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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의 퍼스펙티브] 기득권 단맛에 빠진 수구집단, 장강 뒷물에 떠밀려 간다

4·15 총선 후 정치지형 변화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4·15총선은 많은 논란을 남겼다. 특히 세대별 지지율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50대까지 더불어민주당을 더 많이 선택했다. 다음 선거에서는 미래한국당이 ‘지공(지하철 공짜)당’이 되는 건 아닐까.
 

‘왕년에’ 큰소리치던 보수 몰락
기득권 된 민주당도 예외 아냐
상생·분권·협치의 공감대 살려
새로운 목소리 나올 문 열어줘야

방송사 출구조사는 분명하다. 19대 총선(2012)에서 51.5%로 압도적이었던 50대 정당투표가 이번에는 34.3%로 추락했다. 32.4%였던 민주통합당은 더불어시민당과 열린시민당을 합해 37.2%다. 굳이 12%인 정의당을 합치지 않아도 미래한국당을 앞섰다. 사실상 맞대결을 벌인 지역구 득표율에서는 더 뚜렷하다. 더불어민주당이 49.1%로 41.9%인 미래통합당을 한참 앞질렀다. 사전투표에서 민주당이 더 많은 표를 얻은 점을 감안하면 당일 투표를 대상으로 한 출구조사보다 실제 상황은 더 엄혹할 수 있다.
 
선거 이후 조사에서 이런 경향은 더 심하다. 선거 뒷수습 과정에 실망한 결과다. 지난 8일 공개한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50대의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1%, 미래통합당 21%다. 열린민주당 3%, 정의당 7%를 제외해도 그렇다. 60대조차 더불어민주당 44%, 미래통합당 28%다. (이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정치지형이 변한 건가
 
50대가 왜 변심했을까. 어쩌면 변한 것은 나이뿐인지도 모른다. 19대 총선 때 50대는 5명 중 4명이 60대다. 당시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이었던 40대가 그 자리를 메웠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대학교 1학년은 지금 52살이다.
 
연령별 지역구 투표 정당

연령별 지역구 투표 정당

지난 8일 정치평론학회 심포지엄에서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흥미로운 표를 제시했다. 소위 ‘86세대’를 민주화 세대로 규정하고, 그 이전과 그 이후, 세 가지 정치세대로 나눴다. 민주화 이전 세대는 반공·냉전과 보릿고개, 산업화를 경험했다. 민주화 세대는 민주화와 개혁을 이끌어왔으나 그 과정에 위계적인 조직과 진영 논리를 강화했다. 이후 세대는 훨씬 개인주의적이고, 실용적이며, 위계질서와 권위에 반대한다. 이런 생물학적인 지형 변화가 정치 구도를 바꾸었다는 설명이다.
 
70년대의 50대나 2020년대의 50대를 같은 집단으로 보고 분석해 왔다. 그러나 우리가 거쳐온 수많은 경험이 우리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히려 젊은 시절의 경험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 때는 말이야’ ‘나도 왕년에’라는 ‘과거 팔이’다. 시대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나 홀로, 혹은 또래집단끼리 추억에 잠겨 기왕에 차지한 권리를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새로 등장한 세대는 그런 기득권에 저항한다. 수메르 점토판에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글이 있다고 한다. 그 말이 정당하려면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젊은 시절 잠시 기여한 것을 평생 우려먹으려 해서는 안 된다. 거기에 세대별 표의 흐름이 있다.
  
격동하는 한국사의 경험을 반영
 
주요한 역사적 경험들은 대부분 정치적 진영의 색을 입고 있다. 가장 큰 경험은 식민지 시대다. 친일과 반일은 아직도 진행 중인 정치 화두다. 건국 직후 반민특위, 65년 한일협정과 6·3사태를 거치며 친일과 반일의 대립구도가 형성됐다. 그 그림자는 스스로, 또는 누군가의 프레임 씌우기로 지금의 정당에 드리워 있다.
 
각 정치세대의 생물학적 연령 변화

각 정치세대의 생물학적 연령 변화

6·25는 반공과 친미를 유산으로 남겼다. 한때는 야권 탄압 수단으로, 또는 적폐와 주류 척결의 수단으로 대립했다. 제주 4·3사건, 노근리 민간인 학살 사건, 효순·미선양 사건, 광우병 파동, 강정항 해군기지 설치, 사드 배치 대결…. 끊임없이 재생산해 현재 거대 양당에 남았다.
 
보수적 뿌리를 가진 민주당은 4·19혁명으로 민주화의 세례를 받았다. 5·16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부는 산업화에 성공했다. 보수 세력이 자랑하는 대목이다. 유신 독재로 국회를 무력화하고, 산업화의 그늘에서 노동자들이 희생된 것은 큰 짐이다.
 
80년 광주학살은 새로운 국면을 만들었다. 평화시위가 총칼에 제압당하면서 분신과 ‘주사파’라는 극단적인 흐름을 만들어냈다. 86세대의 등장이다.
 
87년 6월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냈으나 정치권의 배신과 ‘재야 양심세력’의 분열로 도덕적 원로집단이 무너졌다. 이때 많은 시민 부문이 제도 정치권으로 들어오고, 인력 공급원이 됐다. 시민단체와 노조 등 조직운동이 활발해지고 위안부, 세월호 등 계기마다 조직화와 진영화가 이루어졌다.
 
91년 3당 합당을 해 호남이라는 특정 지역을 고립시켰다. 호남은 보수 정당 불모지가 됐고, 오랫동안 영남권 데릴사위 찍기와 전략적 몰표에 길들었다. 앞에서 든 여러 가지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직화와 진영화로 그 고립을 극복했다. 기득권에 안주한 보수 정당은 가랑비에 옷이 젖듯, 쌓이고 쌓인 그 부담에 지붕이 내려앉고, 비가 새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득권이 되면 하산길이다
 
정치세대의 유권자 구성

정치세대의 유권자 구성

그것이 미래통합당만의 문제일까. 2018년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문제는 충격을 줬다. 20대 82.2%가 반대했다. 이들은 개인의 자유, 공정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
 
지난해 8월 중앙일보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관련해 조사한 20대 여론은 68.6%가 반대했다. 어떤 연령대보다 부정적이었다.
 
그렇다고 꼰대세대를 추종하는 건 아니다. 새로운 정치세력이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이들의 핵심가치다. 정유라에 폭발한 이들은 조민의 논문에도 분개했다. 180석을 얻은 민주당마저 이들에겐 기득권 세력이다.
 
새 기득권의 조짐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가 대표적이다. 조국 사태는 새 적폐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준다. 참여연대는 권력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경실련은 공정성 문제로 파열음을 냈다. ‘미투’는 현 여권 세력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혔다. 인사청문회는 희극이 됐다. 부동산 투기도, 부정도 ‘내로남불’이다. 태양광도 나눠 먹고, 북한 핵도, 실업 문제도 현실보다 진영 논리가 앞선다.
 
공부도 노력도 하지 않고, 오로지 ‘왕년에…’만 외치는 거대 양당 모두의 문제다. 언제까지 거대 양당끼리 정권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이대로 간다면 기득권을 반대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수구세력을 한꺼번에 밀어내야 하지 않을까.
 
민주당에 개헌선은 허용하지 않아
기득권 꼰대 정당은 어떻게 벗어나나.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잘못된 업보는 털어내야 한다. 반성은 기본이다. 필요하다면 인적청산을 통해 결별해야 한다. 그런 정치인은 딴 살림을 차리는 게 서로에게 좋다.
 
새 정당을 만들 수 있다. 아니라면 새로운 아젠다로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 후보의 ‘생애주기별 복지’처럼 정책에는 특허가 붙어 있지 않다. 그래야 과거의 프레임을 벗어난다.
 
양당제는 기득권 유지 전략이다. 새로운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국민은 누가 더 싫으냐를 기준으로 차악(次惡)에 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정당, 새로운 아젠다를 꺼낼 정치인에게 문을 열어줘야 한다. 계속 틀어막으면 기존 정당이 소멸하는 길밖에 없다.
 
개헌이 논란이다. 이번 총선은 민주당에 개헌선(200석)까지 허용하지는 않았다. 단독으로 밀어붙이지는 말라는 뜻이다. 논란이 많은 체제 조항까지 욕심내서는 안 된다. 열린우리당 시절 의욕만 앞세워 국가보안법 개정에 실패한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랫동안 공론 과정을 거쳐왔다. 상생과 공존, 분권과 협치라는 공감대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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