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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9''63:36 의혹'···투표조작설 기름 부은 미시간대 보고서

 21대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진 지난 15일 한 지역 스포츠센터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21대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진 지난 15일 한 지역 스포츠센터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당신의 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2012년 18대 대선 부정개표 의혹을 다룬 영화 ‘더플랜’ 포스터에 적힌 문구다. ‘박근혜 당선·문재인 낙선’ 결과를 두고 방송인 김어준씨가 제작해 2017년 4월 개봉했다. 당시 온라인에선 “전자 개표기를 믿을 수 없다”, “개표조작 영상이 있다”는 음모론이 활개를 쳤다.
 

“예외적 패턴…불법 의미는 아니다”
학계선 “한국 모르고 섣부른 분석”

가세연·공병호TV 개표 부정 앞장
펜앤드마이크 등은 조작설 반박

8년 뒤 반대 진영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4·15 총선 결과 확정 2주가 넘도록 보수 지지자들 사이에 개표부정설이 횡행한다. ‘신의 한수’, ‘가로세로연구소’ 등 유튜브 방송들이 ‘0.39 비밀’, ‘63:36 의혹’, ‘QR코드 의혹’ 등 음모론을 제기한 게 출발점이다. 여기에 대학교수 등이 참여해 수학적·통계학적 데이터 분석 등을 가미하며 사전투표 조작설은 확대됐다. 논거는 “문재인 정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컴퓨터 서버를 조종해 일정한 패턴을 입력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압승, 미래통합당 참패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주장이다.
 

개표부정설 내용과 실체는

이번에도 시작은 “어떤 숫자”(김어준 ‘더 플랜’ 대사)였다. 정일영(민주당)·민경욱(통합당)·이정미(정의당) 후보가 3파전을 치른 인천 연수을 선거에서 정 후보가 승리했는데, 이 세 후보의 (관외 사전투표 득표수)÷(관내 사전투표 득표수) 결과가 모두 0.39라는 일정한 계산값을 보인다는 주장이 시초였다. 
 
뒤이어 63:36 의혹으로 번졌다. 서울·인천·경기의 민주당 대 통합당 사전투표 득표율이 소수점을 제외하고 ‘63 대 36’ 비율로 똑같게 나온 게 근거다. 재선에 실패한 민경욱 의원은 의혹 공방 중 지난 1일 인천시 연수구선거관리위원회 측을 검찰에 고발했다.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법원 결정문을 들어보이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 의원은 선관위가 법원 결정문 대로 비례투표 용지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뉴스1]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법원 결정문을 들어보이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 의원은 선관위가 법원 결정문 대로 비례투표 용지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뉴스1]

 
하지만 63:36설 반박 근거는 전국 도처에 많다. 대구 39 대 61, 경북 33 대 66, 울산 52 대 48 등 민주당 대 통합당 사전투표 득표율 비율은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이에 선관위는“253개 선거구 중에서 17개 선거구(6.7%)만이 63 대 36의 비율”이라며 “양당 외 다른 정당 후보, 무소속 후보 등의 변수는 제외하고 일부 지역 두 정당 득표율 비교 수치만으로 결과 조작을 주장하는 건 지나친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또 나온 건 QR코드 의혹이다. 선관위가 사전투표용지 QR코드에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 등 개인정보를 수록해 비밀투표권을 침해했다는 거다. 이렇게 수집한 개인정보로 “중앙 서버에서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추론까지 등장했다. 이에 선관위는 3일 자료를 내 “QR코드는 1차원 바코드(선형)보다 진일보한 2차원 막대 모양 바코드일 뿐”이라며 “선거명, 선거구명, 관할위원회명, 일련번호 총 31자리 숫자로 구성돼 유권자 개인정보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일 밝힌 사전투표지 QR코드 포함 정보 내용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일 밝힌 사전투표지 QR코드 포함 정보 내용

 

코로나·해외 논문까지 가세

코로나19 속에서 치러진 21대 총선 사전투표율은 역대 최고(26.69%)를 기록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영향력이 커진 사전투표 결과에 보수 진영이 패하자 의심의 눈초리가 커졌다. 
 
‘마이너스 기권표’ 통계 역시 그중 하나다. 투·개표 작업 미세 오류에 따른 마이너스 기권표는 과거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으로 인해 사상 최초 해외공관 현지개표가 이뤄졌고, 선관위 통계시스템 ‘기권’ 항목에 음수(-) 기재가 도드라지게 됐다. “없는 표를 만들어낸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는데 특히 비례대표 선거의 경우 특정 지역구(서울 종로) 통계에 전 지역구 공관개표를 취합 반영하면서 ‘-1438’이란 숫자가 생겼다. 전례 없는 코로나 선거에, 전례 없는 음모론이 더해진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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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인 15일 서울 가회동 주민센터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자 투표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선관위 관계자가 기표소 안을 소독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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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에는 미국 미시간대학교 정치학과 소속 월터 미베인(Walter Mebane) 교수가 ‘2020 한국 총선에서의 부정(Fraud)’을 주제로 논문 형식의 통계 보고서를 냈다. ‘선거 포렌식’(Election Forensics) 기법으로 데이터를 분석한 이 보고서에는 일부 사전투표소 투표율이 95~100% 사이에 있는 점을 거론하며 “일부 예외점이 드러난다”고 적시했다. 이 내용이 페이스북 등 SNS에서 확산하며 부정개표 의혹에 힘을 실었다.
 
이와 관련 미베인 교수는 중앙일보와 주고받은 e메일에서 해당 논문을 직접 집필했다고 밝혔다. 다만 개표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논문에 쓴 것 외에 더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는 논문 곳곳에 “이 통계만으로는 선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증거가 될 수 없다”며 연구 결과의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는 문장을 넣었다. ‘유권자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뽑을 확률이 정규분포에 수렴할 것’이란 가정에 따라 4·15 총선 투·개표 결과의 패턴만을 분석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한국 자료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으면서 섣부른 분석을 진행하고 결과를 쓴 미베인 교수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사전투표 선거인 수를 집계할 때 참여 인원만 표시하는 국내 관행을 모르다 보니 엉뚱하게도 관내 사전투표율을 95~100%로 착각(실제 전국 사전투표율은 26.69%)했다고 설명하면서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경영학)도 “인풋 데이터 오해에서 비롯된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 결과’(Garbage In, Garbage Out)일 뿐”이라고 말했다.
 
23일 펜앤드마이크가 주최한 사전투표 조작 논란 토론회. [유튜브 캡쳐]

23일 펜앤드마이크가 주최한 사전투표 조작 논란 토론회. [유튜브 캡쳐]

보수 분열 양상까지

사전투표 조작설은 결국 보수 진영 내 균열을 촉발하고 있다. ‘가로세로연구소’(57만명), ‘공병호 TV’(49만명)  등이 조작설을 강하게 주장하는 반면, ‘펜앤드마이크’(66만명) 등은 이를 반박하고 있어서다. 
 
정치권 내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민경욱 의원 등 낙선자 일부가 법적 대응을 불사하는 가운데,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는 “그 수많은 선관위 구성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조작에 개입하기는 불가능하다. 민심이 더 차가워질까 걱정”(장제원 통합당 의원)이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당사자 격인 통합당 낙선자 다수는 조작 의혹에 대해 부정적이다. 서울 광진을에서 고민정(민주당) 당선인에 석패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측 관계자는 “마음 같아서는 (개표부정설을) 왜 믿고 싶지 않겠느냐”면서도 “우리측 검표원이 5명이다. 그중에서 3명은 이번 총선이 첫 검표가 아니고 이전부터 검표를 한 분들”이라고 일축했다. “한두 명이 착각하는 것도 아니고 5명이 다 틀렸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느냐”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관리시스템 조작설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더 희박하다”고 했다. 
 
서울 노원병에서 낙선한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 역시 지난달 23일 유튜브 토론회까지 열어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는 이같은 양상과 관련 “유튜브가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방송ㆍ운영 되어야 하는데 거짓 낚시성 선정성 기사로 조회수나 채워 코인팔이로 전락하는 모습이다. 앞으로 정치 유튜브 시장의 몰락을 초래 할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왜 사라지지 않나

선거 후 음모론은 늘 패배한 쪽이 제기해왔다. ‘결과를 믿고 싶지 않은 가운데 현실을 부정하려는 심리’가 진영을 바꿔가며 기승을 부리며 부정개표론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정치 이념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선거 때마다 부정 선거 의혹이 더 극렬하게 제기되는 경향이 생겼다”며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데서 나오는 음모론은 건강한 민주주의를 흔들고 유권자를 혼란에 빠뜨릴 뿐”이라고 했다.
 
총선 다음날인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내 미래통합당 개표상황실에서 한 관계자가 모니터와 각종 장비 등을 정리하고 있다.[연합뉴스]

총선 다음날인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내 미래통합당 개표상황실에서 한 관계자가 모니터와 각종 장비 등을 정리하고 있다.[연합뉴스]

 
유튜브·팟캐스트 등의 발달로 한쪽에 치우친 정보 편식이 일어나고, 폐쇄그룹 내 정보 교환이 정치적 확증편향을 키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87년 체제 이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개표 부정이 발견·공인된 사례는 제로다. 선관위는 3일 “사전투표장비에 중국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여 결과를 조작한다는 의혹, 임차 서버를 폐기해 선거조작 증거를 인멸했다는 주장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심새롬·한영익·김홍범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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