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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환자 찍은 의사 유튜버…그래도 의사면허 유지?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한 교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환자의 사망 장면 등이 담긴 영상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1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한 교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환자의 사망 장면 등이 담긴 영상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1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의 치료 중 숨진 모습 등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린 지방의 한 대학병원 의사가 공분을 사고 있다. 무자격자 대리·유령수술뿐 아니라 수술실에서의 성범죄·생일파티까지 의료인 윤리의식 부족 논란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또다시 문제가 터진 것이다.  
 

품위손상시 의료법 따라 자격정지 가능
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 제소 검토"
솜방망이 처벌, 면허 관리 논란 재점화

적나라한 응급실 유튜브..당사자는 “교육 목적” 주장 

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A씨는 지난달 28일 개설한 자신의 유튜브 채널 ‘ER Story(응급실 일인칭 브이로그)’에 7개의 영상을 올렸다. 
 
이 중엔 교통사고를 당한 뒤 의식이 없는 외상환자를 응급치료하는 과정이 담긴 영상도 있었다. 일부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옷이 벗겨진 환자의 몸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 환자는 심폐소생술 도중 사망했다. 항문에 이물질이 낀 환자 관련한 영상도 있다. 
 
논란이 일자 해당 유튜브 채널은 삭제된 상태다. A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돌발 사고나 환자 폭력을 기록하기 위해 차고 다닌 보디캠을 교육용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영상을 찍었는데 (문제가 돼) 바로 삭제했다”며 “영상에 나온 환자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A씨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학생들을 교육하려는 목적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비난 여론은 거세다. 당장 A씨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요구가 일고 있다.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척추 수술을 받은 70대 여성 환자가 사흘 만에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 픽사베이]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척추 수술을 받은 70대 여성 환자가 사흘 만에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 픽사베이]

 

“엄중 처벌”요구 봇물..처벌 가능할까

응급실 내 환자의 동의 없이 촬영을 하고 영상을 유포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의 서영현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 제1항이 규정한 민감정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감정보 범위는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정치 견해 ▶건강, 성생활 등이다. 

 
서 변호사는 “민감정보는 동의를 받고 처리하게 돼 있다”며 “민감정보의 하나인 건강정보를 동영상을 촬영하는 방법으로 동의 없이 처리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처리자가 민감정보를 동의 없이 유포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현재까지 응급 환자의 동의를 받고 촬영됐는지 확인되진 않았다.
 

품위손상 행위 해당시 ‘자격정지’ 가능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한 교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환자의 사망 장면 등이 담긴 영상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pixabay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한 교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환자의 사망 장면 등이 담긴 영상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pixabay

의료법에서는 의사가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품위를 손상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1년 범위 내에서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제66조 제1항 제1호)한다. 
 
서 변호사는 “품위손상이 다소 추상적이라 주관적 판단에 따라야 한다”면서도 “‘대한의사협회의 소셜미디어(SNS) 사용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이를 위반했다고 할 경우 징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 관련 소송을 주로 담당하는 방승환 변호사도 “의료인이 품위를 심하게 훼손한 행위를 했을 때 복지부 장관이 관계 전문가 의견을 들어 판단할 수 있다”며 “품위손상 여부를 따져봐야겠지만, 정상적인 의사의 행동이라 볼 수 없는 만큼 조문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협이 지난해 11월 마련한 의사의 SNS 가이드라인에는 ▶식별 가능한 환자 정보를 소셜미디어에 게시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정보(비밀) 보호와 관련, 의사는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관련 법규와 의사윤리지침을 소셜미디어 사용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 ▶동료 의사를 포함한 의료계 전체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저하하고 부정적 인식을 유발할 수 있음을 인지하도록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현숙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의료계 중앙단체인 의협이나 대한병원협회 등에서 관련한 요청이 오면 행정처분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영국 등과 달리 한국의 경우 의사 면허를 관리하는 별도 기구가 없어 정부에 자율징계권이 있다. 통상 의협 중앙윤리위원회가 복지부에 징계를 의뢰한 뒤 행정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의협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현재 대한응급의학회에서 자체 윤리위원회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의협 내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걸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솜망방이 처벌 논란..“면허 관리 손봐야”  

하지만 A씨에 대한 처분이 내려지더라도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 문제다. 일반적으로 1개월 면허자격 정지 수준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술에 취한 채 3세 어린이에 수술해 물의를 빚었던 인천의 한 대학 부속병원 의사에게 이러한 처분이 내려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사 면허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오른다. 의사 면허가 사실상 ‘종신제’인 데다 행정·사법 당국의 대응이 경미한 수준인 탓에 부적절한 의사를 걸러내지 못하고, 의료인의 불법 일탈 행위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행 의료법은 면허 규제 대상 범죄를 낙태나 의료비 부당 청구 등 일부 범죄로 한정해 의사가 살인, 강도, 성폭행 등으로 처벌받아도 의사 면허를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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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도 의료인의 명백한 비위행위에 대해선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협 관계자는 “면허 관리가 국민 눈높이를 못 따라가는 실정”이라며 “독립된 면허 기구를 설립해 면허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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