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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내 딸이 남자가 되고 싶어한다? 성장 영화 '톰보이'

14일 개봉한 '톰보이'는 10살 아이의 정체성 고민을 담은 성장영화다. [사진 블루라벨픽쳐스]

14일 개봉한 '톰보이'는 10살 아이의 정체성 고민을 담은 성장영화다. [사진 블루라벨픽쳐스]

이 꼬마, 파란색과 자동차를 좋아한다. 축구, 싸움 실력은 동네를 주름잡을 정도. 여동생을 괴롭히는 아이는 가만 안 둔다. 파리 외곽 지역에 새로 이사 온 10살 미카엘(조 허란)은 단숨에 동네 친구들을 사로잡는다. 단, 여자란 걸 들키기 전까지.  
 

14일 개봉 프랑스 성장영화 '톰보이'
소년 되고 싶은 10살 소녀 고민 그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감독 초기작
관객이 먼저 알아보고 요청해 역개봉

14일 개봉하는 영화 ‘톰보이’는 소년이 되고 싶은 소녀의 이야기다. 아이의 진짜 이름은 로레. 하지만 자신을 미카엘이라 소개할 때 더 자유로워 보인다. 아직 강마르기만 한 웃통을 훌훌 벗고 축구하고 수영할 땐 여느 남자애와 다름없어 보인다. 이웃에 좋아하는 여자애도 생긴다. 그러나 그렇게 속이고 다닌 사실을 엄마한테 들통 난 그날 아이의 세상은 180도 뒤집힌다.
 

관객이 먼저 알아보고 '역개봉' 이뤄

올초 14만 관객을 모은 셀린 시아마 감독의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결혼을 앞둔 귀족 아가씨(아델 하에넬ㆍ왼쪽)와 그의 초상화를 그리게 된 화가(노에미 멜랑)의 이야기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 씨나몬홈초이스]

올초 14만 관객을 모은 셀린 시아마 감독의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결혼을 앞둔 귀족 아가씨(아델 하에넬ㆍ왼쪽)와 그의 초상화를 그리게 된 화가(노에미 멜랑)의 이야기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 씨나몬홈초이스]

지난해 귀족 아가씨와 여성 화가의 시대극 멜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칸영화제 각본상, 퀴어종려상을 받은 프랑스 감독 셀린 시아마의 2011년 초기작이다. 그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테디상, 이듬해 서울국제영화제 아이틴즈 대상 등을 차지하며 주목받았지만 국내 개봉은 처음. 올 1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국내 14만 관객 흥행을 거두며 열린 시아마 감독 기획전에서 ‘톰보이’가 소개됐을 때 연일 매진사례를 이룬 게 이번 정식 개봉까지 이어졌다.
 
당시 관객 반응도 뜨거웠다. “다름이 만들어낸 무지를 우리는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긴 영화” “이런 주제로 영화를 만들어준 감독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는 호평이 잇따랐다. CGV 관람객 평가란에서다.  
 

소년이란 오해 내게 자유로움 줬죠

실화는 아니지만 시아마 감독의 어릴 적 경험이 토대다. 해외 개봉 당시 외신 인터뷰에서 그는 짧은 머리 말괄량이였던 시절 자신이 가끔 소년으로 오해받았고 그게 좋았다고 털어놨다. “그 오해가 내게 줬던 자유로움을 기억한다”고 했다. 로레, 아니, 미카엘의 이야기에 그런 감정을 고스란히 되살렸다.
 
생각해보면 유년시절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태어나는 것도, 이름도, 취향도…. 성장기에 여자아이는 분홍색이 어울린다거나 남자아이에게 인형놀이는 안 맞는다는 식의 성 역할 구분을 누구든 겪어본 적 있을 터다. 영화는 그처럼 어른들이 정한 세상에 살던 10살 아이가 처음 ‘진짜 나’를 찾아 나선 심정을 공감 가게 그려낸다.  
 

어른들 벗어나, 아이가 원하는 '진짜 나'는…

오른쪽부터 '톰보이' 주인공 미카엘(조 허란)과 여동생 잔(말론 레바나).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빼어나다. [사진 블루라벨픽쳐스]

오른쪽부터 '톰보이' 주인공 미카엘(조 허란)과 여동생 잔(말론 레바나).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빼어나다. [사진 블루라벨픽쳐스]

어른들의 시선은 최대한 배제한 채 로레가 자신이 택한 ‘미카엘’이란 신분으로 아이들 속에 녹아드는 여정은 섬세하다. 동네 소녀 리사(진 디슨)는 여자라는 이유로 축구에 끼워주지 않는 남자애들은 처음 본 미카엘은 기꺼이 받아들인다.
 
비밀을 다 아는 여동생 잔(말론 레바나)은 ‘언니’ 로레가 외로워할 땐 곁을 지켜주면서도 ‘오빠’ 미카엘과 즐겁게 밖에서 뛰논다. 잔은 “난 오빠가 있는데 언니보다 좋은 것 같애”라고 이웃 아이에게 속삭인다. 미카엘의 정체가 들킬 것 같은 찰나엔 관객도 공범이 된 듯 덩달아 조마조마해진다.  
영화에서 엄마는 딸 로레가 '미카엘'이란 남자애인 척 하는 게 그저 당황스럽다. 다정한 아빠는 결정적 순간엔 늘 부재한다. [사진 블루라벨픽쳐스]

영화에서 엄마는 딸 로레가 '미카엘'이란 남자애인 척 하는 게 그저 당황스럽다. 다정한 아빠는 결정적 순간엔 늘 부재한다. [사진 블루라벨픽쳐스]

 
감독이 중성적인 이미지와 눈빛에 반해 오디션 첫날만에 캐스팅했다는 주연 조 허란 등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빼어나다. 동네에서 함께 노는 친구들은 실제 허란의 친구들을 출연시켰단다. 윤가은 감독의 영화 ‘우리들’ 속 아이들이 떠오를 만큼 자연스러운 연기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폭력 

영화가 부모를 그리는 방식도 흥미롭다. 셋째를 임신 중인 엄마는 남자애인 척 속이고 다닌 어린 딸이 그저 당황스럽다. 거부하는 아이에게 강제로 원피스를 입히고 친구들 집을 돌며 여자애인 걸 밝히려는 엄마의 모습은 어떤 의미에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데서 나온 일종의 폭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널 상처 주려는 게 아냐. 더 좋은 방법 있으면 말해줄래? 난 정말 모르겠거든.” 갑자기 주저앉은 엄마의 말엔 혼란이 가득하다. 아빠는 늘 다정하지만, 항상 결정적 순간엔 그 자리에 없다. 
 

유년기, 정체성 갖고 놀 수 있는 시기 

셀린 시아마 감독의 장편 데뷔작 '워터 릴리스'. 두 소녀의 첫사랑을 그렸다. [사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셀린 시아마 감독의 장편 데뷔작 '워터 릴리스'. 두 소녀의 첫사랑을 그렸다. [사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영화가 전하려 애쓰는 건 어떤 가르침보단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가깝다. 소녀 간의 첫사랑을 그려 칸영화제, 세자르영화제 신인감독상 후보에 오른 장편 데뷔작 ‘워터 릴리스’(2007), 파리 외곽 흑인 여고생들의 자유분방한 삶을 그린 ‘걸후드’(2014) 등 성정체성에 관한 주제를 다뤄온 시아마 감독은 ‘톰보이’에 각별한 애착을 가져온 이유를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시기를 다뤄서”라고 했다. 
 

“나이가 들면 선택해야만 한다. 하지만 인생의 그 시기(유년기)엔 모든 사람들이 정체성을 갖고 놀 수 있다. 좀 더 열려있다.”

 
제작비 100만달러(약 12억원)의 저예산 영화지만 프랑스 개봉 당시엔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보는 가족영화로 입소문이 났다.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따뜻하고도 뭉클하다.
주연 조 허란(오른쪽)은 오디션 첫날만에 셀린 시아마 감독에게 발탁됐다. 1999년생인 그는 이 영화가 개봉한 2011년엔 열한살이었다. [사진 블루라벨픽쳐스]

주연 조 허란(오른쪽)은 오디션 첫날만에 셀린 시아마 감독에게 발탁됐다. 1999년생인 그는 이 영화가 개봉한 2011년엔 열한살이었다. [사진 블루라벨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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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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