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김경수 변호인 당황케한 판사 질문 "텔레그램 삭제는 맞죠?"

댓글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댓글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경수(53) 경남지사의 27일 항소심. 고위법관 출신으로 구성된 김 지사의 변호인단을 당황케 한 질문이 있었다. 지난 2월부터 김 지사 재판장을 맡고있는 함상훈(53) 부장판사는 김 지사의 무죄를 주장하는 프레젠테이션(PT)을 들은 뒤 이렇게 물었다.

결백하다 주장, 증거인멸 혐의받는 피고인들

 
27일 김경수 지사 재판 중 일부
함 부장판사(이하 함)=피고인과 김동원(드루킹)의 텔레그램과 시그널 메시지는 모두 복원 됐습니까? 피고인(김경수)이 다 지웠다는 건가요?
특검=비밀대화방에서 삭제한 건 복원이 안돼 제출할 수 없었습니다.
변호인=특검에서 모든 복원시도는 했었습니다.
함=피고인 삭제한 것은 맞지 않나요?
변=피고인 삭제하기 전에 김동원이 캡처했습니다.
함=피고인이 삭제하지 않았다면 진실에 더 가까웠을 것 같습니다.
 
결백하다는 피고인이 증거는 왜 삭제했냐는 의문이었다. 함 부장판사가 진실이란 단어를 사용한 건 변호인이 진실이란 단어를 반복해 언급하며 무죄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김 지사의 변호인은 재판장의 질문에 당황한 듯 "드루킹이 (김 지사가) 삭제하기 전에 모두 캡처했다"는 다소 동떨어진 답을 했다. 김 지사가 증거를 왜 삭제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답하지 못했다. 드루킹과 그 일당의 논리적 허점을 파고들며 "아주 영화를 찍고 있다"고 특검을 비판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김경수 핸드폰에선 아무것도 못건졌다"  

김 지사와 드루킹이 나눈 텔레그램과 시그널 메시지가 삭제된 것은 팩트다. 변호인도 부인하지 않는다. 김 지사를 수사했던 특검 수사팀 관계자들은 "수사 당시 김 지사가 '깡통 휴대폰'을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휴대폰에선 아무 것도 건지지 못했다"는 말도 했다. 
 
지난해 4월 재판에 출석하는 '드루킹' 김동원 씨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4월 재판에 출석하는 '드루킹' 김동원 씨의 모습. [연합뉴스]

김한 특검보도 27일 재판에서 "김 지사가 드루킹과의 대화에서만 자동삭제 기간을 1일로 단축하며 보안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 지사가 1심에서 실형을 받은 건 드루킹이 협박용으로 김 지사와 나눈 대화 일부를 캡처하고 사진으로 찍어뒀기 때문이다. 김 지사 측은 "드루킹이 치밀하게 김 지사를 엮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수사팀에선 "드루킹이 없었다면 증거가 남지 않을 뻔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정경심도, 윤총경도 받는 증거인멸 혐의 

김 지사 재판이 있던 날 같은 건물 다른 법정에선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7)의 재판이 있었다. 한번 과태료를 맞고 증인으로 출석한 정경심(58) 동양대 교수는 검사들의 질문에 "그건 검사님의 상상력"이라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그런 정 교수도 지난해 검찰 수사 뒤 자산관리인을 시켜 자신의 PC를 반출하고, 자택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는다. 조국 일가 수사팀 관계자들은 "장관 후보자의 아내가 PC를 반출했을 것이라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4일 1심에서 무죄를 받고 검찰 수사를 비판한 '경찰총장' 윤규근(50) 총경도 자신에게 수천만원의 주식을 주려한 혐의를 받은 전 중소기업 대표에게 '전화기에 이상한 내용이 있으면 다 지우라'는 취지의 말을 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았다. 현재 횡령 혐의로 구속된 그 대표는 나흘 뒤 자신의 휴대폰을 성수대교 남단에 버렸다. 
 

납득하기 어려운 결백함 

법조계예선 피고인의 증거인멸을 탓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변협 회장)는 "누구나 수사받을 상황에 놓이면 한강에 휴대폰을 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자연스런 방어권의 발동이라는 것이다. 법원은 그래서 피고인이 스스로 자신의 증거를 인멸한 행위엔 죄를 묻지 않는다. 문제는 그런 피고인이 결백함을 주장하며 검찰을 비난할 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드루킹이 캡처한 것은 남아있다"는 김 지사 변호인의 설명과 "증거를 보존하기 위한 행위였다"는 정 교수 변호인의 변론, "공소사실과 무관하게 불필요한 오해를 살만한 내용이 있다면 삭제하라는 취지"였다는 윤 총경 변호인의 주장에 납득하는 법조인은 얼마나 있을까. 김 지사 재판장의 질문을 돌려 다시 묻고싶다.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하려 한 것은 맞죠?"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