청구 불합리” vs “품질 관리비 분담해야”

흥행하고 있는 킹덤 시즌2. [사진 넷플릭스]

흥행하고 있는 킹덤 시즌2. [사진 넷플릭스]

지난달 14일 글로벌 온라인 영상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국내 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낸 소장은 ‘트래픽(서버에 전송되는 모든 데이터의 양)과 관련해 망의 운용과 증설, 이용 등에 대한 대가인 망 이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을 담았다.  
 

인터넷 망 이용료 법정 다툼
넷플릭스, 지난달 민사소송 제기
‘망 중립성’ 원칙 두고도 의견 갈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과방위 통과
방통위서 조사해 시스템 정비해야

앞서 두 기업은 SK브로드밴드가 지난해 말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망 이용 대가 협상을 중재해달라고 신청하면서 약 5개월간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무임승차’를 멈추고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다른 입장인 넷플릭스는 방통위 중재보다 소송전에 기대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제기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지금도 두 기업 간 갈등은 여전한 논란거리다. 앞으로 나올 법원 결정이 이들의 득실은 물론, 급성장한 국내 온라인 콘텐트 유통 시장 전반을 좌우할 수 있어서다. 2010년대 들어 소비자를 위한 정보통신기술(ICT)이 크게 발전하면서 ‘인터넷회선사업자(ISP)’ 대 ‘콘텐트사업자(CP)’ 갈등 구도도 본격화했다. SK브로드밴드 외에도 KT와 LG유플러스 같은 이동통신사 등이 ISP, 넷플릭스나 네이버 같은 국내외 기업이 CP다. 이들은 CP가 콘텐트 데이터를 망에 공급하고 ISP가 이를 소비자에게 전달해 각각 수익을 올리는 공생 관계다. 그럼에도 몇 가지 쟁점에서 수년간 대립했다. 주로 국내 ISP와 해외 CP 간 대립이었다.
 
핵심 쟁점인 망 이용료와 관련해 ISP가 문제 삼는 것은 넷플릭스 같은 인기 CP가 유발하는 망 품질 관리의 어려움이다. 소비자는 좀 더 빠른 속도로 쾌적하게 인터넷을 이용하기를 원하는데, 일부 CP가 고화질 영상을 전송하면서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기에 대처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이들 CP로부터 망 이용료를 받아 망 품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실제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롱텀에볼루션(LTE) 데이터 사용량 톱10 서비스 중 해외 CP 다섯 곳이 차지한 트래픽만 67.5%에 이르렀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1년간 100억원가량(연간 해저 케이블 임대료)을 들여 한국과 일본 간 400기가비트(Gb)급 국제 회선을 증설했다. 일본 넷플릭스 보조 서버로 연결해 영상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SK브로드밴드 망으로 넷플릭스 콘텐트를 보는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기존 인프라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기업 측 설명이다. 이렇게 불가피한 망 품질 관리비가 들 때 다른 당사자인 넷플릭스도 방관만 할 게 아니라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등 해외 CP는 그것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망 품질 관리는 어디까지나 ISP 역할일 뿐, CP의 역할은 콘텐트 품질 관리에 있다는 논리다. 무엇보다 이들은 “망 이용료를 ISP 가입자들이 이미 내고 있는 상황에서 CP에 따로 내라는 것은 이중 청구라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SK브로드밴드는 가입자에게 월 1만~2만원대의 이용료를 받는데, CP로부터 이용료를 또 받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대신 SK브로드밴드에 캐시 서버(특정 망 이용자가 자주 찾는 정보를 따로 모아둔 서버) 역할로 트래픽의 효율적인 관리를 돕는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 무상 설치를 제안해 부담을 나누려 했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CP 측은 또 다른 쟁점을 앞세운다. 바로 2000년대 초 미국에서 처음 나온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 개념이다. 망 중립성은 망 제공 사업자가 모든 콘텐트를 차별 없이 동등하게 다뤄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인터넷은 공공재이므로 특정 기업 또는 콘텐트가 더 많은 트래픽을 유발한다고 차별해서 이용 대가를 치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ISP는 망 중립성이 민간 고유 영역인 망 운영·투자에서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는 규제라는 입장이다. 인터넷이 공공재라기보다는 서비스 분야이며, 투자 역량을 안배해 5세대(5G) 이동통신이나 사물인터넷(IoT) 같은 차세대 기술 발전 속도를 높여야 소비자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논리다. 한 ISP 관계자는 “망 중립성은 시대에 안 맞는 개념”이라며 “이용자 누구에게나 쾌적한 이용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망 효율성이 인터넷 민주주의 정신에 더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나뉜다.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망 이용료 등이 법적으로 정해진 문제는 아니지만 ICT 생태계의 공존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 (넷플릭스가) 사회적 책무 이행을 좀 더 고려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박경신 오픈넷 이사는 “트래픽을 더 발생시키는 CP라고 해서 다른 CP와 차별해선 안 된다”며 “전적으로 해당 CP가 공정한 경쟁 속에 사업 역량을 발휘해서 나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집안에서 영상 등 콘텐트 소비가 더 늘어난 가운데, 사회적 이익을 위해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둘 사이 공존 해법을 더 적극 찾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일각에선 이를 위해 방통위 권한을 대폭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분석한다. ISP와 해외 CP 간 분쟁에서 국내 규제 기관인 방통위 중재의 효력이 떨어질수록 안 좋은 선례로 남아, 다른 CP까지 차례로 소송전에 나서면서 기업도 소비자도 애가 닳는 소모전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망 이슈에 한해 방통위가 직권으로 조사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제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며 “그래야 소송이 잇따르더라도 방통위의 중재 과정에서 나온 내용이 법원 판단에 잘 반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CP에도 망 품질 유지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망 중립성’ 미국도 오락가락, 유럽은 가이드라인 개정 추진
인터넷을 공공재로 보고 누구나 차별 없이 동등하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개념은 해외에서도 뜨거운 논란거리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망 중립성 원칙을 확립하고도 인터넷회선사업자(ISP)와 콘텐트사업자(CP) 간 공방이 이어졌다. 그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고 2017년 말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인터넷은 공공재가 아닌 일종의 상품”이라며 망 중립성 원칙을 상당 부분 완화(사실상 폐기)하면서 ISP 손을 들어줬다. 5세대(5G) 이동통신 등 소비자 다수에게 유익할 새로운 사업에 효율적으로 투자하려면 더 많은 돈을 낸 사업자에게 빠른 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ISP 입장을 반영했다.
 
다만 이후로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8년 미국의 한 이동통신사가 데이터 용량 초과를 이유로 산불 진압에 나선 캘리포니아 소방 당국의 인터넷 속도를 일방적으로 줄여 “이러려고 망 중립성 원칙 폐기를 주장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미 상원도 같은 해 망 중립성 원칙 폐기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회검토법(CRA)을 통과시키면서 정부 결정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 등 영향력 있는 망 중립성 옹호론자 역시 정치권에 아직 많다. 이들은 망 중립성 원칙 폐기가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될 뿐더러 ‘공룡 ISP’에 지나치게 강력한 권한을 준다고 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5년 망 중립성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고 이듬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강력한 망 중립성 원칙 유지를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비상시 트래픽 폭증 우려가 커지면서 ISP를 위해 일부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 가이드라인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창균 기자 smi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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