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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미플루 숨은 공신 1조원 방사광가속기, 소ㆍ부ㆍ장 미래 달렸다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부지 조감도. [사진 과기정통부]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부지 조감도. [사진 과기정통부]

 
1조원대 국책사업으로 10만명이 넘는 고용창출 효과가 예상되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가 청주에 설치된다. 예비타당성 조사 후 2022년 구축을 시작해 2028년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향후 기초과학은 물론 신약 개발, 소재ㆍ부품 개발 등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청주는 ‘재수’ 끝에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하게 됐다. 2008년 방사광가속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가 경북 포항에 밀려 한차례 고배를 마셨다. 현재 국내에 있는 방사광가속기는 총 2대(3ㆍ4세대)로, 모두 포항에 있다. 청주에 설치될 방사광가속기는 4세대이지만 더 고성능이다. 타미플루부터 비아그라까지 다양한 신약 생산 뒤의 일등 공신도 방사광가속기였다. 지난해 일본이 자국 기업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 등에 타격을 준 소재ㆍ부품ㆍ장비 산업에서도 효자 역할을 하는 게 방사광가속기다.  
 
경북 포항시 방사광가속기 과학관 1층에 전시된 가속기연구소 일대의 모형. 둥근 모양이 3세대 가속기, 길게 뻗은 모양이 길이 1.1㎞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다. [중앙포토]

경북 포항시 방사광가속기 과학관 1층에 전시된 가속기연구소 일대의 모형. 둥근 모양이 3세대 가속기, 길게 뻗은 모양이 길이 1.1㎞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다. [중앙포토]

 
방사광가속기는 쉽게 말하자면 최첨단 ‘거대 현미경’이다. 가속기 세대를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가속기에서 쏘는 빔의 크기다. 포항 3세대 원형가속기는 5.8㎚ 이하, 4세대 선형 빔 크기는 0.5㎚ 이하다. 빔을 좁은 곳에 집중하면 정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보통 크기가 작을수록 성능이 우수하다고 평가한다. 
 
이번에 새로 설치할 방사광가속기도 포항에 설치된 것과 같은 4세대지만, 선형이 아닌 원형 가속기다. 포항에 설치된 4세대 선형 가속기와 구분하기 위해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로 불린다. 3세대 원형보다 크고 빛의 밝기도 100배 이상 밝다. 만약 같은 머리카락 단면을 본다 하더라도 수천 배 이상 크고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한국은 방사광가속기를 처음 설치한 건 1994년으로, 3세대 모델이었다. 세계에서 5번째다. 2011년 이를 원형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방사광가속기는 크게 선형과 원형으로 나뉘는데, 단일 파장의 X선만 나오는 선형과 달리 원형 가속기는 다양한 파장의 빛을 방출해 40개 정도의 실험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현재 35개 동시 실험이 가능한 빔 라인을 가동 중이며 조만간 1개를 추가할 계획이다.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는 2015년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구축했다. 바이오와 신약 개발 분야에 주로 쓰인다. 
 
방사광가속기는 설치 후 '열일'했다. 지난해 기준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에서 332명이 53건의 실험을 진행했다. 2017년에는 물이 다른 물질과 달리 고체(얼음)가 될 때 부피가 늘어나는 이유를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밝혀내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되기도 했다.
 
 경북 포항 가속기연구소 과학관에 설치된 3, 4세대 방사광가속기 작동 원리 모형. 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포항 가속기연구소 과학관에 설치된 3, 4세대 방사광가속기 작동 원리 모형. 프리랜서 공정식

 

타미플루·비아그라도 방사광가속기 거쳐 탄생

 
방사광가속기는 태양보다 무려 100경 배 밝은 강력한 X선을 활용해 원자 크기의 물질 구조를 분석한다. 기존 현미경으로 볼 수 없는 단백질 구조나 1000조분의 1초에 준하는 찰나의 세포 움직임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첨단 반도체 공정과 신약 개발 등 다양한 산업부문에 활용할 수 있을뿐 아니라, 기초과학 연구에도 필수적인 첨단장비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빠르게 늘어나는 연구 수요를 공급이 뒷받침하지 못했다. 방사광가속기를 써야하는 연구 과제에 배정되는 시간은 실제 요구되는 시간의 절반 정도인 53% 정도에 불과하다.  
 
 
방사광가속기는 단백질과 같은 작은 물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바이러스의 단백질 결합 구조 등을 분석해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도 활용된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도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단백질 결합 구조를 밝혀낸 덕분에 개발이 가능했다. 
 
타미플루 [중앙포토]

타미플루 [중앙포토]

 
타미플루의 탄생에도 방사광가속기가 큰 역할을 했다. 미국 스탠퍼드대가 운영하는 방사광가속기 ‘SSRL’은 타미플루 개발의 숨은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이 빛을 활용해 바이러스 단백질 결합 구조가 밝혀지면서 곧바로 치료제 개발로 이어졌다. 지난 3월 중국 연구진이 밝혀낸 SARS-COV-2 단백질 입체구조도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결과다.  
 
반도체ㆍ철강 등 산업과 기초 연구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대만의 세계적 반도체사인 TSMC는 연간 1000시간 이상 방사광가속기 빔라인을 활용한다. 이 외에도 미국 인텔이나 HP는 반도체 소재의 불순물 검사 정밀도 향상에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하고 일본 도요타는 자동차 부품소재 분석 전용 빔라인을 운용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세계 각국은 방사광가속기 업그레이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국과 스웨덴 등은 이번에 한국이 도입할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를 이미 보유했다. 중국, 일본 등도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소·부·장에서 우위 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

 
한국은 방사광가속기 외에도 양성자가속기, 중이온가속기, 중입자가속기 등 고성능 대형 가속기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경북 경주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양성자가속기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이온가속기는 내년 말, 중입자가속기는 2023년 각각 대전과 부산에 각각 완공될 예정이다.  
 
김양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부원장은 “지난해 일본과 소재ㆍ부품ㆍ장비 산업과 관련해 갈등이 있었는데, 기술 싸움에서는 분석 장비들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며 “한국이 소부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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