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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진단키트 무색하게 만든 임상3상의 벽···한미약품 수출 반환

한미약품 본사 [중앙포토]

한미약품 본사 [중앙포토]

 
'임중도원'(任重道遠: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국내 전문가들이 K바이오의 현주소를 진단할 때 쓰는 대표적 표현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세계 대유행으로 한국 진단키트 호재를 맞고 있지만, 제약바이오산업의 핵심인 신약개발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한미약품은 프랑스계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 수출했던 당뇨병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임상 3상 도중 반환됐다고 14일 밝혔다. 이로써 한미약품이 추진해온 5조원 규모의 지속형 당뇨신약 포트폴리오 ‘퀀텀 프로젝트(Quantum Project)’의 권리가 모두 반환됐다. 지난해 신라젠·코오롱생명과학·헬리스믹스의 임상 실패 이후 또다시 찾아온 '고배'(苦杯)다.
 
사노피는 2015년 한미약품으로부터 당뇨병 주사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도입한 후 임상 시험에 착수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면서 암ㆍ혈액질환ㆍ희귀질환ㆍ신경계질환 등 4개 영역을 연구개발(R&D) 집중투자 분야로 선정하고 당뇨병 등 연구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개발중인 약품에 대해서는 임상을 완료한 후 글로벌 판매를 담당할 파트너를 물색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임상실패가 아닌 글로벌 제약사의 전략 변경으로 인한 결과지만, 힘 없는 한국 제약사들의 현주소라는 측면에선 매한가지다. 한미약품과 사노피는 향후 120일간의 협의 후 계약 해지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 다만 권리 반환 후에도 한미약품이 사노피로부터 이미 수령한 계약금 2억 유로(한화 약 2640억원)는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사노피 측이 그동안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진행에 대한 의지를 밝혔고, 현재 임상 3상에 참가 중인 환자들이 있는 만큼 임상을 중단해선 안된다"며 "필요한 경우 손해배상 소송 등 법적 절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넘기 힘든 임상 3상의 벽

임상 3상은 그간 K 바이오의 ‘무덤’이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에게도 막대한 비용이 드는 임상 3상은 넘기 힘든 관문이다. 3상은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의 효능을 평가하는 마지막 임상 시험이다.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수천억원이 소요된다.  
 
지난해 국내 바이오 기업은 임상 3상 앞에서 번번이 좌절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가 터진데 이어 헬릭스미스의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유전자치료제인 ‘엔젠시스’도 임상 3상 중 첫 번째 단계에서 발목이 잡혔다. 이후 조사단을 꾸려 원인을 조사했고, 지난 3월 새로운 임상시험수탁(CRO)을 선정해 재도전을 준비중이다. FDA에 따르면 2006년~2015년 임상 1상에 진입한 신약 후보 물질이 3상까지 모두 통과해 최종 출시될 확률은 9.6% 정도다.  
국내 의약품 생산액 및 수출액.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국내 의약품 생산액 및 수출액.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하기엔 덩치가 작은 국내 제약사들은 그간 ‘기술 수출’이라는 카드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왔다. 신약 개발 하나에만 연매출 규모를 넘어서는 조단위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임상시험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사들 역시 최근 들어 신약 개발의 70%를 중소제약사들에 의지하고 있다. 처음부터 신약을 자체개발하기 보다 '될성 부른 떡잎'들을 선발해, 키우는 편이 경제적이란 판단에서다. 이렇게 키운 여러 떡잎들 중 한두개만 성공해도 '대박'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이번 한미약품의 사례처럼 파트너사의 계약 불이행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차질을 빚기도 한다. 이 때 한국제약사들은 ‘경험 부족’으로 더욱 열세에 놓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통 제약회사들이 임상을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위탁하는데,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CRO를 통제하고 결과를 분석해 정확하게 요구할 만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임상 3상에서 번번이 좌절하는 사례가 나온다는 것이다. CRO란 신약 개발비용 절감을 위해 제약회사가 임상시험 진행 설계, 컨설팅, 데이터 관리, 허가 업무 등을 아웃소싱하는 전문기관을 뜻한다. 한국무역협회도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국내 제약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CRO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국내 제약사들의 경우, 매출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고 경험도 부족해 임상 시험 디자인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CRO가 보낸 분석 보고서를 어떻게 정확하게 해석하는지 등은 경험이 쌓여야 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무는 "글로벌 신약개발이란 측면에서 한국 제약사들은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글로벌 제약사들도 처음엔 우리처럼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면서 발전해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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