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최훈 칼럼] 꼰대들 엿되다

최훈 논설주간

최훈 논설주간

회사 후배들과의 자리. 누군가 얘기가 썰렁하다. “갑분싸”를 외쳤다. 내심 호기롭게. 그런데 웬 일? 진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다. 그들이 쭈볏쭈볏댄다. “선배. 요즘도 갑분싸란 말 쓰면 꼰대 취급 받아요.” 정직하다. 그래도 “넌 꼰대”라는 마음속  돌직구는 참아주니 고맙다. 듣고 보니 ‘갑분싸’의 시절은 거한지 좀 됐단다. 살기는 힘들다. 섞여보려 해도 힘든 건 세대다. 나보다 늘 앞서 달려가는 자연의 시간이다.
 

젊은 세대의 거대한 불만 표출은
새 가치를 윗세대가 공감못한 탓
그들의 불신·불만 이해하려 하고
미래불안 줄일 도움이 어른들 몫

성장 위해 일해야 할 인구가 줄어든단다. 이거 큰일 났다. 꼰대들의 걱정인 ‘저출산 극복’이다. 댓글들 보니 “저출산 극복같은 얘기하고 앉았네”다. 집값 하늘이고 일자리 바닥인데 뭔 결혼, 애 타령이냐. 집과 돈 가진 당신들이 더 낳던가. 자기네들 연금 짐까지 힘든 건 다 우리가, 좋은 말씀은 다 자기들이 한다.
 
주52시간 근무. 꼰대들 걱정이 태산이다. “아니 아직은 더 열심히 일해야 할 때 아닌가. 이거 나라 망해 먹게 생겼는 걸.” 그들의 반격. “52시간도 많다. 열심히 일한 그대 이젠 떠나라. 야근은 회사문 나가면 별반 소일거리도 없는 부장님들이….” 더 열심히 공부하란 부모 채근 탈출했더니 여긴 더한 꼰대들이…. 파출소 피해 경찰서 만났다. 하긴 자식도 맘대로 안되는 세상. 꼰대들의 그럴 듯한 계획일랑 후대들 뒷담화의 만신창이 되기 전 접는 게 낫겠다.
 
알바생 최저임금 인상. “아니 돈 주는 사장님 주머니나 국가 경제는 잘 모르겠고…. 그래도 누가 욕먹어가며 우리 사정 생각해 주나.” 대기업만 집착 말고 건실한 중소기업이나 해외 취업으로 네 꿈 이루란다. “니가 가라 하와이! 아니 중동! 중소기업!” 그 분들 틈만 나면 박정희의 근대화 위업 고무찬양하신다. “지금이 소득 1000달러 시대냐. 고속도로·공장 깔 게. 빅데이터, AI, 클라우드, 디지털 물류 깔 때다. 질식했던 인권은 왜 얘기않나. 고마해라. Latte is Horse(나 때는 말이야).”  “성장만이 살길”이라고. 알겠다. 그런데 “이건 대기업과 가진 자들만의 과실(果實) 아니던가.” 이 오랜 의문. 속 시원히 풀어 준 꼰대들 있었던가.
 
드디어 총선 대폭발! 미래통합당이란 정당의 한 총선 후보가 꼰대들의 오랜 존엄과 천기를 누설한다. “30대 중반부터 40대의 문제 인식은 논리가 아니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고. 63년생 57세 이 분. 평소 보수의 이론가를 자임했다. ‘큰 호랑이 세상을 바꾸다’가 그의 총선 구호다. 무서운 대호(大虎)가 정말 그리 세상 바꿀까 3040 혼비백산! 이 당에서 뿔뿔이 도망쳤다.
 
코로나로 처참한 미국과 유럽. 우리 동네 오버랩 되자 ‘모범 방역 선진국’의 상찬 쏟아진다. 하긴 기여한 건보료만 얼마인가. 팬데믹 공포의 이 마당에 그 무슨 정권 심판이냐? 심판? 그럼 그 쏠쏠할 재난 지원금은 어찌 되나. 그러고 보니 이 야당이 정책 대안이라고 내놓은 유일한 기억은 “전 국민 50만원” 뿐이다(그나마 총선 직후 내부 반란에 살처분된다). 대폭망! 수도권 121석 중 서울 8, 경기 7, 인천 1석 달랑이다. 꼰대 정당, 아니 모든 꼰대적인 것들에 가한 3040의 참혹한 보복 응징이다.
 
“반공만이 살 길”이라고. 알겠다. 그런데 상종조차 말라던 김정은이 심장병 도지면 주가 대폭락에 사재기할 판이다. 뭔 ‘작전계획 5029’ 쓸 날만은 제발 오지 말기를….  “삶은 소대가리” 핀잔도 좀 참고 데면데면 사이좋게 지내는 게 낫겠다.
 
아직도 ‘김종인 비대위원장’에 치고받는 이 야당 보니 103석도 과분했다. 김종인 아니라 조부인 가인 김병로, 아니 예수님·부처님이 비대위원장해도 앞날 가물할 난치(難治)의 꼰대들이다. 차라리 성찰이 훨씬 컸을  ‘낙선자회의’ 대표가 이 당 이끄는 게 낫겠다. 와신상담(臥薪嘗膽), 환골탈태(換骨奪胎)없다면 자생적인 새로운 보수 대변할 정당 기다림이 마음 편할 터다.
 
착하게 보면 사람과 세상은 믿음, 행복, 희망으로 움직인다. 현실엔 불신, 불만, 불안의 동력이 더 큰 듯하다. 뒤쪽 험난한 바다에서 앞으로 건너갈 다리는 역시 ‘공감(共感)’이다. 모든 꼰대스러움은 살면서 쌓인 강고한 자존감, 신념 때문이리라. 열심히들 살았다. 부모님들. 피난살이 처참했으니 북한이 악(惡)이다. 먹을 게 없다보니 성장만이 선(善)이다. 우리들. 그 부모님 말씀과 덕에(때론 거슬렀지만) 컸고, 모시며, 아이들 알뜰살뜰 챙긴 마지막 세대다. 살다보니 크게 틀린 그분들 말도 적다. 그러니 밑의 말들 늘 불안하고 어설프다.
 
아차! 그러다 큰 걸 놓쳐 버렸다. 그 사이 젊은 삶들의 가치가 확 달라졌다. 나의 행복과 자아, 기회의 공정, 삶의 여백, 존중받음 들이다. 다양해진 그 가치 공감을 못했으니 마음 속 새김과 어울림의 부족이야 일상이다. 불신과 불만은 잊혀질 순 있어도 지워지진 않을 과거다. 꼰대들의 길은 하나. 후대의 미래 불안 공감하고, 줄여 줄 도움과 조언 뿐이겠다. 숨을 고르고 점잖게…. 그 지향점은 모든 것의 실사구시(實事求是)여야 하겠다.  
 
그리곤 미래의 주인인 그들의 분투를 믿고 성원해 줄 따름이다. 어쩌랴. 꼰대들은 늘 엿된다.
 
최훈 논설주간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