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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와이파이’ 두 배 늘린다는데…5G시대 실효성 의문

4·15 총선을 석 달 앞둔 지난 1월 1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공 와이파이(Wi-Fi) 확대’를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시 이해찬 대표와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안전한 공공 와이파이를 방방곡곡 확대 구축해 전국 무료 와이파이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구체적 계획도 내놨다. 3년간 5780억원을 투입해 올해까지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교통시설 등 1만7000곳, 내년부터 2022년까지 3만6000곳 등 도합 5만3000곳에 확대 구축한다는 것이다. 공공 와이파이 확대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했다.
  

‘어디서든 공짜 인터넷’ 여당 1호 공약
5800억 투입, AP 5만곳 확대 계획
데이터료 낮춰 가계 통신비 절감

5G 인프라·가입자 급격히 늘어
와이파이 트래픽 비중 2% 그쳐
일각선 “신중하게 접근” 지적도

서울 시내버스 정류장의 공공 와이파이 무료 이용 안내문. [중앙포토]

서울 시내버스 정류장의 공공 와이파이 무료 이용 안내문. [중앙포토]

#와이파이는 무선접속장치(AP)가 설치된 곳으로부터 일정 거리 안에서 전파를 이용해 무선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근거리 통신기술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장소 중심으로 누구나 제약 없이 접속해 쓸 수 있도록 운영하면 공공 와이파이, 민간기업이 자사 이동통신 상품 가입자만 대상으로 제휴 커피 전문점 등지에서 운영하면 상용 와이파이다. 총선이 여당 압승으로 끝나면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안팎은 들썩거리고 있다. 기산텔레콤·아이즈비전 등 와이파이 관련 인프라 제조·납품 기업들은 정책의 직접적인 수혜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공공 와이파이 인프라가 잘 구축될수록 국민에게도 득이다. 집 밖에서 스마트폰을 쓸 때 민간 이동통신사의 값비싼 데이터 요금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어서다. 주요 거리는 물론 공원, 복지시설, 문화·관광시설, 공공기관, 전통시장, 버스 정류장, 광장 등 공공장소에서 통신사가 제공하는 롱텀에볼루션(LTE) 무선망을 통하지 않아도 인터넷을 쓸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면서 가계 통신비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애초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공약에서 강조한 것도 이 부분이었다. 지난해 서울시는 통신사의 월 3만3000원짜리 기본 요금제 가입자가 공공 와이파이로 평균 수준의 데이터인 월 9.5기가바이트(GB)를 사용했을 때 월평균 5만2000원의 추가 요금을 아낄 수 있다고 추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국내 공공 와이파이 AP는 6만곳에 설치돼 상용 와이파이(37만곳)나 무선 공유기(43만곳)에 크게 못 미쳤다. 과기정통부가 3만2000곳, 지자체가 2만1000곳, 공공기관이 7000곳 등에서 운영했다. 2018년과 지난해 늘었을 인프라에다, 공약대로 5만3000곳에 추가 구축되면 공공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집계치의 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ICT 강국답게 기존 공공 와이파이 품질도 세간의 인식보다 우수해 날개를 달 수 있다. 2018년 말 기준 국내 공공 와이파이 다운로드 속도는 354.07Mbps(초당 100만 비트 데이터 전송 속도), 업로드 속도는 360.90Mbps로 각각 상용 와이파이 속도(다운로드 305.88Mbps, 업로드 290.25Mbps)에 앞섰다.
 
공공 와이파이

공공 와이파이

다만 정치권에서 더 면밀하게 따져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일각에선 제기한다. 공약대로라면 3년간 약 5800억원을 공공 와이파이 확대에 투입한다. 정부와 통신사들이 50대 50으로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지만 정부가 낼 절반 비용(약 2900억원)은 결국 국민 세금이다. 앞으로 인프라 유지·보수에 들어갈 비용까지 고려하면 투입하는 혈세와 관리 비용만큼 실효를 거둘 수 있느냐는 것이 신중론자들의 입장이다.  
 
예컨대 와이파이의 실제 이용량을 가늠하게 하는 국내 와이파이 트래픽(서버에 전송되는 모든 데이터의 양)은 지난해 10월 1만6000여 테라바이트(TB)에서 올 2월 약 1만1400TB로 줄고 있다. 통상 과기정통부는 와이파이 트래픽을 이용자가 따로 인프라를 설치·이용한 경우를 제외하고 집계해 공공 와이파이가 대부분이다.
  
#이와 달리 국내 전체 무선 트래픽은 올 1월 약 60만8000TB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중 LTE 트래픽이 46만TB 이상, 5세대(5G) 이동통신 트래픽이 13만TB 이상이었다. 지난해 첫 상용화된 5G 인프라·가입자가 급격히 늘면서 와이파이 이용 빈도를 넘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종합해보면 1월 전체 무선 트래픽에서 와이파이가 차지한 비중은 2.27%에 그쳤다. 공공 와이파이 수요를 배려하는 것은 좋지만, 실효성은 재검토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지역에 따라 공공 와이파이의 속도 등 품질과 보안 수준이 수도권 등 대도시보다 적잖이 뒤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과제로 지적된다. 이런 인프라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관례적으로 거의 모든 유지·보수를 사실상 통신사가 도맡다보니 제대로 된 관리·감독 체계를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지자체들이 지역 유권자 표심을 의식해 선심성으로 앞 다퉈 공공 와이파이 설치에 뛰어들면서 중복 투자 우려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전임 기초단체장이 공공 와이파이 확대를 추진하다가 물러나면서 조직이 바뀌고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 되면 생길 수 있는 경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유동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은 지난해 12월 서울시청에서 열린 대시민 토론회에서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추는 데 가장 적극적인 정책이라는 점에서 지지한다”며 “공공 와이파이 확대의 실효성을 키우려면 최초 1회 접속으로 모든 자동 접속이 가능해지는 식으로 접속 방식을 통일하되 보안 서비스 제공을 강화해 국민 신뢰감을 높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와 달리 김도훈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신망은 도로 건설과 달리 구축 이후 관리가 더 중요한데 예산이 많이 드는 일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공공 와이파이 다운로드 속도 뉴욕보다 11배 빨라
한국의 공공 와이파이는 세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일까.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잘 갖춘 여느 선진국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지난해 해외 주요 도시의 와이파이 품질을 조사했다. 뉴욕·샌프란시스코(미국), 도쿄(일본), 런던(영국), 파리(프랑스), 프랑크푸르트(독일), 토론토(캐나다) 등이 조사 대상이었다.  
 
그 결과 공공 와이파이 다운로드 속도는 런던이 50.38Mbps(초당 100만 비트 데이터 전송 속도)로 가장 빨랐고 파리(49.59Mbps)와 토론토(42.55Mbps)가 뒤를 이었다. 뉴욕(31.07Mbps)과 샌프란시스코는(27.43Mbps) 이에 못 미쳤다. 그러나 조사 대상 중 가장 빠른 런던조차 한국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국내 공공 와이파이 다운로드 속도는 2018년 말 기준 이미 354.07Mbps를 기록했다. 지난해 런던의 7배, 미국 두 도시의 11~13배나 빠른 수준이었다.
 
또 차이점은 해외의 경우 한국처럼 중앙부처나 지방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공공 와이파이를 구축·운영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서구권일수록 그렇다. 예컨대 뉴욕은 2014년부터 시내 공중전화 부스를 와이파이 서비스와 검색 기능 등을 지원하는 다용도 키오스크로 대체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민간 컨소시엄이 주도해 지난해 약 1800개 키오스크를 구축했다. 2022년까지 총 7500개가 목표다. 2300억원 넘게 드는 전체 투자비를 퀄컴과 구글 등 민간기업이 내고 있다. 뉴욕시는 대신 이들 기업에 2026년까지 투자비의 2.7배 수익을 보장해준다. 런던도 지난해부터 비슷한 방식의 공공 와이파이 확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달리 사회·문화적으로 관치(官治)를 더 중시하는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처럼 중앙·지방정부 중심의 공공 와이파이 사업에 서구권보다 적극적이다. 싱가포르는 2006년부터 3개 기업과 협업해 공공장소 2만여 곳에 무선접속장치(AP)를 구축했는데, 사업비의 30%를 정부가 부담했다.  
 
다만 2013년부터 민간 이동통신사가 구축·운영은 전담하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싱가포르 정부는 공공 와이파이 사업에서 손을 떼고 품질 향상을 위한 일부 보조금만 지원하고 있다. 홍콩은 정부 주도로 2008년부터 공공 와이파이 인프라 확대에 나서면서 사업비의 70%를 정부가 지급했다.  
 
마카오와 대만도 각각 2010년, 2013년 정부 주도의 공공 와이파이 확대에 나선 바 있다. 일본은 정부와 기업이 협업해 주요 거점을 위주로 공공 와이파이 사업을 하고 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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