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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미성년자 성매매, 두렵지만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인간수업’의 김동희. 학교에서는 성실한 모범생으로 통하지만, 학교 밖에서는 성매매를 알선하는 오지수 역할을 맡았다. [사진 넷플릭스]

‘인간수업’의 김동희. 학교에서는 성실한 모범생으로 통하지만, 학교 밖에서는 성매매를 알선하는 오지수 역할을 맡았다. [사진 넷플릭스]

낮에는 반에서 1~2등을 다투는 모범생, 밤에는 앱으로 조건만남을 중계하는 포주. 지난달 2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극본 진한새, 연출 김진민)에서 배우 김동희(21)가 맡은 오지수의 모습이다. 아버지는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어머니는 가출한 상황에서도 “졸업하기, 취직하기, 애 낳고 애 키우기, 평범하게 살다 평범하게 죽기”라는 꿈을 이루고자 그릇된 방법으로 돈벌이에 나선 그의 모습은 화가 치밀면서도 애처롭기 그지없다. “꿈은 비싸다. 부모 없는 애한테는 더 비싸진다”는 독백이 곧 현실인 탓이다.
 

넷플릭스 ‘인간수업’ 10대 포주역
평범한 삶 위해 범죄 가담 이중성
“n번방 사건 떠올라” 문제작 입소문

고등학생 성매매 포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10부작 드라마는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같은 반 친구들도 조건만남을 하고, 성매매 알선에 가담하는 등 충격적인 내용을 담았지만, “잘 만든 문제작”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넷플릭스 ‘오늘의 한국의 톱 10 콘텐트’ 1위에 올랐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해 텔레그램에 유포한 n번방 사건과 맞물리면서 사실적인 묘사와 촘촘한 사건 전개가 보는 내내 공포감을 높인다. 조폭에 연루돼 생사를 위협받는 극 중 결말에는 “충분히 대가를 치렀다”는 입장과 “더 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데뷔 3년 차 김동희는 어떻게 이런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7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이야기라는 감독님 말씀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처음 오디션을 봤을 땐 자세한 캐릭터 설명도 없이 “내 꿈의 가격은 9000만원” 등 대사 두 줄이 전부였지만 “꿈의 가격을 정해놓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단다. “지난해 8월 촬영을 마쳤는데 공개를 앞두고 n번방 사건이 터져서 깜짝 놀랐어요. 정말 충격적이긴 했지만, 이 시기에 이 작품이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더라고요. 이런 사건이 반복되면 안 되잖아요.”
 
극중 조건만남을 하는 같은 반 친구를 통해 자신의 범죄행위가 학교에 알려질까 전전긍긍한다. [사진 넷플릭스]

극중 조건만남을 하는 같은 반 친구를 통해 자신의 범죄행위가 학교에 알려질까 전전긍긍한다. [사진 넷플릭스]

그는 ‘선택’과 ‘책임’이라는 단어로 이 작품을 요약했다. 극 중 지수를 비롯해 규리(박주현), 민희(정다빈), 기태(남윤수) 등이 각기 다른 이유로 잘못된 선택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못해 벼랑 끝에 놓인다. 그렇기에 “더 많은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선정적인 장면은 많지 않지만, 소재 자체가 지닌 민감성과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작품 특성상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어른들이 더 많이 봐야 할 작품”이라고 답했다. “청소년은 판단력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를 확률도 높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많은 어른의 관심이 필요한 거죠.” 매회 끝날 때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을 알고 계신다면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세요”라는 자막과 함께 사이버 1388 청소년 상담센터 안내 문구가 뜬다.
 
스스로 “절대 용서받으면 안 되는 인물”이라고 칭하는 지수를 연기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데뷔작인 웹드라마 ‘에이틴’(2018)부터 ‘SKY 캐슬’(2018~2019), ‘이태원 클라쓰’(2020) 등 출연작 전부가 화제작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지만, 선한 인상마저 지워진 낯선 얼굴에 섬뜩한 장면도 여럿이다. “저도 처음 보는 얼굴이 많았어요. 연기하면서도 완벽히 공감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장에 몸을 던진 순간이 많았거든요. 머릿속으로 먼저 계산을 하다 보면 표현에 한계가 있을 것 같아서 현장에 일찍 가서 감독님과 의논을 많이 했죠. 덕분에 테이크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많이 이끌어주셨죠.” 그는 “안목이 좋아서 성공작을 알아본 건 절대 아니다”라며 “준비가 부족해 잘 소화하지 못해도 이 캐릭터는 꼭 하고 싶다고 부딪힌 결과 주위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선한 인상 뒤로 숨겨진 일그러진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든 김동희. [사진 넷플릭스]

선한 인상 뒤로 숨겨진 일그러진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든 김동희. [사진 넷플릭스]

그간 연기한 인물이 모두 순진함 이면에 복심을 품고 있는 것 같다는 말에 그는 “몰랐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 그렇더라”고 답했다. 안양예고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가천대 연기예술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학교에서 연극을 할 때 이중성이 강한 캐릭터를 많이 맡았다”며 “실제 성격도 복잡한 편이다. 친구들과 있을 때는 마냥 밝지만, 생각을 정리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편이라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성장하기 위해 이걸 장점으로 살려서 극대화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그동안 감정을 삭이는 역할을 많이 했으니 좀 자유롭게 까부는 것도 해보고 싶어요.”
 
극 중 지수의 생활기록부에는 “성실한 학생입니다. 품행이 단정하고 학업 성취도가 높습니다”라고 적혀있지만, 김동희의 생활기록부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열정’이란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열정이라는 말이 있었어요. 연기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연습실에서 살다시피 했거든요. 아무래도 연기하면서 교복을 입다 보면 학교 다닐 때 생각이 많이 나는데 그때 저도 이미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직 갈 길이 먼데 말이죠. 저는 연기를 오래 하고 싶기 때문에 연이어 학생 역을 맡는 것에 거부감은 전혀 없습니다. (교복을) 입을 수 있을 때 실컷 입어야죠. 하하.”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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