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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도 ‘디젤게이트’…수입차 1위 고속 질주 ‘제동’

국내 수입차 업계 1위 메르세데스-벤츠가 배출가스 불법 조작 문제로 환경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환경부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하는 듯한 벤츠코리아의 모습은 지난해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가 독일에서 배출가스 인증 관리감독 문제로 1조원에 이르는 벌금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독일 검찰은 지난해 9월 24일 차량의 인증 관리감독 문제와 관련, 다임러에 8억7000만 유로(약 1조15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고, 다임러 측은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이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폴크스바겐에 이어 벤츠발 디젤게이트가 터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벤츠코리아 측은 “다임러가 독일 검찰에 낸 벌금은 환경부 발표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다임러는 환경부의 이번 행정처분과 직접 관계있는 독일 연방자동차청(KBA)의 행정명령에 대해선 불복했고, 해당 행정명령은 아직 최종 확정 전”이라고 설명했다. 

배출가스 조작 혐의 776억 과징금
주행 중 요소수 적게 분사토록 조작
독일서도 관련 혐의로 1조 벌금 내

벤츠 측 “기술적 근거 있다” 불복 의사
생산 중단 차종이지만 신뢰에 ‘흠집’

 
벤츠, 45일 이내에 리콜 계획서 내야
 
지난 6일 환경부가 밝힌 벤츠의 배기가스 조작은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뤄졌다. 배기가스재순환(EGR) 장치가 아닌 선택적촉매환원(SCR) 장치의 작동을 제어한 게 차이점이다. SCR은 질소산화물(NOx)을 대기로 배출시키기 전에 암모니아(NH3) 성분이 포함된 ‘요소수’를 분사, 촉매작용을 일으켜 질소(N2)와 산소(O2) 등으로 전환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벤츠는 실제 도로 운행에선 요소수를 적게 분사하도록 조작해 대기오염을 조장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나온 C200d, S350 Blue TEC 4Matic L 등 3만7000여대가 대상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환경부는 해당 차종에 대해 결함시정 명령을 내리고 역대 최대인 7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벤츠가 과징금을 낼지는 미지수다. 벤츠코리아가 ‘불복’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벤츠는 우선 환경부와 협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결국 행정소송에 돌입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벤츠코리아 측은 이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벤츠코리아 측은 “이번에 문제가 제기된 기능을 사용한 데에는 정당한 기술적·법적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벤츠가 주장하는 ‘정당한 근거’는 ‘엔진 보호’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벤츠 측의 해명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교통환경연구소 관계자는 “벤츠가 고의적으로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조작했느냐 여부와는 별개로 소프트웨어 임의설정 만으로도 현행 법규를 어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법인으로 발령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

미국 법인으로 발령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

지난 6일 환경부의 결함시정 명령에 따라 벤츠는 45일 이내에 리콜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벤츠 측은 2018년 11월에 이미 일부 차종에 대한 리콜 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 계획서는 아직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리콜로 요소수 사용량이 늘어나면 소비자 불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요소수 사용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리콜이 진행되면 소비자들이 리콜을 거부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벤츠와 유사한 임의설정으로 리콜 명령을 받은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은 올해 2월 리콜 계획을 승인 받았다. 아우디의 경우 요소수 잔량이 부족한 경우에 한해 요소수 분출을 억제했다. 이와 달리 벤츠는 요소수 잔량과 관계 없이 주행시간에 따라 요소수 분출을 억제했다. 환경부 교통환경과 관계자는 “벤츠는 차종별로 적용된 알고리즘이 다르다”며 “평균적으로 시동을 걸고 20분 정도가 지나면 요소수를 적게 내보내도록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기술적 적합성’에 중점을 두고 리콜 계획을 검증할 방침이다.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 당시 환경부는 18개월 안에 85%의 리콜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계획서를 요구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할 전망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리콜 계획 승인 이후에도 이행률을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리콜 승인 후에도 철저히 점검”
 
전문가 사이에선 강제성 없는 리콜제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폴크스바겐은 2015년 발발한 디젤게이트와 관련, 환경부에 제시한 리콜 계획을 아직 채우지 못했지만 이를 강제할 법적 조항이 없어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디젤게이트 당시 환경부의 ‘인증 취소’로 개점 휴업상태가 됐던 폴크스바겐과는 달리 벤츠는 판매에는 지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환경부는 벤츠의 임의설정 차종에 대해 인증 취소 했지만 이들 차량은 이미 2018년 5월 생산이 중단됐다. 현재 벤츠코리아가 들여오는 디젤 차량은 차종·모델은 예전과 같지만 새로 인증을 받은 신차다.
 
수입사의 총책임자인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이 검찰 조사를 제대로 받게 될지도 의문이다. 오는 8월 한국을 떠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벤츠코리아는 환경부가 벤츠의 디젤차 임의설정을 발표하기 닷새 전인 지난 1일 실라키스 사장이 벤츠 미국 법인으로 발령났다고 밝혔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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