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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탈원전’ 집착 버리면 600만 명 일자리 생긴다

정재준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 전 원자력안전위원

정재준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 전 원자력안전위원

경영난에 빠진 두산중공업이 지난 2월 노조 측에 휴업 방침을 통보했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원자력과 석탄 화력 프로젝트가 취소돼 약 10조원의 수주물량이 증발한 게 근본 원인이라고 한다. 무리한 계열사 살리기 등으로 부채가 급증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두산중공업 기존 일자리 지키고
한국 원자력 기술 몰락도 막아야

파국으로 달려가던 두산중공업의 위기는 국책 은행들의 금융 지원으로 한숨 돌리는가 했는데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2조4000억원을 지원하면서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휴업과 추가 구조조정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월 고정비 절감 차원에서 45세 이상 직원 2600여 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직원 650여 명이 이미 회사를 떠났다. 추가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경영진의 입장이고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갈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환경단체들이 두산중공업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이 부적절하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는 석탄 화력에 대한 투자를 문제 삼았다. 두산중공업의 원자력 기술자를 훈련해 풍력에 투자해야 한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도 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어느 분야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면 이미 투자했을 것이다.
 
두산중공업의 앞날은 오리무중이다. 이 와중에 몇십년 공들인 원자력 기술이 와해 위기에 봉착했다. 이런 사태를 시장경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로 간과할 수만은 없다. 정부 정책의 영향이 컸을 뿐 아니라 그 여파가 두산중공업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2019년 두산중공업과 협력업체 간의 원전 관련 납품 계약이 2016년 대비 40%대로 급감했다. 그 결과 약 200여 개에 이르는 중소기업이 벼랑 끝에 서 있다. 문제는 이 기업들의 경영난에만 있는 게 아니다.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24기 중 14기의 핵심 기기를 두산중공업이 제작했다. 원자로·증기발생기·터빈발전기·계측제어설비와 냉각재 펌프 등이다. 국내와 아랍에미리트에 건설 중인 신형 원전 8기의 핵심 기기도 두산중공업이 공급했다. 그런 두산중공업이 숙련된 기술자를 내보내고 휴업하는 사태의 파장은 생각보다 크다.
 
원전의 안전과 성능은 지속적인 보수·유지를 통해 확보된다. 특히 안전한 운전을 위해 주기적인 예방 정비와 보수가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주요 부품의 적기 공급이 중요하다. 그래서 원전 운영사는 제작사와 늘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두산중공업과 협력업체들이 몰락하면 한수원은 한쪽 날개가 없는 새가 된다. 소소한 고장이라도 나면 외국 업체를 찾아야 한다. 한국의 기술로 만든 원전 부품을 외국 업체가 적기에 공급하기는 어렵다. 이는 원전 이용률 하락과 안전에 대한 잠재적 위협으로 이어진다. 안전을 내세운 탈원전이 안전을 저해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전기요금 인상요인도 발생한다. 원전 수출도 그림의 떡이 된다. 일파만파로 커지는 두산중공업 사태는 긴급 금융지원과 구조조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길을 터주면 된다.
 
정부는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55만개 일자리를 올해 연말까지 창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임시방편으로 성급하게 일자리를 만드는 것보다 이미 잘 계획된 신한울 원전 3, 4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는 잘 준비된 ‘한국판 뉴딜’ 사업으로 8조원 규모, 연인원 60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원전 안전과 이용률도 올릴 수 있다.
 
두산중공업과 협력업체들의 소중한 일자리를 지키면서 국내 원자력 기술의 몰락 도미노도 막을 수 있다. 일석삼조가 따로 없다. 열린 자세로 논의해보자.
 
정재준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전 원자력안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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