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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전 세계 마스크 착용 확대에…소재·원료 부족 가격폭등 초읽기

 
마스크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고 있다. 마스크가 오래 전부터 생활용품으로 정착한 동아시아에서는 물론 얼굴을 가리는 문화에 회의적이던 유럽과 미국에서도 보건 필수품으로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생긴 새로운 풍속도다.  

마스크, 각국서 경제재개 조건 되자
문화 다른 서구에서도 착용 확대
중국 278억 장 수출해 재미봤지만
마스크 소재 부직포 40배 로 폭등
부직포 원료 PP 가격은 두 배 인상
미, 백악관 직원 확진으로 바짝 긴장
트럼프·펜스, 착용 거부로 지탄 받아
놀란 미국민 마스크 착용 증가 전망
수요 급증하면서 가격 폭등도 우려
전략물자 마스크·소재·원료 확보해야


프랑스 남부 니스 근방의 생로랑뒤바르의 백화점 입구에서 고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프랑스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보오새가 일부 해제되면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쇼핑을 할 때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남부 니스 근방의 생로랑뒤바르의 백화점 입구에서 고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프랑스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보오새가 일부 해제되면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쇼핑을 할 때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경재재개하려면 검사 확대와 마스크 필수

특히 봉쇄완화와 경제재개의 조건으로 코로나19 검사 확대 및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독일에서는 지난 4월 29일 봉쇄를 완화하면서 대중교통 이용과 상점에서 장을 볼 때 착용을 의무화했다. 지역별로 이를 어기면 거액의 벌금을 물리는 곳도 있다. 오스트리아에선 4월 30일부터 장을 볼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가 “어색하겠지만 감염억제에 필요하다”며 대국민 설득에 나섰다. 프랑스에서는 5월 11일 전국 이동제한령이 해제되면서 대중교통 승객과 운전자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스페인도 5월 4일 외부 활동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앞으로 봉쇄가 더 풀리고 경제활동이 더 많이 재개되고, 특히 학교가 개학하면 마스크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완쪽)가 지난달 27일 마스크를 쓰고 자국의 제2공화국 수립 7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국기 무늬 마스크를 쓴 의장대원의 경례를 받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봉쇄 해제와 경제 재개의 조건으로 검사 확대와 함께 공공장소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완쪽)가 지난달 27일 마스크를 쓰고 자국의 제2공화국 수립 7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국기 무늬 마스크를 쓴 의장대원의 경례를 받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봉쇄 해제와 경제 재개의 조건으로 검사 확대와 함께 공공장소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유럽, 자국산 마스크 수출부터 막아

마스크 착용이 확산하면서 각국이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마스크 부족은 자칫 정부나 지도자의 정치적 역량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은 자국에서 생산한 마스크의 수출부터 막았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지난 3월 16일 마스크는 물론 보호장갑, 보호안경, 얼굴가리개, 보호복 등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신체를 지켜줄 개인보호장비(PPE)를 EU 밖으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고 유로뉴스가 보도했다.  
이탈리아 북부 티롤의 한 미용실에서 헤어드레서와 고객이 마스크를 쓰고 보호 장갑을 긴 채 머리 단장을 하고 있다. 이 지역은 봉쇄가 완화되고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 북부 티롤의 한 미용실에서 헤어드레서와 고객이 마스크를 쓰고 보호 장갑을 긴 채 머리 단장을 하고 있다. 이 지역은 봉쇄가 완화되고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했다. AP=연합뉴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연말까지 의료용 마스크 생산을 4배로 늘려 공급을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완전 독립하겠다고 공언했다. 마크롱은 프랑스의 주당 마스크 수요 4000만 장 중 자국 내에서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해 의료진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같이 약속했다. 독일은 마스크의 해외 수출을 일시 제한했다. EU에서 탈퇴한 영국은 해외에서 마스크 수입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 불룸버그 뉴스에 따르면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제정했던 국방생산법까지 동원해 고성능 의료용 마스크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의 확대로 마스크 확보가 각국의 국가적 과제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 충분히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외국에서 사올 수밖에 없다.  
일본 전자회사 샤프가 미에현 타키시에서 제작한 마스크.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면서 일반 생산시설을 마스크 공장으로 돌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전자회사 샤프가 미에현 타키시에서 제작한 마스크.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면서 일반 생산시설을 마스크 공장으로 돌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스크 278억 장 중국 수출 상승 주도

이런 상황을 이용해 코로나19 위기에서 이른 시일 안에 빠져나온 중국은 아직도 역병에 시달리는 나라를 상대로 마스크를 대량 수출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중국은 지난 3~4월 전 세계에 278억 장의 마스크와 1억3000만 장의 방호복을 수출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지난 8일 중국 해관총서(海關總署·관세청)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의 마스크·방호복 같은 개인보호용품(PPE) 수출은 3~4월 712억 위안(약 1조 2296억원)에 이르렀다. 수출 증가 속도도 빨라 4월 초순 하루 10억 위안(약 1727억원)에서 4월 말에는 하루 30억 위안(약 5180억원) 이상으로 늘었다. 마스크 등 보호용품 수출 호조에 힘입어 중국의 4월 전체 수출은 1월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상승세(3.5%)를 기록했다. 액수로는 2003억 달러(약 245조3675억원) 달러를 기록했다.  
요미우리 신문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수요 폭발로 마스크 제조업이 대호황을 맞고 있다. 중국의 조사회사에 따르면 마스크를 취급하는 현지 기업이 9000개 가까이 늘었다. 중국에선 1월까지 하루 마스크 생산량이 2000만 장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2억 장을 넘는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을 이용해  중국이 마스크 생산과 수출에 얼마나 열을 올렸는지를 잘 말해준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의 가지지구의 섬유 공장에서 보효용 마스크와 장감, 가운 등을 제조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봉쇄로 오랫동안 문을 닫았던 가자지구의 공장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늘어난 개인보호장비 수요로 최근 들어 완전 가동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제품들은 이스라엘로 팔려나갈 예정이다.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의 가지지구의 섬유 공장에서 보효용 마스크와 장감, 가운 등을 제조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봉쇄로 오랫동안 문을 닫았던 가자지구의 공장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늘어난 개인보호장비 수요로 최근 들어 완전 가동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제품들은 이스라엘로 팔려나갈 예정이다. AP=연합뉴스

 
소재 부직포 40배, 원료 폴리프로펠렌 2배 폭등

마스크 생산량의 급증으로 소재인 부직포와 부직포의 원료인 폴리프로필렌(PP)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중국 현지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마스크 소재로 쓰이는 부직포 가격이 중국에서 1t당 70만 위안(약 1억2000만원)으로 6개월 전과 비교해 약 40배가 올랐다고 지난달 20일 보도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어신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부직포 1t으로 약 2만 장의 마스크를 만들 수 있다. 부직포의 원료인 폴리프로필렌도 1t당 2만2000위안(약 380만원)으로 사흘 만에 2배로 올랐다고 전했다.  
유엔의 2016년 통계에 따르면 부직포의 원료인 폴리프로필렌 생산은 중국이 2020만t, 중국 외의 아시아 지역이 1870만t, 유럽이 1100만t, 북미가 860만t, 중동이 760만t, 남미가 310만t, 아프리카가 130만t. 다른 지역이 330만t을 각각 생산한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확보 경쟁이 가속화하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폴리프로필렌과 부직포의 가격이 상승하거나 물량 부족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미국의 마크 펜스 부통령의 공보관인 케이티 밀러(오른쪽)과 그의 남편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보좌관 부부. 평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던 밀러 공보관이 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미국민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AP=연합뉴스

미국의 마크 펜스 부통령의 공보관인 케이티 밀러(오른쪽)과 그의 남편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보좌관 부부. 평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던 밀러 공보관이 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미국민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AP=연합뉴스

 
백악과 직원 확진 사태, 마스크 관심 높여  

주말인 지난 9~10일 미국 사회에서 마스크 착용 확산의 변곡점이 될 만한 대형 사건이 터졌다. 대통령과 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시던 백악관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활보하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마스크 수요를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CNN은 마크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인 케이티 밀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9일 보도했다. 밀러 대변인은 확진 하루 전 펜스 부통령이 참석한 행사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취재진과 대화하는 사진이 찍혔다. 게다가 밀러 대변인의 남편은 스티븐 밀러 백악관 고문이다. 트럼프를 상징하는 ‘초강경 이민정책’을 입안한 핵심 측근이어서 당연히 트럼프와 접촉이 잦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마크 펜스 부통령(가운데)이 지난달 28일 미네소타 주의 종합병원인 마요 클리닉을 방문하면서 홀로 마스크를 쓰지 않아 비난을 받았다. AP=연합뉴스

미국의 마크 펜스 부통령(가운데)이 지난달 28일 미네소타 주의 종합병원인 마요 클리닉을 방문하면서 홀로 마스크를 쓰지 않아 비난을 받았다. AP=연합뉴스

미 코로나 최고 책임자들 한꺼번에 자가격리

뉴욕타임스(NYT)는 밀러 대변인이 미국의 최고 보건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자주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TF에 포함된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이 코로나19 확진자에게 노출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주말부터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백악관 TF를 주도해온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도 완화된 형태의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그는 12일 상원에서 열리는 코로나19 대응 청문회에 참석해 코로나의 미래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밝힐 것으로 예상됐는데 자가격리 때문에 불투명해졌다.  
뿐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선임고문의 개인비서도 감염됐으며, 대통령을 경호하는 비밀경호원 중 11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호원들은 초기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다가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으면서 뒤늦게 착용해왔다.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 그리고 밀러 대변인이나 밀러 고문 등 백악관 고위 근무자들이 한결같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왔다는 사실이다. 트럼프는 지난 5일 애리조나 주에 있는 하니웰 사의 의료용 N95 마스크 제조공장을 방문했지만 마스크를 쓴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고 CNN이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달 28일 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혼자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 지탄을 받았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펜스는 미네소타 주의 대형병원인 마요 클리닉을 방문해 코로나19 회복환자 등을 만나고 보건 관계자와 원탁회의를 하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하니웰 마스크 공장을 방문해 둘러보는 장면. 트럼프는 고글을 착용했지만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하니웰 마스크 공장을 방문해 둘러보는 장면. 트럼프는 고글을 착용했지만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

 
‘방역 대통령’ 이미지 지키려 마스크 거부했나

그렇다면 트럼프나 펜스는 왜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것일까. 지난달 3일 미국의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자발적인 안면 가리개 착용을 권고하자 트럼프는 국민에게 이런 권고를 전하면서 자신은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안면 마스트를 착용하고 (타국의) 대통령, 총리, 독재자, 왕, 여왕을 맞이하는 것을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인해 방문 외교가 중단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설명이다.  
트럼프의 이해할 수 없는 기피에 대해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입장에서 자칫 마스크를 쓴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면 ‘방역에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 이를 경계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울러 개인의 자유와 정부로부터 간섭받지 않을 권리를 중시하는 미국 보수파와 공화당의 이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미국 민주당과 자유주의자들은 공동체의 이익을 중시하기 때문에 손씻기나 사회적 거리두가, 그리고 마스크 착용 지시에 잘 따르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태국 방콕에서 항공사 승무원들이 항공기 탑승 직전 마스크를 쓰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마스크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태국 방콕에서 항공사 승무원들이 항공기 탑승 직전 마스크를 쓰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마스크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까지 마스크 일반화하면 확보경쟁 가속  
이런 상황 속에 마스크 없이 다니던 백악관 직원들이 코로나19 확진 파정을 받고 접촉자들이 대거 자가격리에 들어간 이번 사건은 미국 사회에 경각심을 심어주고 마스크 착용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거대 시장인 미국에서 마스크가 대량으로 소비되면 마스크와는 물론 그 소재인 부식포, 그 원료인 폴리프로필렌의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게 마련이다. 자칫 ‘마스크 무기화’나 ‘소재와 원료 확보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코로나19의 2차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마스크와 그 소재·원료를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 마스크는 이제 전략물자가 되고 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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