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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딥톡] “왠지 불안해…직무능력 키우자” 직장인 온라인 열공중

유통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36) 과장은 황금연휴였던 지난 2일 온종일 집에 머물며 노트북PC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일하거나 영화를 본 게 아니었다. 대신 지난달부터 시작한 파워포인트(PPT) 만들기 온라인 강의를 들었다. 이것 말고도 유료 독서모임인 ‘트레바리’에 가입해 e메일 마케팅 관련 책을 읽고 온라인으로 독후감을 올리고 있다. PPT 강의는 약 3만원, 트레바리는 넉 달에 30만원 정도가 든다. 그는 “회사에서 맡은 업무를 고도화해보고 싶어 이것저것 공부를 시작했다”며 “오랜만에 자기계발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 코로나 이후 부는 직장인 공부열풍

파워포인트 인터넷 강의 화면. 독자제공

파워포인트 인터넷 강의 화면. 독자제공

 

코로나 이후 온라인 학습 2배 

공부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회식이나 각종 모임이 사라지며 강제적으로나마 ‘저녁이 있는 삶’이 생긴 게 물리적인 계기가 됐다. 여기에 ‘언택트(Untact·비대면)’ 활동이 일상화하면서 부수적 수단이었던 디지털 러닝(Digital Learning)이 교육에서도 주류로 부상했다. 트레바리를 비롯해 ‘탈잉’ ‘패스트캠퍼스’ ‘클래스101’ 등 다양한 온라인 학습 플랫폼들이 성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9일 기업·직장인 교육 전문기업 휴넷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3월, 개인 학습자들의 구매 건수는 전월 대비 135.8% 증가했다.  
 

학위보다 엑셀·PPT ‘실사구시’ 인기 

흥미로운 건 내용이다. 직장인(Salaryman)과 학생(Student)의 합성어인 ‘샐러던트(Saladent)’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늘 있었지만, 과거엔 영어나 일본어·중국어 등 어학 공부나 학위를 위한 야간·주말 대학원, E-MBA(온라인 경영전문석사) 등이 인기였다.  
하지만 최근엔 20~30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실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소소하지만 유용한 강의들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늘었다. 휴넷 관계자는 “최근엔 포토샵·인포그래픽·PPT 만들기, 기획·보고서 작성법 등 업무에 바로바로 쓰일 수 있는 간단한 실무형 강의를 찾는 수강생들이 많다”며 “대부분 1개월짜리 단기 과정으로 6만~7만 원대에 부담 없이 배울 수 있는 것들”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부터 아예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의 온라인 교육 지원에 나섰다. 회사는 공지사항을 통해 “자기계발을 게을리할 수 없다는 엄청난 요청들을 반영했다”며 개강일로부터 1년간 수강할 수 있는 온라인 강좌를 소개했다. 과정은 ‘데이터 분석입문’ ‘엑셀 실무 마스터’ ‘파이썬(프로그래밍 언어) 웹 개발’ 등이다. 온라인 은행이라는 업의 이해와 실무에 도움이 되는 과정들이다.
    

취준생만큼 불안한 직장인들 

“제가 정년 보장된 공무원이면 이렇게 공부 안 하죠.” 
직장인들의 ‘실사구시’형 자기계발 붐 이면엔 한 층 커진 불안감도 자리 잡고 있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B씨(40)는 “때 되면 월급 받고 회사에 충성하면 노후도 보장되던 시절은 이미 끝났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에 회사 미래가 불안해 이직 자리를 알아봤더니 어디든 영어는 기본이고 동영상 편집, MS(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프로그램 활용 등 요구하는 게 만만치 않더라”며 “회사와 경쟁자들은 점점 젊어지고 내 디지털 능력은 부족하다 보니 취업준비생 못지않게 불안감이 정말 크다”고 말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 여파로 직장인 절반 이상이 고용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블라인드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 여파로 직장인 절반 이상이 고용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블라인드

 
20대 직장인 박윤찬씨 역시 “회사에선 혼나는 과정 말고는 이렇다 할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가 없고, 그마저 담당 부서가 아니면 어깨너머로밖엔 볼 기회가 없다”며 “연봉협상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게 (공부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현재 콘텐트&브랜딩을 담당하고 있는 박씨는 업무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만한 퍼포먼스마케팅 분야를 비롯해 온라인으로 포토샵 제작과 부동산 재테크 강의를 듣고 있다. 

 
이에 대해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규직이란 개념은 이제 특수한 형태가 돼 버렸고 생애주기 동안 최소한 2개 이상 다수의 직업을 갖는 시대”라며 “이에 대해 직장인들이 느끼는 압력이 강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한국인의 기저에 깔린 좀 더 나은 삶, 좀 더 좋은 기회에 대한 강한 욕구가 경제산업 구조의 변화와 맞물린 결과”라고 풀이했다.  
 
기업들이 요구하는 능력이 빠르게 변하고 코로나19로 본격적인 원격 시대가 열린 만큼 취업준비생이나 직장인 대상의 디지털 러닝 트렌드는 더욱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펀드 GSV의 마이클 모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 러닝 시대의 새벽(Dawn of the Age of Digital Learning)’이라는 글에서 “학위 하나만으론 더는 커리어 기회를 잡을 수 없다. 원격근무 등 업무 자동화가 가속할수록 직장인들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 재교육 필요를 더 많이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탁 휴넷 대표는 “특히 인터넷 강의나 동영상에 익숙한 20·30세대가 경제인구의 중심이 되면서 코로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개인 학습은 물론 신입사원 교육이나 승진교육, 법정의무 교육 등 기업 단위의 교육도 디지털로 대체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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