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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국에 스카프 걸쳤는데···'美정은경' 벅스는 스타됐다

지난 4월 22일 데보라 벅스 조정관(백악관 코로나19 TF팀)이 미국내 코로나19 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그의 뒤로는 굳은 얼굴로 서 있는 도날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AP=연합뉴스

지난 4월 22일 데보라 벅스 조정관(백악관 코로나19 TF팀)이 미국내 코로나19 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그의 뒤로는 굳은 얼굴로 서 있는 도날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AP=연합뉴스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스타 반열에 오른 사람이 있다. 바로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팀의 데보라 벅스 조정관이다. 면역학자 출신의 감염내과 의사로 오바마 정부 시절엔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한 대통령의 긴급계획(PEPFAR)'을 총괄한 전염병 전문가다. 올해 백악관 코로나19 TF에 합류한 그는 미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과 함께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과 대응 관련 브리핑을 주도한다. 우리로 치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과 같은 역할인 셈이다. 벅스 조정관은 브리핑마다 침착하고 부드러운, 그러면서도 동시에 단호한 태도로 메시지를 전해 미국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데보라 벅스 조정관의 스카프 패션

그런 그에게 시선을 빼앗기는 또 하나의 이유는 스카프 때문이다. 그는 모든 공식 석상마다 빠짐없이 스카프를 하고 나온다. 기본은 화려한 무늬의 실크 스카프를 목이나 어깨에 두르는 스타일이다. 검은 상의 위에 반으로 접어 삼각 모양으로 만든 큼직한 스카프를 어깨에 두르고 걸스카우트처럼 끝을 묶기도 하고, 스카프 매듭을 목 옆으로 돌려서 멋을 내기도 한다. 같은 색의 스커트 정장을 입을 때는 긴 직사각형 형태의 호피 무늬 스카프를 망토처럼 두르고, 원피스엔 한쪽 어깨에만 스카프를 얹고 아래로 길게 늘어뜨리는 스타일로 변화를 준다. 
데보라 벅스 조정관이 공식 석상에서 보여주고 있는 다양한 스카프 패션. 사진 연합뉴스

데보라 벅스 조정관이 공식 석상에서 보여주고 있는 다양한 스카프 패션. 사진 연합뉴스

전염병으로 암울한 시국에 무슨 스카프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 내에선 그의 이런 모습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그의 색다른 스카프 스타일링은 등장할 때마다 화제의 중심에 섰고, 그를 ‘스카프 닥터’라고 부르며 지지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벅스 조정관의 스카프 패션을 모은 인스타그램 계정(@deborahbirxscarves)까지 등장했는데, 팔로워 수가 3만6000명이 넘는다. 
해외 언론들도 앞다퉈 그의 스카프 패션에 대해 보도 중이다. NBC 방송은 지난 4월 10일 벅스 조정관에 대해 “인간적이고 인상적인 브리핑으로 존경받는 동시에 화려한 스카프 패션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며 “우아하고 지적인 패션스타일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한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코로나 관련 백악관 브리핑 시 트럼프의 팀원 중 한 사람으로 단상에 서 있지만, 벅스의 스타일은 그를 유일무이한 존재로 구별시킨다”고 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을 포함해 남색, 검정 정장을 입은 코로나19 TF팀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벅스가 보여주는 화사한 스카프 패션이 독보적으로 눈에 띈다는 얘기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덧붙여 "그의 스타일은 여러 가지 직종에 걸맞게 아름답고 겸손하며 세련됐다. 현대적이지만 유행을 따르지는 않는다. 자신감·신뢰감을 드러내지만, 권력을 과시하진 않는다"는 칭찬을 쏟아냈다. 가디언은 “벅스 조정관이 여러 번 착용했던 '에르메스' 스카프의 인기가 높아졌다"며 "중고의류 판매 사이트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의 중고 에르메스 스카프의 판매가 전년동기 대비 1148% 늘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현황에 대한 브리핑 중인 데보라 벅스 조정관. EPA=연합뉴스

코로나19 현황에 대한 브리핑 중인 데보라 벅스 조정관. EPA=연합뉴스

벅스 조정관의 패션은 강렬한 색감의 재킷이나 남성적인 이미지의 슈트를 즐기는 다른 미국 여성 정치인이나 사회 인사들과 다르다. 몸에 딱 맞는 재킷 대신 부드러운 셔츠나 니트 스웨터, 원피스 등 여성스러운 옷을 주로 입는데, 옷 자체가 화려한 것보다는 흰색·검정·회색·하늘색 등 차분하고 단순한 색과 디자인을 택하고 여기에 화려한 스카프로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패션 스타일리스트 박명선 대표(스타일링바비)는 이런 그의 스타일을 "클래식한 페미니즘 스타일"이라며 "스카프 하나로 중년의 나이에 어울리는 우아한 여성미를 완벽하게 만들어 냈다"고 평했다. 박 대표는 또한 "공식 석상에서 남성이 넥타이를 갖춰 매는 것처럼, 단정한 옷과 자연스러운 헤어 스타일에 어울리면서도 격식을 갖출 수 있는 하나의 장치로 스카프를 활용했다. 이는 패션 측면에서도 아주 좋은 '원포인트 스타일링'으로 흰 셔츠, 검정 니트 스웨터 등 디자인과 색이 단순한 옷을 입는 데도 그의 패션은 절대로 단조롭거나 특징 없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9년 9월 24일(현지시간) 브렌다 헤일 전 영국 대법원장이 영국 대법원에서 의회 정회 관련 선고문을 읽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9년 9월 24일(현지시간) 브렌다 헤일 전 영국 대법원장이 영국 대법원에서 의회 정회 관련 선고문을 읽고 있다. AFP=연합뉴스

정치인을 포함한 해외의 사회·경제계 인사들에게 패션은 메시지를 전하는 하나의 도구다. 자신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옷을 통해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대표적인 사람이 브렌다 헤일 전 영국대법원장이다. 그는 커다란 브로치를 즐기는 법조인으로 유명했다. 주로 곤충 모양의 브로치를 택하는데, 그가 지난해 9월 보리스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조치가 불법임을 선고하는 순간에 오른쪽 어깨에 달았던 커다란 거미 브로치는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12월 중순에 열린 퇴임식에는 큰 날개가 달린 딱정벌레 모양의 브로치를 달았지만, 당시 행사에 참석한 여성 법조인들은 그에게 존경을 표시하기 위해 거미 브로치를 착용했다. 지금은 미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미셸 오바마 역시 영부인 시절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을 주로 입고, 상황에 맞는 옷으로 '패션 정치'를 잘하는 여성으로 꼽혔다. 
많은 국내 정치인의 이미지 메이킹을 해온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 소장은 "스카프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사람이든 스카프를 두르면 우아한 이미지가 연출되고, 또 스카프를 한 사람에겐 시선이 얼굴로만 가 그 사람의 말을 경청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 이어 강 소장은 "하지만 벅스 조정관의 스카프 패션이 좋은 평가를 받는 건 미국 문화이지 한국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힘든 상황에서 화려하게 치장하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있다. 예로부터 나라가 힘들면 그 누구라도 검소하게 지내는 게 미덕이라고 믿었다. 만약 한국에서 섣불리 벅스의 스카프 패션을 따라 한다면 비난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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