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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집' 꿈꾸는 여성총리?…힘 못쓰는 로코ㆍ멜로 시대

'더 킹: 영원의 군주'의 한 장면 [사진 SBS]

'더 킹: 영원의 군주'의 한 장면 [사진 SBS]

“남주가 여주 구해주는 백마탄 왕자 컨셉 별로”
“지금 시대에 여성 총리가 ‘취집’으로 황후를 꿈꾸나.”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더 킹: 영원의 군주’(SBS 금ㆍ토드라마) 갤러리에 게시된 글의 일부다.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남성에 의존하는 듯한 전개 방식에 불만을 드러낸 의견들이 적지 않다.
 
평행세계라는 설정 속에서 대한제국의 황제 이곤(이민호)과 대한민국의 형사 정태을(김고은)의 로맨스를 다룬 이 작품은 엘리트 형사, 최연소 총리 등 사회적 능력을 인정받은 여성들이 이성(황제 이곤)과의 관계에선 수동적이라는 점 때문에 도마위에 올랐다. 여성 총리 구은령(정은채) 역시 황제와의 결혼에 집착하는 삼각관계의 한 축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한 시청자는 “삼각관계 수단으로밖에 이용을 안할거면 뭘 그렇게 거창하게 ‘여성 최초 총리’라고 설정하지?” 라는 불만을 남기기도 했다.
더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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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은 히트 제조기로 통하는 김은숙 작가가 2년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각종 논란들이 이어지며 예상밖 고전 중이다. 11.4%(닐슨코리아 조사결과)로 출발한 시청률은 8.6%(5회)까지 내려갔다가 3일 10.3%(6회)로 다소 반등했지만 좀처럼 첫회 시청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드라마의 주 소비층이라 할 수 있는 20ㆍ30 여심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백마 탄 황제가 ‘쨘’하고 나타나는 전형적인 로맨스의 틀인데, 이런 ‘신데렐라’ 스토리가 요즘 시대에 맞느냐는 거부감과 맞닥뜨린 것”이라며 “20ㆍ30 여성들은 주체적이고 능동적 여성상을 원하는데 ‘더 킹’의 여성들은 이런 욕구를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통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의 경우 새로운 시도가 덧붙여지지 않으면 시청자들의 반응이 빠르게 식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드라마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사랑의 불시착’의 경우엔 북한을 주요 무대로 삼은 독특한 설정에, 여주인공이 상황을 스스로 끌고 가는 캐릭터라는 점이 긍정적 효과를 일으켰다. ‘백마 탄 왕자’ 같은 전형적 멜로와는 결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화양연화'. [사진 tvN]

드라마 '화양연화'. [사진 tvN]

실제로 정통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한 드라마들은 최근 시청률이나 화제성에서 재미를 못보는 추세다.  
현재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CJ ENM 계열 채널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중에서 멜로나 로맨스 장르는 ‘화양연화-삶이 꽃이 되는 순간’(tvN), ‘그 남자의 기억법’(MBC), ‘본 어게인’(KBS), ‘더 킹’(SBS) 정도다. ‘더 킹’을 제외하면 시청률이 5%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tvN ‘반의반’, KBS2 ‘어서와’는 각각 미소년 비주얼의 정해인과 김명수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했지만 끝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 당초 16부작으로 기획됐던 ‘반의반’은 1.1∼1.2%의 시청률 박스권에 갇혀 고전하다 결국 12회로 조기종영됐다. 첫회 시청률 3.6%로 출발한 ‘어서와’ 는 지난달 16일 15회 방송에서 0.9%를 기록, 지상파 미니시리즈 사상 최저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기까지 했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한 장면 [사진 tvN]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한 장면 [사진 tvN]

반면 ‘굿캐스팅(SBS)’이나 ‘슬기로운 의사생활(tvN)’ 등 연애담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능동적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드라마들이 호응을 얻는 추세다. 국가정보원의 여성 요원들의 활약상을 다룬 액션 코미디 드라마  ‘굿캐스팅’은 첫회를 12.3% 시청률로 출발해 기대를 모았다. ‘로또(로열 또라이)’ 백찬미(최강희), ‘허당미(美) 싱글맘’ 임예은(유인영), ‘아줌마 포스’ 황미순(김지영) 등 개성 강한 세 여성 요원을 앞세웠다는 점에서 지난해 IT 업계 3인방의 ‘걸크러쉬 워맨스’로 인기를 끈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tvN)를 연상시키는 구성이다. 
 
12%대 시청률을 기록 중인  ‘슬기로운 의사생활’ 에서도 여주인공 채송화(전미도)는 고전적 여성성보다는 탁월한 능력과 리더십으로 동료들과 후배들로부터 인정받는 의사로서의 모습이 부각되고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조연들까지 ‘청순가련형’과는 거리가 먼 유능하고 주체적인 캐릭터다. 각각 안정원(유연석)과 양석형(김대명)을 짝사랑하고 있다는 설정으로 등장하는 레지던트 장겨울(신현빈)과 추민하(안은진) 모두 의사로서 직업정신이 투철하다. 응급환자의 썩은 다리에 구더기가 들끓어 모두가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당연하다는 듯 구더기를 손으로 떼내는가 하면(장겨울), 잠적한 동기 대신 당직을 도맡아하면서도 까다로운 ‘진상환자’의 상태를 묵묵히 살핀다(추민하). 심지어 안정원의 엄마 (김해숙)까지 병원 이사장(김갑수)을 좌지우지하는 여장부 스타일이다. 
SBS 드라마 '굿캐스팅'의 한 장면 [사진 SBS]

SBS 드라마 '굿캐스팅'의 한 장면 [사진 SBS]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최근엔 정치적 올바름이나 사회 부조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대중문화에서도 이에 대한 수요가 올라가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여성이 수동적으로 나오는 전통 멜로극은 식상해하고, 성인지 감수성 측면에서도 올바르지 않다고 느껴 점점 주변부로 밀려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던 ‘파리의 연인’의 ‘애기야 가자’ 같은 대사를 요즘 하기 어렵지 않겠나. 그만큼 대중적 수요가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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