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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제설차가 바꾼 '콘크리트 운명'···'아스팔트 고속도' 반격 시작

88고속도로는 국내 최초로 전구간을 콘크리트로 포장했다. [중앙포토]

88고속도로는 국내 최초로 전구간을 콘크리트로 포장했다. [중앙포토]

  '69% 대 31%.' 

 
 고속도로의 포장은 크게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두 가지로 나뉩니다. 둘 다 나름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도로설계편람에 따르면 아스팔트는 소음이 적고 배수 능력이 뛰어나지만, 상대적으로 강도가 떨어지고 열에 약한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콘크리트는 대형 트럭 등 무거운 차량이 다녀도 잘 견뎌낼 만큼 튼튼하고 열에도 강하지만, 소음이 심해 승차감이 떨어지고 겨울에 도로 표면에 얼음이 더 잘 언다는 게 약점입니다. 
 
 그럼 국내 고속도로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중 어느 포장이 더 많을까요? 앞에 적어 놓은 수치가 그 비율인데요. 답은 '콘크리트' 입니다.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 4151㎞ 중 콘크리트 포장이 2878㎞로 무려 69%를 차지합니다. 아스팔트는 1273㎞로 31% 정도에 그치는데요. 민자로 건설된 고속도로를 추가해도 콘크리트 비중이 65%가량은 된다고 합니다.  
 

 국내 고속도로, 콘크리트 포장 65%

 참고로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일본의 고속도로는 거의 95% 이상이 아스팔트 포장이며, 미국은 아스팔트가 70~80% 이상입니다. 또 유럽은 경제력이 앞선 서유럽은 아스팔트 포장이 많고. 동유럽은 콘크리트 포장이 다수라고 합니다. 
국내 고속도로 중 아스팔트 포장은 비중이 3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뉴스 1]

국내 고속도로 중 아스팔트 포장은 비중이 3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뉴스 1]

 
 국내에서 고속도로 건설 때 콘크리트를 사용한 지는 오래됐지만, 고속도로 전체를 콘크리트로 건설한 건 지난 1984년 완공된 88고속도로(광주대구고속도로)가 최초입니다. 광주와 대구를 동서로 잇는 길이 181.9㎞의 왕복 2차선으로 건설됐는데요. 
 
 당시 왜 아스팔트 대신 콘크리트를 전부 썼을까요? 한국도로공사 산하 도로교통연구원의 김형배 포장연구실장은 "당시 콘크리트가 아스팔트보다 약간 저렴한 측면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해당 도로에 무거운 트럭이 많이 다닐 것으로 예상해 강도가 높은 콘크리트 포장을 채택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합니다. 
 

 88고속도로, 최초 완전 콘크리트 포장

 하지만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완전 콘크리트 도로를 만들어본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조기에 파손되고, 승차감도 상당히 떨어지는 문제점이 노출된 겁니다. 
 
 그러나 1987년에 두 번째 콘크리트 고속도로인 중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는 게 김형배 실장의 얘기입니다. 포장 품질이 좋아진 데다 트럭 등 무거운 차량이 가하는 하중을 잘 버티는 장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건데요. 마침 우리 경제가 발전하면서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화물트럭도 크게 늘어나던 시점이었다고 합니다. 
국내 두번째 콘크리트 고속도로인 중부고속도로.[중앙포토]

국내 두번째 콘크리트 고속도로인 중부고속도로.[중앙포토]

 
 이런 중부고속도로의 성공을 계기로 급속도로 콘크리트 포장이 늘어난 건 아니었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따로 있었는데요. 바로 지금도 무더위 때면 회자되는 1994년의 최강 폭염이었습니다. 
 

 아스팔트, 94년 폭염에 변형 생겨 감점  

 주요 도시의 기온이 40도 가까이 육박하는 폭염 속에 고속도로도 무탈하지는 못했는데요. 특히 1993년 개최된 대전엑스포를 위해 서울~대전 구간을 새로 왕복 8차선으로 확장한 경부고속도로가 문제였습니다. 아스팔트 포장을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뜨거운 열기에 아스팔트가 녹고, 솟아오르는 등 변형이 곳곳에서 일어난 겁니다.   
아스팔트는 폭염 등 열에 약해 녹거나 솟아오르는 편형이 생긴다. [중앙포토]

아스팔트는 폭염 등 열에 약해 녹거나 솟아오르는 편형이 생긴다. [중앙포토]

 
 이 때문에 정부와 도공 등에선 "앞으로 폭염 등 기후변화가 더 심해질 텐데 아스팔트 포장으로는 이를 견뎌내기 어렵겠다"는 판단을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상대적으로 열에 강하고, 강도가 센 콘크리트로 포장으로 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설명입니다. 
 
 이후부터 새로 계획하고 건설하는 고속도로는 대부분 콘크리트 포장을 하게 됐고, 지금처럼 전체 고속도로의 65%까지 비중이 치솟은 겁니다. 이렇게 보면 아스팔트에 대한 콘크리트의 완승인 것 같은데요. 
 

  콘크리트, 염수 살포에 곳곳 파손  

  또 한 번의 반전이 있습니다. 바로 제설작업입니다. 앞서 1990년대까지는 겨울에 눈이 오면 작업 요원들이 현장에 나가서 직접 눈을 밀고 치우는 '인력 집중형' 제설작업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당시는 고속도로 연장이 1000㎞ 조금 넘는 수준이어서 이런 작업이 가능했다고 하는데요. 
 
 고속도로 연장이 급증하면서 이런 작업이 한계에 부딪힌 겁니다. 작업 인력을 한없이 늘릴 수도 없다 보니 기계식 제설작업을 도입하게 된 겁니다. 김형배 실장은 "2000년대 초반 염수(소금물)를 자동으로 살포하는 방식으로 제설작업이 달라졌다"고 소개합니다. 
원활한 제설작업을 위해 설치한 염수분사장치. [사진 뉴시스]

원활한 제설작업을 위해 설치한 염수분사장치. [사진 뉴시스]

 
 그런데 염수를 많이 살포하자 이번에는 콘크리트 포장이 쉽게 파손되는 등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건설된 콘크리트 도로들은 염수나 제설제가 많이 뿌려질 걸 예상하지 못한 채 콘크리트 배합 비율 등이 계산됐기 때문에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하는데요. 앞으로 만들 도로는 콘크리트의 배합을 바꾸면 되겠지만 이미 건설된 도로는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신규 설계·건설 도로 80%는 아스팔트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고속도로 건설 당국의 생각이 또 바뀝니다. 콘크리트 일변도의 설계를 지양하고 아스팔트에 다시 관심을 기울이게 된 건데요. 여기에 2010년대 들어서면서 고속도로 이용자의 편의를 보다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고 합니다. 도공 관계자는 "통행료를 내고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가급적이면 조용하고 승차감도 좋은 도로를 원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경부고속도로. [사진 한국도로공사]

경부고속도로. [사진 한국도로공사]

 결국 2015년 도공에서는 앞으로 건설하는 고속도로는 가급적 아스팔트 포장을 하고, 터널이나 교량 등만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했습니다. 또 내구성과 내열성을 더 갖춘 프리미엄급 아스팔트를 사용키로 했는데요. 포장에 들어가는 골재도 더 좋은 걸 쓰다 보니 기존보다 단가가 2배가량 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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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도공이 설계 중이거나 건설 중인 고속도로의 80% 이상이 아스팔트 포장인 건 다 이런 과정의 산물인 겁니다. 아직 콘크리트 비중이 높지만, 앞으로는 점점 더 아스팔트 비중이 올라가는 추세인 거죠.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포장의 승차감도 새삼 비교해보고, 그 뒷얘기를 생각하면 새로운 재미가 있을 듯합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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