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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지원금 받고 싶은데…" 대기업 임원에 온 기부독촉 전화

대기업과 소속 임원들이 고민에 빠졌다. 
일부 대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정부가 지급 중인 긴급재난지원금의 기부를 소속 임원들에게 독려하면서다. 이와 관련 ‘관제 기부, 개인의 자유 침해’라는 비난이 나오면서 대기업들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여당과 정부 눈치를 보면 일괄 기부를 해야겠고, 그러자고 임원들을 독촉하자니 명분이 취약하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5대 그룹의 한 계열사 인사부서에서 소속 임원들에게 e메일과 유선 전화 등을 통해 "그룹의 방침이니, 긴급재난기부금 기부에 동참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5대 그룹이 비슷한 방식으로 기부할 것"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실제 최근 5대 그룹의 부사장급 관계자들이 모이는 조찬모임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별다른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익명을 원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그룹마다 입장이 다르고, 기업별로 재난지원금 신청 여부를 놓고 가이드라인이 내려온 적도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임원이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을 것 같다”며 “다른 사람들 눈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대기업이 소속 임원들의 기부를 아무리 독려한다 해도, 해당 임원이 실제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했는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연말정산 때 기부금 내역을 보면 확인할 수야 있겠지만, 같은 회사 임원의 연말정산 내역을 인사팀에서 일일이 뒤져보기엔 부담이 크다”고 했다. 일이 시끄러워지면서, 대기업 임원들이 일괄 기부를 했다고 널리 알리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같은 임원이라도 직급에 따라 반응이 갈렸다. 최고경영자(CEO)급 임원들은 대체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더 많았다. 반면 상무급으로 내려올수록 “긴급재난지원금을 받고 싶다”는 반응이 다수다.  
 
긴급재난지원금은 4인 가족 기준으로 100만원이 지급된다. 대기업 임원이라면 받지 않아도 생활에 지장은 없을 것이다. 정부는 소득 상위 30%에 해당하는 계층에 긴급재난지원금 기부를 독려 중이다. 
 
문제는 기부가 얼마나 자발적인가다. 임원은 강하면서 약한 존재다. 높은 연봉을 받지만, 사실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해 ‘임시 직원’으로도 불린다. 몸담은 기업의 총수나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대기업 임원들에 대한 기부 독려를 편안하게 볼 수 없는 이유다. 거대 여당이 나서서 기부 독려를 하는 판이니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해 임원들의 기부를 볼모로 삼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물론 애초에 이렇게 기업들이 눈치봐야 하는 상황을 만든 정부와 여당이 원인 제공자다. 
 
넓게 본다면, 대기업과 정부 관계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된 것 같지만, 정부 권력에는 한없이 취약하다. 취지가 좋다고 대기업의 사유재산을 임의로 공공부문으로 이전할 수는 없지 않나.  
 
기부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정부에도 있었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은행별 청년희망펀드 기부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기부자의 52%가 이 펀드를 수탁 중인 13개 은행의 직원이었다고 한다. 청년희망펀드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 쓰일 재원 마련을 위해 조성됐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펀드의 1호 기부자였고, 이후 대기업 등의 기부가 잇따랐다. 하지만 당시 돈을 내는데 참여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때 수백억 원을 냈었지만, 그 돈이 지금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재난지원금 100만원 받은 다음에, 차라리 내 돈 100만원 더 보태서 내가 후원하고 싶은 어린이 관련 시설에 기부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개인이 기부하고 싶은 곳에 기부하는 일, 기업이 투자하고 싶은 곳에 투자하는 일. 이게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시작이다.    
 
이수기 산업1팀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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