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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의 시선] 이용수-윤미향 불화, 할머니를 국회로 정중히 모셨더라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왼쪽) 할머니가 2019년 1월 윤미향(오른쪽) 당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과 함께 고 김복동 할머니 장례식장에 참석했다. 수요집회를 28년간 함께 해온 두 사람의 갈등이 터졌다. [뉴시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왼쪽) 할머니가 2019년 1월 윤미향(오른쪽) 당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과 함께 고 김복동 할머니 장례식장에 참석했다. 수요집회를 28년간 함께 해온 두 사람의 갈등이 터졌다. [뉴시스]

이용수 할머니가 2019년 8월 14일 서울 남산의 옛 일제 조선신궁 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 및 서울 기림비 제막식에' 참석해 소녀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중앙포토]

이용수 할머니가 2019년 8월 14일 서울 남산의 옛 일제 조선신궁 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 및 서울 기림비 제막식에' 참석해 소녀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중앙포토]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관계자들은 어버이날이던 지난 8일 대구행 기차를 타려다 발걸음을 돌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 7일 정의연과 윤미향(56) 전 정의연 이사장(더불어시민당 비례 당선자) 등을 공개 비판한 뒤 어버이날 만남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장세정의 시선]
이용수-윤미향 불화의 두 가지 원인?
28년 함께한 윤미향을 공개 비판
할머니의 쓴소리 뼛속에 새겨야
"비례대표 문제로 속상해하셔"
윤미향은 조연으로 남았어야
위안부 문제 방치한 정부 큰 책임
윤미향은 소통하고, 정부 나서야

 할머니는 1992년부터 위안부 문제 진상 규명과 피해자 명예 회복을 촉구하며 수요집회를 주도해온 위안부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다. 2007년 2월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일본군 성노예' 만행을 생생하게 증언했고, 영화 '아이 캔 스피크'(2017년 개봉)의 주인공으로 그려졌다. 그런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의혹을 공개 폭로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할머니의 메시지는 크게 네 가지다.  ▶그동안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 ▶학생들에게 증오와 상처만 가르치는 수요집회에 더는 참석하지 않겠다 ▶국민 성금이 할머니들에게 쓰이지 않고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다 ▶윤미향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지 사욕을 챙기려고 국회의원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의혹과 파장이 커지자 윤 전 이사장은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져 있다"고 반박하며 민감한 기억 문제를 건드렸다. 정의연 측은 "사실과 다르다. 후원금은 투명하게 회계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정의연은 기자회견을 주도한 측이 정기연에 악감정을 갖고 할머니를 부추겼다며 음모론을 꺼냈다.
 하지만 기자회견 사회를 본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대표(아시아태평양전쟁희생자한국유족회 이사)는 "이용수 할머니는 의지와 철학이 아주 강한 분이다. 누가 옆에서 이래라저래라 한다고 본인 생각과 다른 행동을 할 분이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사실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전 이사장은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시절부터 모녀 관계처럼 동고동락해왔다. 그런 두 사람의 불화는 많은 국민을 당혹하게 한다. 두 사람이 돌아선 배경으로 크게 두 가지 요인이 거론된다.
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 26일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자들을 만났다. 오른쪽 둘째가 비례대표 후보 7번을 받아 총선에서 당선한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연합뉴스]

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 26일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자들을 만났다. 오른쪽 둘째가 비례대표 후보 7번을 받아 총선에서 당선한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연합뉴스]

 첫째, 윤미향의 비례대표 출마가 직접 갈등을 촉발했다. 윤 전 이사장은 3월 23일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를 대표하는 시민사회 추천 후보 명목으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7번을 받아 당선됐다. 강제징용 피해자를 위해 활동해온 가자평화인권당이 추천한 최용상 후보는 막판에 배제됐다.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윤 전 이사장의 비례대표 출마와 당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감추지 않았다. 할머니는 "윤씨는 국회의원 하면 안 된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떼놈)이 버느냐"고 지적했다. 앞서 윤 전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할머니가 자신의 당선을 지지하고 덕담을 나눴다고 말했지만, 할머니는 "모두 지어낸 말"이라고 부인했다.  
 할머니를 가까이서 지켜본 김교정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홍보위원장은 "할머니께서 3월말쯤 비례대표 문제로 많이 속상해하셨다. 위안부 활동해온 시민단체 사람이 개인의 영화를 위해 국회의원 나가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이사장은 "(국회의원이 된 것은) 현장만 달라진 것이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위안부 이슈를 어렵게 끌고 온 윤 전 이사장의 노력은 평가받아야겠지만, 국회의원 자리를 덥석 받은 것은 경솔했다는 말도 나온다. 활동가는 초심대로 끝까지 조연으로 남고, 주인공인 할머니를 정중히 국회로 모셨다면 이런 민망한 상황은 없지 않았을까. 이용수 할머니는 상징성·대표성·지명도가 충분한 분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 7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과 정기연에 대해 몇가지 의혹과 문제를 공개 제기했다. 이에따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 7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과 정기연에 대해 몇가지 의혹과 문제를 공개 제기했다. 이에따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앞줄 왼쪽이 이용수 할머니. 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비판했지만 지난 3년간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앞줄 왼쪽이 이용수 할머니. 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비판했지만 지난 3년간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청와대]

 둘째, 위안부 문제를 지난 3년간 사실상 방치한 문재인 정부가 더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2월 "(박근혜 정부의)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협상은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화해치유재단은 2018년 11월 해산했다. 어렵사리 이룬 합의를 통렬하게 비판했지만 정작 새로운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시간을 허비하는 바람에 2015년 한·일 합의 타결 당시 46명이던 생존 할머니는 이제 겨우 18명만 남았다.
 강제징용 소송에서 승소한 최봉태 변호사는 "이용수 할머니가 코로나19로 대구 아파트에서 혼자 지내면서 심신이 피폐해진 데다 위안부 문제가 장기간 해결되지 않으면서 좌절감과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윤 전 이사장은 할머니와 진솔하게 더 소통하고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뭉개지 말고 속히 해결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기연과 할머니의 갈등은 단순히 개인 차원을 넘는다. 일본 우익을 빼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의연은 11일, 최용상 대표는 14일 각각 기자회견을 한다. 국민이, 청소년들이 지켜보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가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며 더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할머니는 "한-일 젊은이들이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중앙포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가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며 더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할머니는 "한-일 젊은이들이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중앙포토]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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