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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vs 중·러 “코로나 네 탓”…험악해지는 패권적 거리두기

[글로벌 이슈 되짚기] 코로나 냉전

러시아 모스크바 상점 앞에 전시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입간판에 마스크가 씌워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상점 앞에 전시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입간판에 마스크가 씌워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구촌이 다시 냉전에 휩싸였다. 이번에 이념과 체제가 아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 근원지인 중국이 러시아와 손잡고 미국과 맞서는 형국이다. 미국과 영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 측은 ‘중국 책임론’을 앞세워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중국이 책임지게 할 것”
시진핑 편든 푸틴 “황당한 주장”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에도 불똥
미 구축함 뜨자 중 해·공군 출동

21일 중국 양회서 강경 대응 예고
11월 미 대선까지 대립 계속될 듯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연일 중국을 비방하고 나섰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에는 코로나19의 중국 기원설과 관련, “나는 (증거를) 봤다. 하지만 그것을 말할 수는 없다. 머지않는 미래에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없었거나 확산되도록 놔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중국에 책임을 지울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의회 분위기도 강경하다. 지난달엔 코로나 사태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물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
 
영국 집권 보수당의 중국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최근 톰 투겐타트 하원 외교위원장을 포함한 의원 9명은 ‘중국 연구 그룹(CRG)’을 만들었다.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중국의 은폐 의혹을 비롯해 대중국 정책을 재점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중국 정부는 단호한 입장이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내 일부 정치인들이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들의 목적은 자신들의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며 코로나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중국에 러시아도 힘을 보태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중국에게 코로나 사태의 책임을 물어 물질적 손해배상을 받아내겠다는 서방 국가들의 생각은 황당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양국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합의했다. 중국에 대한 서방의 공격에 공동 대응을 하겠다는 의미다. 두 정상은 최근 전화 통화를 자주 하면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 냉전이 격화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에도 불똥이 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두 달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WHO 사무총장 교체 추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WHO가 코로나 사태에서 중국에 지나치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미국의 WHO 지원금은 5억5000만 달러였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는 WHO에 3000만 달러를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하는 등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의 마찰은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까지 번졌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 사태를 틈타 영유권 다툼이 있는 남중국해 섬들을 관할하는 행정구를 새로 만드는 등 세력 강화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최근 파라셀 제도와 스프래틀리 제도를 각각 관할하는 새로운 행정구역인 시사구와 난사구를 만들었다고 공표했다.
 
이에 대한 경고로 미 정부는 지난달 28일 해군 구축함 배리함을 베트남 인근 해역으로 보냈다. 미국은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했다고 발표했지만, 중국 측은 “미 군함이 시사군도(파라셀 제도) 영해를 침범했다. 해군과 공군을 동원해 경고한 뒤 쫓아냈다”고 밝혔다. 배리함은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대만해협을 통과해 중국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후에도 이런 대립 구도가 완화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강대국 간의 패권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면서 다자주의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이브 르드리랑 프랑스 외무장관은 “최근 국제질서를 흔들었던 갈등이 코로나 사태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증폭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세계는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같은 갈등 심화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주목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보다 고립주의를 선택한 탓에 공동 대처가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공언하고 나서면서 미·중 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21일 중국에선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연기됐던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린다. 통상 3월에 열렸던 양회가 연기된 것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처음이다. 중국 최대 정치 이벤트인 이번 양회에선 코로나 후폭풍에 대한 수습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제 회복과 함께 중국 책임론에 대한 대응책이 골자다. 특히 중국 책임론에 대해선 강력한 맞대응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기조도 약화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잡아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그런 만큼 양측의 상호 불신과 적대감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가 아닌 ‘전략적 경쟁자’로 보는 게 타당한 이유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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