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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도 헌 옷 사 입어…코로나 불황 속 쑥쑥 큰 중고시장

중식의 대가 이연복 셰프가 조리 기구를 팔고, 방탄소년단의 리더 랩몬스터가 바지를 사고….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에서나 어울릴 것 같은 풍경이지만, 사실 이들은 중고시장에서 ‘중고’를 사거나 팔았다. 이연복 셰프가 판 조리 기구는 그가 한때 실제로 사용했던 제품이다. 지난해 말 인터넷 커뮤니티를 떠들썩하게 했던 랩몬스터는 누군가가 아껴 입던 바지를 구매했다. 중고 물품 거래가 이제는 흔한 풍경이 됐다. TV 예능 프로그램의 주제로 등장할 정도다. 유명인의 중고 물품 거래를 소재로 한 JTBC의 예능 프로그램 〈유랑마켓〉은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가성비 앞세워 10년 새 5배 성장
소유서 사용으로 소비 인식 변화
유명인도 TV에 나와 중고품 거래
2008년 4조서 작년 20조로 늘어

“실용적 소비는 세계적인 추세”
사기 사건 늘어나 직거래가 안전

#내수시장의 영원한 ‘2부 리그’였던 중고시장이 고속성장하고 있다. 계속되는 불황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굳어지고 있는 데다 인터넷 카페에서 시작한 중고 거래 플랫폼(사이트)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확산한 덕분이다.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혹은 필요 없는 물품을 편리하게 사고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에 사는 워킹맘 정시은(42)씨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가치 소비 측면에서 중고 거래를 많이 한다”며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권장할 만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관련 업계는 지난해 중고시장 규모가 20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8년 약 4조원대에서 10년여 만에 5배가량으로 불어난 것이다. 중고시장의 성장은 관련 플랫폼의 성장세만 봐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중고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의 지난해 거래액은 약 4조원이다. 2016년 2조원대에서 3년여 만에 두 배로 성장했다. 중고 거래 앱인 번개장터의 거래액도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 또 다른 중고 거래 앱인 당근마켓 거래액은 2016년 46억원에서 지난해 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당근마켓은 지난달 10일 기준 하루 사용자 수(DAU)가 156만 명으로 전체 쇼핑 앱 중에서 쿠팡(397만 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아이지에이웍스 조사). 중고 거래 앱이 11번가(137만 명)나 위메프(109만 명)와 같은 기존의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보다 사용자가 많았던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시장은 개인 간 거래가 워낙 많아 앱과 같은 플랫폼을 통한 중고 거래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 규모가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중고시장 성장 뒤에는 불황이 자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새 제품보다는 중고를 찾는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쓰지 않는 물품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려는 사람도 많아졌다. 소비 트렌드가 ‘소유’에서 ‘사용’으로 바뀐 것도 중고시장의 판을 키웠다. 특히 이런 소비 트렌드는 필요하면 사용하다 필요성이 끝나면 되파는 중고 거래의 특성과 딱 맞아 떨어지면서 중고시장의 자양분이 됐다. 중고나라의 한 관계자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중고시장이 급성장했고, 2018년께 공유 경제 붐이 일면서 다시 급성장했다”고 말했다.
 
중고시장 이용자는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이 중에서도 주 소비층은 20~30대다. 이들은 중고 물품을 구매하거나 사용하는 것에 전혀 거부감이 없다. 보험관리 플랫폼인 굿리치가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3월 전국의 20~3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3%가 최근 1년간 중고 거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27%는 최근 1년간 중고거래를 6회 이상 했다고 답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실용적 소비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중고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
 
개인 간 거래가 대부분인 중고시장 특성상 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는 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 거래 사이트 등을 통한 사이버 사기 발생 건수는 13만6074건으로 전년대비 21.5%나 늘었다. 최근에는 중고시장에서 마스크 사기가 극성을 부리기도 했다. 공정위는 상반기 중으로 중고 거래 플랫폼 업체에 대해 현장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 업체가 전자상거래법상 소비자 보호를 위해 지켜야 하는 ‘판매자 신원정보 열람 제공’이나 ‘피해자 구제 장치’ 등의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업체도 빅데이터와 머신러닝(기계 학습) 기술, 안전거래 등을 동원해 사기 예방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사기 판매를 완전히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급적 직접 만나 물품을 주고받는 ‘직거래’를 추천한다. 직거래가 어렵다면 안전거래를 이용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이동식 안동경찰서 민원실장(경감)은 “중고 거래에서 가장 많은 사기 유형은 선입금 후 연락을 끊는 것”이라며 “물품 대금을 선입금 한다면 반드시 경찰청 사이버캅(사기 번호 조회나 스미싱과 가짜 안전거래 사이트 탐지 기능 등을 제공)을 이용해 해당 계좌번호의 신고 이력을 조회하라”고 당부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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